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괴롭힘" '지인능욕범', 피해자 울분에도 고작 벌금 500만원이 맞나?
"체계적 괴롭힘" '지인능욕범', 피해자 울분에도 고작 벌금 500만원이 맞나?
성적 수치심 안긴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유죄
피해자 엄벌 탄원에도 벌금형 확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텔레그램 '지인능욕방'에서 딥페이크 합성물을 확인하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해당 사진을 직접 전송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에게 법원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피해자를 돕는 척 기만하여 개인정보까지 요구한 악질적인 범행임에도,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이 선택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 적정성 논란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지인능욕방의 충격적 실체: 딥페이크 합성물과 체계적 모욕
이 사건은 일반적인 통신매체이용음란 범죄를 넘어선, 디지털 성범죄의 조직적·악질적 행태를 보여준다.
범행의 근거지가 된 곳은 소유자 및 관리자가 불분명한 '지인 능욕 텔레그램 그룹대화방'이었다. 이 대화방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지인인 여성들을 성적으로 모욕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수법은 다음과 같다.
- 딥페이크 허위합성물 제작: 피해 여성의 얼굴 사진에 다른 여성의 나체 사진을 합성한 '딥페이크' 이미지를 만든다.
- 신상정보 공개: 피해자의 이름, 나이, 직업, SNS 계정 등의 상세한 신상정보와 함께 합성물을 게시한다.
- 조직적 괴롭힘: 참여자들은 게시된 피해자를 대상으로 성적인 모욕 대화를 나누는 한편, 일부는 피해자의 SNS 계정 등으로 연락하거나 합성물을 직접 전송해 피해여성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을 '능욕하는 방법'으로 공유했다.
"도와줄게" 기만하며 접근, 합성사진 직접 전송한 피고인 A의 행각
피고인 A는 이 충격적인 대화방에 'D'라는 텔레그램 계정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2024년 3월 25일경, A는 대화방에서 피해자 E(가명)의 얼굴에 나체 사진이 합성된 사진 2개와 신상정보를 확인했다.
문제는 A의 다음 행동이다. A는 합성사진을 게시한 사람을 찾도록 조력하거나 위 행위를 제보할 의사가 전혀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돕는 것처럼 가장해 접근했다.
- 접근 방법: A는 자신의 B 계정('F')을 이용해 피해자의 B 계정으로 1:1 대화를 걸었다.
- 기만 행위: "텔레그램에서 님 사진이 돌아다니던데 알고 계신가요?"라고 말을 건넨 뒤, 합성사진 2개를 피해자에게 직접 전송했다.
법원은 A가 이 모든 행위를 자기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 등을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정에서 드러난 악질적 동기: "정보와 돈을 요구했다"
A는 재판에서 피해자를 도와줄 의도가 있었다고 변명했으나, 법원은 이를 일축했다. 판결문에 명시된 양형 이유에 따르면 A는 합성사진 전송 이후 피해자에게 "피해자의 이름, 나이, 사는 곳, 직업, 키, 몸무게 등 개인정보와 돈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A가 '도움'을 가장해 접근한 의도가 순수하지 않았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피해자 E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현재까지 이를 회복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법정에 직접 출석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했다.
쟁점 1. 법정형은 맞지만… 양형기준 '징역형'인데 벌금 500만원의 법리적 배경은?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통신매체이용음란)를 적용해 A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해당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법원은 법정형 범위 내에서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유리한 정상: A가 초범인 점,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 A가 직접 합성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하지는 않은 점.
- 불리한 정상: 딥페이크 합성물을 이용한 계획적이고 악질적인 범행, 피해자를 기망하여 추가 피해를 야기하려 한 점,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고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그러나 양형위원회 기준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기본 영역'은 징역 4월에서 10월로, 징역형이 원칙이다. 이 사건의 죄질이 단순 음란 행위를 넘어선 조직적 디지털 성범죄의 일환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벌금 500만원 선고는 죄질과 피해의 중대성에 비해 양형이 다소 경미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형량의 적정성 논란이 불거지는 배경이다.
쟁점 2. 500만원 벌금형이 곧 '신상정보 등록 면제'로 이어진다
이번 벌금형 선고가 더욱 큰 논란을 낳는 핵심은 신상정보 등록 의무의 면제다. 성폭력처벌법 제42조 제1항 단서에 따르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경우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에서 제외된다.
피고인 A는 벌금 500만원을 납부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3년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은 부과받았지만, 중대한 성범죄자로 분류되는 신상정보 등록 의무는 지지 않게 된 것이다.
딥페이크를 악용한 조직적 범죄에 가담하고 피해자에게 막대한 정신적 충격을 준 피고인이 신상정보 등록 의무를 면하게 되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재범 방지 및 사회적 경각심 제고를 위한 법적 대응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향후 항소심에서의 양형 변화와 더불어, 이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입법적·사법적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된다.
[참고]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2025고단 826 판결문 (2025. 8. 28.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