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예우"라더니, 의료진 수당 슬쩍 깎아⋯변호사들 "돌려받을 방법 있다"
"충분한 예우"라더니, 의료진 수당 슬쩍 깎아⋯변호사들 "돌려받을 방법 있다"
당초 "예우" 약속받았던 의료진, 느닷없이 각종 '수당' 깎여
설명 못 듣고, 서명도 안 했는데⋯"별 내용 아니라서 안 받았다" 구차한 변명
"폭로 사실일 경우 수당 돌려받을 수 있다" 변호사들의 분석

26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마스크와 방호복을 착용한 한 의료진이 동료의 보호장구를 점검하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달려오신 의료인들께 충분한 예우와 보상을 하도록⋯"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
한 달 전, 정부는 "대구로 가겠다"고 한 의료진들에게 확실한 예우를 약속했다. 한창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던 때였다.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기꺼이 달려온 영웅이 많았다. 현재 이 지역에 약 2500명의 자원⋅파견 의료진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희생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선 "보건당국이 의료진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폭로가 나왔다. 대구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의 수당을 슬쩍 깎았다는 논란이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진료소는 의료진에게 제대로 된 설명이나, 당사자 동의 없이 수당 지급 기준을 변경했다.
정부의 약속대로 '의료진이 예우만큼은 제대로 받고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시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의료진을 두 번 울리는 짓"이라며 "수당을 깎은 것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꼼수를 부린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변호사들과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 분석해봤다.
이달 초. 대구의 한 선별진료소는 말할 것도 없이 바빴다. 한창 업무에 열중하던 이때 누군가 "이 서류에 서명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선별진료소 관계자였다.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때였던지라 상당수가 별생각 없이 서명했다.
경북 지역의 한 병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의료진들은 갑자기 "근무 계약서가 바뀌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왜 미리 변경 동의를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병원 관계자는 "별 내용 아니라서 서명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두 경우 모두 중요한 변경 내용이 있었다. 내용은 약간 다르지만 결국 일당을 깎는 방향으로의 수정이었다. 대구의 선별진료소는 당초 지급했던 위험수당(하루 5만원)을 제외하는 안이었고, 경북의 병원은 휴일을 파견 근무 일수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었다. 밀려드는 환자로 인해 휴일에도 진료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임금으로 계산하지 않겠다는 셈이다.
논란이 크게 일자,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 총괄 반장은 27일 브리핑에서 "설명 부족으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대구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수당 지급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어 발생한 일"이라며 "파견 기관마다 각기 다른 수당 체계가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사건을 분석한 변호사들은 폭로가 사실일 경우 "두 사건 모두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고 했다. 의료진들이 원래 계약한 대로 위험수당과 휴일근무수당을 그대로 지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었다.
①대구 선별진료소 :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받아 간 서명

법무법인 부강의 박행남 변호사는 '①제대로 된 설명 없이 받아 간 서명'과 관련해 "변경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내용도 볼 수 없는 환경에서 서명만 받아 갔다면 계약 내용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법상 취소 사유인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제109조)' 또는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제110조)'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우리 법은 이러한 의사표시 등은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만약 위 폭로 내용이 사실일 경우 해당 이유로 새로 맺은 계약을 취소하고, 원래 받기로 한 일당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원래 주기로 했던 위험수당 5만원을 다시 받을 수 있다.
②경북지역 한 병원 : 일방적인 계약 변경
서명조차 받지 않은 '②일방적인 계약 변경' 역시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는 게 변호사들의 분석이었다.

박행남 변호사는 "설명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서명하지 않은 계약 변경 역시 민법상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물론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보건당국에서 "지침이 변경돼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박 변호사는 "그래도 마찬가지"라며 "설령 지침 변경에 의해 수당이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신뢰 보호 원칙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을 주장해 원래 계약한 금액을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법무법인 우성의 정필승 변호사는 "국가 비상시에 예산에 맞춰 수당을 조절한 것이라면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