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건에 가스라이팅 당했다" 폭로 모두 사실이어도 처벌은 불가능, 대체 왜?
"원종건에 가스라이팅 당했다" 폭로 모두 사실이어도 처벌은 불가능, 대체 왜?
'민주당 영입 2호' 원종건씨, 미투 의혹 휩싸여
전 여자친구, 강압적인 성관계와 가스라이팅 등 증거 폭로
증거로 올린 멍 든 사진, 데이트 폭력 입증 가능할까

전 여자친구로부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 2호인 원종건씨가 영입 인재 자격을 자진 반납했다. /연합뉴스·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 2호인 원종건씨가 영입 인재 자격을 잃었다. 전 여자친구로부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이다.
원씨는 2005년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에 시청각 중복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다. 궁핍한 살림이었지만 다른 사람을 돕는 태도로 큰 감동을 줬었다. 이후에도 장애인 인권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 여당 인재영입 후보로 오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자신을 원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A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폭로한 게시글 하나로 파국을 맞았다. '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의 실체를 폭로합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A씨는 원씨가 자신을 성 노리개 취급을 하고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강제 성관계의 증거"라며 멍이 든 자신의 다리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A씨 다리는 크고 작은 멍이 곳곳에 맺혀 있었다. 이 사진으로 원씨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 변호사들의 자문을 구해봤다.
피해자가 올린 사진만으로는 단정 어려워
변호사들은 A씨의 '다리 사진'은 범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흥인의 장준태 변호사는 "사진도 형사 사건의 증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진 하나만으로 원씨의 범죄 사실이 단정되는 건 아니다. 법무법인 인화의 방정환 변호사는 "어떤 범죄나 상해 등을 입은 사진 자체만으로는 범죄를 입증하는 증거는 되지 않는다"며 "해당 사진이 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과 개연성이 있을 때만 증거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사진이 증거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사진이 범죄 피해 사실과 연관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즉 A씨 다리의 멍이 성폭행이 아닌 다른 이유로 생겼다든지, 원씨와 교제하던 시기에 생긴 게 아니라면 범죄 피해의 증거로 삼기 어렵다.
방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성인 여성이 다리 부위에 심한 타박상이나 자상 등을 입었다면 범죄 피해를 입었다는 개연성이 있고, 상처 입은 시기가 상대방과 만났을 시기와 일치한다면 범죄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형사 처벌 어려워
A씨는 원씨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가스라이팅이란 가해자가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통제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정서적으로 지배하는 학대를 말한다. 가스 불로 빛을 내는 가스등(gaslight)이 얼마나 밝은지조차 가해자의 말을 듣지 않고는 인식할 수 없다는 뜻에서 유래한 단어다.
A씨는 가스라이팅 사례로 원씨가 35도가 넘는 여름에도 긴 와이셔츠에 청바지만 입게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치마를 입더라도 다리를 다 덮는 긴치마만 입었는데 허리를 숙였을 때 쇄골과 가슴골이 보인다면서 매일 나한테 노출증 환자라고 했다"며 "반바지를 입는 날엔 하루 종일 제게 화를 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쓴 글에 따르면 원씨는 "사람들한테 관심받고 싶어서 그러냐, 네가 옷을 다 벗고 다니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냐, 진지하게 정신과 상담을 받아봐라, 차라리 히잡을 쓰고 다녀라"고 말했다고 한다.
분명히 몸을 많이 가린 옷을 입었는데도 원씨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다"고 비난하면, 거기에 동요됐다는 주장이다. 자신이 입은 옷의 노출 정도를 자신이 판단하지 못하고 원씨의 판단에 휘둘리는 등 심리적 통제 아래 있었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A씨 주장처럼 객관적인 사물의 식별도 가해자의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상태라면 '강압적 지배(coercive control)에 놓인 심신미약자'로 봐야 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그렇게 봐야만 심신미약자간음죄(형법 제302조)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를 인정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관련 법률도 없는데다, 법원의 태도 역시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심리⋅정서적으로 지배 관계에 놓인 상황'을 특수하게 판단하지 않는다. 방정환 변호사는 "가스라이팅이 심신미약자 간음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간음의 목적으로 행해지는 게 아니라 교제하는 사이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폭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 자문

저는 오늘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영입인재 자격을 스스로 당에 반납하겠습니다.
한때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저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논란이 된 것만으로도 당에 누를 끼쳤습니다. 그 자체로 죄송합니다.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닙니다. 허물도 많고 실수도 있었던 청춘이지만 분별없이 살지는 않았습니다.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려 참담합니다.
그러나 제가 민주당에 들어와 남들 이상의 주목과 남들 이상의 관심을 받게 된 이상 아무리 억울해도 남들 이상의 엄중한 책임과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게 합당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에게 손을 내밀어준 민주당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억울함을 토로하고 사실관계를 소명해도 지루한 진실공방 자체가 부담을 드리는 일입니다. 그걸 견디기 힘듭니다.
더구나 제가 한때 사랑했던 여성입니다. 주장의 진실 여부와는 별개로 함께 했던 과거에 대해 이제라도 함께 고통받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명예로운 감투는 내려놓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홀로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겠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