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된 단원고 학생 "사망선고" 없었지만 해경은 사망자 취급...과실치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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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단원고 학생 "사망선고" 없었지만 해경은 사망자 취급...과실치사 논란

2019. 10. 31 19:07 작성
엄보운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eo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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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로 20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 배 바꿔 타며 4시간 넘게 걸려 병원 도착

사망판정은 오후 10시 10분⋯행안부 장관은 오후 6시 30분쯤 "사망했다" 발표

의사가 보기 전에 "사망" 판단 논란⋯업무상과실치사 가능성

세월호 참사 당일 해상에서 구조된 학생이 맥박이 있는 상태였는데도 헬기 후송을 받지 못해 사망한 사실이 31일 뒤늦게 드러났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 참사 당일 해상에서 구조된 학생이 맥박이 있는 상태였는데도 헬기 후송을 받지 못해 사망한 사실이 31일 뒤늦게 드러났다. 이 학생은 다섯 차례에 걸쳐 배에서 배로 옮겨지며 병원까지 이송됐다. 4시간 41분이 걸렸다. 헬기로는 20분이면 갈 수 있었다. 결국 이송 도중 숨졌다.


헬기에 태우지 않은 건 해경이 구조된 학생을 '사망한 사람'으로 보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는 사망했다는 확정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원격으로 진료를 보던 의사는 “응급처치를 지속하고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살릴 수도 있었던 환자에게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못했던 당시 해경에게는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의사 출신 정필승 변호사는 “고의성이 있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세월호 참사 당일 해상에서 구조된 학생이 맥박이 있는 상태였는데도 헬기 후송을 받지 못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 논란이 일고 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구조 당시 '산소포화도 69%'⋯ A군은 사망한 것이 아니었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해경은 사고 당일 오후 5시 24분쯤 단원고 학생 A군을 세월호 인근 바다 위에서 발견한 뒤 오후 5시 30분쯤 해경 3009함으로 옮겼다.


원격 의료를 담당한 의사는 A군의 산소포화도가 69%로 뜨자 "응급처치를 지속하고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날 오후 5시 47분쯤 해경 응급구조사는 A군의 호흡이 없고 산소포화도가 0%이기 때문에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5분 뒤에 원격 의료 시스템이 연결이 된 뒤 의사가 본 화면에는 산소포화도가 69%로 찍혔다. 맥박도 있었다. 응급처치 한 번으로 산소포화도가 0%에서 69%로 높아질 수는 없다. 애초에 잘못 측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물에서 막 구조된 A군의 체온은 상당히 내려가 있었다. 이때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의사 출신 정필승 변호사는 "응급의학에 오랜 격언중에 '저체온환자에게 사망선고 함부로 내리지 마라'는 말이 있다"며 "실제보다 포화도가 낮게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 의료를 담당한 의사는 “A군에 대한 응급처치를 지속하고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이송 장소도 자신이 있는 '목포한국병원'으로 지정했다. 오후 6시 35분쯤 실제 응급헬기가 해경 3009함으로 다가왔다. 응급구조사는 A씨와 함께 헬기장까지 나갔다.

헬기 타고 병원 갈 수 있던 기회 3번⋯ 그중 2번은 최고위직이 탔다

하지만 A군은 헬기에 탑승할 수 없었다. 헬기에 A씨를 태울 방법을 논의하던 중 해경 관계자가 선내 방송으로 “익수자(溺水者⋅물에 빠진 사람)는 피(P)정으로 갑니다”라고 방송했기 때문이다. P정이란 작은 고무 보트를 말하는데 얕은 파도에서도 위아래로 크게 흔들린다. 위급 환자를 태우고 가기엔 부적합하다.


응급헬기가 왜 배에 내리지 못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A군이 P정을 타고 배를 떠난 직후 헬기장에는 다른 헬기(B-517)가 착함했다. 이 헬기는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을 태우고 떠났다. 위급 환자였던 A군을 태울 구급헬기는 배에 내리지 못하고, 해경 고위관계자인 김 전 청장을 태울 헬기는 배에 내린 것이다.


앞서 A군은 헬기를 탈 기회가 한 번 더 있었다. A군이 해경 3009함에 도착한 지 10분쯤 뒤였던 오후 5시 40분 착륙장에 한 헬기가 내려왔다. 이 헬기는 김수현 당시 해경 서해청장을 태우고 떠났다.


구조된 단원고 학생은 헬기를 타고 병원에 갈 기회가 3번 있었지만 모두 탑승하지 못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어느 헬기를 타고 갔었더라도 병원까지는 20분만에 갈 수 있었다. 모두 3번의 기회를 놓친 A군은 P정에 실려 배를 여러 번 갈아탄 뒤에야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목포한국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 5분이었다.

"왜 헬기로 안 옮겨요? 위중한데⋯" 당시 현장 요원들도 의문

이날 특조위가 공개한 동영상 속에도 “왜 헬기로 옮기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특히 A군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던 현장 의료진은 “헬기로 옮겨야지, 왜 P정으로 옮깁니까”라고 현장 해경 관계자에게 묻지만 답은 없었다.


당시 해경 관계자들은 특조위 조사에서 “구조 당시 이미 A씨가 사망해 구조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군을 ‘헬기에 태울까 배에 태울까' 고민하던 시점에 A군은 살아있었다. 특조위에 따르면 A씨 심폐소생술이 중단된 건 오후 7시 15분이었다. 시체검안서상 A군 공식 사망시간은 오후 10시 10분이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었던 강병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세월호 침몰 당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하지만 A군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TV 생중계를 통해 그보다 훨씬 먼저 발표됐다. 오후 6시 30분쯤으로 사망 시간보다 3시간 40분 빠르다.

'사망선고' 오직 의사만⋯ 임의로 사망판단 했다면 논란

법률적으로 사람이 죽었다고 선고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의사(치과의사, 한의사 포함)뿐이다. 응급구조사나 간호사와 같은 전문 의료 인력조차 사망선고는 불가능하다. 정필승 변호사는 “사망의 명백한 징후가 있으면 (실무상) 사망자로 취급할 수는 있지만, 사망선고는 한 사람의 권리의무관계를 광범위하게 바꾸기 때문에 의사 만이 할 수 있다"고 했다.


A군이 있던 해경 3009함에는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가 없었다. 대면이 아닌 원격으로 진료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의사가 병원으로 옮기라고 말했음에도 자체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고 헬기가 아닌 함정 이송을 택했다면 논란은 물론이고,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 정 변호사는 "의사가 병원으로 즉시 옮기라고 했는데, 그 당시 현장에서 사망으로 판단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도 응급의료행위를 정지할 수 없게 되어있지만 명백한 사유가 있어야만 중단할 수 있게 되어있다”며 “즉 사망선언이 없다고 해도 사망자로 준한 조치를 할 수는 있다는 말”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도 사망자가 아닌데 사망자에 준한 조치를 취해 사망하게 했다면, 업무상과실치사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망자가 아닌데 헬기를 태우지 않은 경우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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