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는 외제차 타는데…3년 묵은 내 월급, 시효 지났어도 받을 수 있나요?
대표는 외제차 타는데…3년 묵은 내 월급, 시효 지났어도 받을 수 있나요?
2023년 퇴사 후 임금체불
노동청은 "민사 시효 3년 만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스타트업 초기 멤버로 합류해 연봉까지 낮춰가며 헌신했던 A씨. 그는 2023년 6월 퇴사 후 3년이 넘도록 1000만원대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대표 B씨는 회사가 어렵다는 핑계만 대면서 정작 자신은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4년 2월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다. 당시 대표의 간곡한 변제 약속을 믿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3년이 지난 지금, 노동청으로부터 "민사채권 시효는 3년"이라는 말을 들은 A씨는 밀린 임금을 영영 받을 수 없는 걸까?
민사 시효 3년 지났으니 끝?…대표의 지급 약속이 관건
결론부터 말하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들은 임금을 청구할 민사상 권리(소멸시효 3년)와 임금체불로 대표를 처벌할 형사상 권리(공소시효 5년)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A씨가 퇴사한 지 3년이 지나 임금을 달라고 할 민사상 권리의 소멸시효는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대표 B씨가 과거에 했던 지급 약속이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강헌 정현우 변호사는 “대표가 미지급 사실을 명확히 인정한 문자·확인서 등이 있다면 채무승인으로 시효가 중단됐는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채무자가 빚이 있음을 인정하면 그 시점부터 소멸시효 3년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유수 유수빈 변호사 역시 “대표가 체불금액을 구체적으로 인정했거나 이후 일부라도 변제했다면 채무승인에 따른 시효 문제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문자·카카오톡·녹음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 임원' 신분, 근로자성 부정되면 형사고소 어려울 수도
다만 A씨의 '초기 임원'이라는 신분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임금체불로 다투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목민 박현익 변호사는 “임원이더라도 실질적인 권한과 독자적인 역할이 인정되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자성이 부정되면 근로기준법 위반 고소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사전 입증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5년짜리 형사고소 카드, 처벌 압박해 합의 유도하는 '지렛대'
민사상 시효나 근로자성 문제와 별개로, 임금체불에 대한 형사 처벌 공소시효는 5년으로 아직 남아있다. A씨는 노동청 진정 당시 '추후 다시 진정을 제기하는 경우 사건을 다시 진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결정문을 받았다.
변호사들은 이를 근거로 지금이라도 형사고소를 통해 대표를 압박할 수 있다고 봤다. 형사고소가 돈을 직접 받아주는 절차는 아니지만, 처벌을 피하려는 대표가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길 길기범 변호사는 “대표가 전과자가 되지 않으려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형사 합의를 제안해 올 수밖에 없다”며 “형사 처벌 압박을 통해 돈을 받아내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형사고소가 만능은 아니다. 법무법인 한강 허은석 변호사는 “형사고소만으로 일괄 해결되기보다는, 처벌 부담이 지급을 유도하는 효과는 있어도 민사 절차 없이는 처벌만 이루어지고 금액은 그대로 남을 수 있다”고 짚었다.
외제차 타는 대표, 차라도 뺏어올 수 있나
A씨는 “차라도 뺏어올 수 있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변호사들은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박현익 변호사는 “어떤 이유에서든 차량을 임의로 빼앗아 오시면 절도죄나 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무겁게 처벌받아 오히려 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체불의 주체가 법인이라면 특별한 예외가 없는 한 법인 채무를 이유로 대표 개인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차량을 압류하려면 먼저 민사 소송을 통해 판결문과 같은 집행권원을 얻어야 한다. 이후 법적 절차에 따라 해당 차량이 법인 소유인지, 대표 개인 소유인지, 혹은 리스 차량인지 등을 파악한 뒤 강제집행을 검토할 수 있다.
결국 변호사들은 A씨의 경우, 대표의 채무 인정 자료를 확보해 민사 소송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남아있는 공소시효를 활용해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등 여러 절차를 동시에 검토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