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련 변호사 칼럼 (4)] 아동권익은 '복지'의 문제 아닌, 기본적 인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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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련 변호사 칼럼 (4)] 아동권익은 '복지'의 문제 아닌, 기본적 인권의 문제다

2019. 08. 20 16:2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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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ry11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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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의 권익 보호는 국가와 사회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셔터스톡

김재련 변호사의 “온세상, 따뜻한 세상”


며칠 전 상담을 했다. 젊은 엄마가 상담을 시작하면서부터 눈물을 흘린다.

남편과 별거 중인데 엄마가 출근한 사이 남편이 15개월 된 아이를 빼앗아 갔다는 내용이었다. 아이 돌봐주는 분을 속이고 잠깐 아기 얼굴만 보고 가겠다고 하기에 문을 열어주었는데 바로 15개월 된 아이를 안고 가버렸으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더 놀라운 것은 그날 밤 엄마가 경찰에 신고한 후 경찰과 함께 남편 집으로 갔으나, 남편 측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경찰도 자신들이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면서 그냥 돌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올 초 조정을 통해 엄마가 양육자로 지정된 사건을 담당했었다. 조정으로 사건이 종결된 이후, 남편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초등학생 아이를 데려가 버렸다. 엄마는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아이가 양육권을 가진 엄마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새 학년이 시작되었으니 아이가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의무교육 대상인 아이가 한 달 이상이나 학교를 나가지 못했지만, 그에 대해 아이 아빠는 어떤 법적 처벌을 받지도 않았다.


필자가 4년 동안 진행하고 있는 사건이 있다. 한국인 남편이 프랑스에서 엄마와 살고 있는 미취학 어린 딸을 한국으로 몰래 탈취해 온 사건이다. 딸을 뺏긴 후 프랑스인 엄마는 한국법원에 ‘유아인도 청구’를 하여 승소했으나, 한국인 아빠는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엄마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다.


프랑스 형사법원에서는 한국인 아빠에 대해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로 징역 40개월형을 선고한 상태다. 한국 형사법원에서도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로 1심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여전히 아이는 엄마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가사사건은 개별 사건마다 천 가지, 만 가지 사연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혼 사건의 시시비비를 쉽게 단정하여 어느 한쪽을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따라서 국가나 사회가 법 또는 제도의 이름으로 쉽게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하지만 부부 사이에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달리 접근해야 한다. 이혼하는 부모의 감정에 휘말려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미성년 자녀가 있는 이혼 사건에서는 국가, 사회의 제도적 개입이 법제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미성년 자녀의 권익을 위해 누가 양육권자로 지정되는 것이 마땅한지, 이혼과정에 부모의 갈등으로 아이들이 어떤 심리적, 현실적인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이해관계 중립적인 전문가가 개입하여 아동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확인하고, 그 결과가 양육권자 지정에 참작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아동보조인 소송참여제도가 명문화되어야 한다.


이혼과정 혹은 이혼 후에 양육권자 의사에 반하여 자녀를 탈취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 어렵사리 미성년자 약취유인죄로 고소하고 기소되어도, 우리는 선고유예가 많고 중(重)하다고 해 봐야 고작 집행유예다. 그 긴 수사 및 재판 과정 중에 아이를 데리고 있는 부모는 ‘시간은 자기편이다’라는 생각으로 법의 부족한 부분을 집요하게 악용하고, 끊임없이 아이를 세뇌시켜 아이가 ‘현재 상태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도록 만든다.


아이를 되찾기 위해 몇 년 동안 싸워온 또 다른 부모는 좌절하고, 아이가 더이상 심리적으로 괴롭힘(세뇌)당하지 않도록 아이 되찾기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과연 이 과정에서 아동의 권익은 누가 지켜보고 보호해 주고 있는가?


비단 부모 이혼과정에서만 아이들의 권익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중학생과 성관계를 한 교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합의’ 하의 성관계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무혐의 논거였다. 아동의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해 준 것이다.


중학생은 아동복지법상의 보호 대상인 아동이고, 우리 민법상 미성년자이다. 보호 대상인 미성년 아동의 ‘의사’를 어느 수준부터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인정할 것인가? 아동의 권익과 아동의 의사가 충돌하는 경우 어떤 근거, 기준으로 사건을 처리해 나갈 것인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 다니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초등학교, 중학교에 안 보내도 되는가? 밤새도록 게임만 하고싶어 하는 아이는 밤새 게임하도록 내버려둬도 되는가? 성인영화를 간절히 보고싶어 하는 아이의 의사는 전적으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가?


아동복지법 제17조에서는 아동에 대한 학대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위반자에 대해서는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신체적 학대, 정신적 학대, 성적 학대, 경제적 학대, 교육적 방임 등이 금지되는 행위 유형이다.


초등학생 아이를 특별한 사유 없이 한 달 이상 학교에 보내지 않는 행위는 교육적 방임행위이다. 탈취해 온 어린 딸에게 엄마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를 끊임없이 세뇌시키는 것은 정서적 학대행위이다. 이런 학대행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아동권익을 위한 현행법들은 구멍이 숭숭 나 있다.


13세 이상이면 성인과 성관계를 해도 합의 하에 했다는 이유로 무죄, 무혐의 처분이 나온다. 초등학생의 모습을 한 리얼돌을 만들어 유통하고 소지하는 행위를 제지할 수 있는 법도 마땅치 않다. 캐나다, 영국 등에서는 교사가 미성년 학생과 성관계를 하였을 경우 합의 하의 성관계인지를 묻지 않고 교사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은 아동 리얼돌은 내재적으로 미성년자의 학대와 관련되어 있고, 미성년자의 착취, 성적 대상화, 강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아동 리얼돌이란 인형, 마네킹, 로봇으로 미성년자를 떠올리게 하는 외관을 가지며 성적 행위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정의규정을 뒀다. 이러한 아동 리얼돌의 수입, 운송도 금지하는데, 영국, 캐나다, 호주, 북유럽 등 대부분 국가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아동의 권익 보호는 아동의 부모에게 전적으로 맡길 수 없다. 아동권익 침해의 상당 비율은 보호자인 부모에 의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은 자신의 어떤 권익이 침해받고 있는지 제대로 인지하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리가 어떤 것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동의 권익 보호는 국가와 사회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우선 아동‘복지’법을 전면 개정하면 좋겠다. 법명부터 바꾸어야 한다. 아동의 권익은 복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 인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동권익기본법’을 제정하여 아동권익 보호를 위한 능동적 규정,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명문화하는 규정들을 추가해야 한다.


아동권익 보호를 위한 국가적 책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헌법이다. 우리 헌법은 제34조 ‘사회보장 등 규정’ 제4항에서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아동권익은 ‘복지’의 문제가 아닌 기본적 인권의 문제이다. 아동권익 보호를 위한 헌법규정의 미약함이 현재의 아동권익 부재 규정들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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