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에 해킹 프로그램 설치한 건 '무죄', 그걸로 SNS 대화 훔쳐본 건 '유죄'
노트북에 해킹 프로그램 설치한 건 '무죄', 그걸로 SNS 대화 훔쳐본 건 '유죄'
직장 동료 노트북에 해킹 프로그램 깔고 SNS 정보 알아내
1·2심 엇갈리며 일부 혐의만 유죄로⋯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확정
대법 "채팅 등 본 건 문제⋯단, 보안 안 걸린 노트북에 프로그램 설치한 건 무죄"

직장 동료의 노트북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SNS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냈더라도 당시 피해 노트북에 보안 설정이 없었다면 형법상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의 판단이 나왔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직장 동료가 쓰는 SNS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40차례에 걸쳐 대화 내용을 훔쳐본 사람이 있다. 피해자가 사용하는 노트북에 몰래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기에 가능한 범죄였다.
이 사건 가해자는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적용된 혐의 중 절반만 유죄였다. SNS 대화 내용 등을 임의로 내려받은 행위는 죄가 인정됐지만, 정작 노트북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한 자체는 무죄였다.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할 당시, 피해자 노트북에 잠금 등 보안장치가 걸려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6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직장 동료 SNS를 훔쳐본 이 사건 A씨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A씨에게 적용됐던 혐의는 ① 형법상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죄(제316조 제2항), ②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두 가지였다.
특히 형법상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죄(①)는 A씨가 직장 동료 노트북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을 때(❶), 그리고 해킹을 통해 알아낸 정보로 피해자 SNS에 로그인 했을 때 각각 적용됐다(❷).
1심은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타인의 SNS에 몰래 접속해 대화 내용 등을 내려받은 건 문제(❷)"라면서도 "노트북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낸 건 무죄(❶)"라고 했다. 로그인 정보 그 자체는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죄를 통해 보호하려는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그리곤 A씨 형량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이후 대법원도 2심 판결에 동의했다. 다만, 노트북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이 왜 무죄인가(❶)에 대한 판단 근거는 다소 달랐다.
대법원은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로그인 정보도 보호해야 할 특수매체기록엔 해당한다"며 "이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은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기술적 수단을 동원해 로그인 정보 등을 알아냈더라도, 노트북 자체가 '봉함'이 돼있지 않았으므로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기록 등 내용탐지죄가 성립하려면 비밀장치(피해자의 보안장치)와 기술적 수단(A씨의 해킹프로그램)이 모두 있어야 하는데, 비밀장치가 없었으니 설사 해킹으로 정보를 알아냈더라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A씨가 해킹 프로그램을 깔면서부터 모든 범죄가 가능했지만, 정작 그 행위 자체는 처벌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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