"윤락 우려만으로 여성 감금, 국가가 배상하라" 법원 첫 판결
"윤락 우려만으로 여성 감금, 국가가 배상하라" 법원 첫 판결
1960~80년대 강제수용 여성들에게 1인당 최대 2억4000만원 배상 명령...총 8억 000여만원 지급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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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김지혜)는 15일 김모씨 등 여성 1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피해자들에게 1인당 400만~2억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총 배상금은 8억 8000여만원이다.
이번 판결은 1960~80년대 '윤락행위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성들을 강제 수용시설에 가두었던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다. 피해 여성들은 '윤락행위등방지법'에 따라 '요보호자'로 분류되어 서울 동부여자기술원 등에 강제로 수용됐다.
1961년 5·16 군사정변 직후 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은 성매매를 윤락 행위로 규정하고, '윤락행위를 하게 될 현저한 우려가 있는 여자'를 요보호자로 정했다. 그러나 해당 법에는 여성들을 강제 단속하거나 수용할 근거가 없었음에도, 정부는 전국에 여성 수용 시설을 설치하고 경찰과 보건소를 동원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수용 시설 다수는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돼 중도 퇴소가 사실상 불가능했고, 높은 담과 가시 철조망, 출입문 통제, 초소 감시 등 감금 상태가 유지됐다. 시설 내부에서는 상습적인 폭력과 가혹 행위가 빈번히 발생했고, 기본적인 의식주나 의료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해 1월 이 사건을 "헌법상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명예 회복 조치를 권고했다. 이에 피해 여성 12명은 지난해 4월 정부를 상대로 총 16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국가가 법적 근거 없이 특정 집단을 강제 수용하고 인권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1402 판결과 법률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당 판결에서 법원은 내무부 훈령이 법률유보원칙,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 적법절차원칙, 체계정당성 원리에 위배된다고 판단하고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하므로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며, 수용 기간, 나이, 피해 정도, 현재의 후유증 등을 고려하여 위자료를 산정했다. 이는 피해자 중심의 배상 원칙을 확립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판결은 과거 국가 주도의 인권침해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또한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피해자들이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