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된 '임신 9주차' 아내 고속도로에 놓고 간 남편⋯사실이라면 남편은 최대 징역 7년
논란된 '임신 9주차' 아내 고속도로에 놓고 간 남편⋯사실이라면 남편은 최대 징역 7년
지난달 31일 올라온 글 "남편과 싸우고 고속도로에 버려졌다"
임신한 아내를 내버려 두고 간 것이 사실이라면? 남편에게 '유기죄' 성립될 수 있어
'유기죄' 넘어 '중(重)유기죄' 적용 가능하다는 분석도

최근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진 '고속도로에 남겨진 아내'의 이야기. 아내가 임신 9주차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만약 이 글이 사실이라면 남편은 과연 어떤 책임을 지게 될지 변호사들과 알아봤다. /셔터스톡
"남편이랑 싸우고 고속도로에 버려졌어요."
최근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진 '고속도로에 남겨진 아내'의 이야기. 운전하던 남편과 다툼을 하다 고속도로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아내가 임신 9주차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지난달 31일 아내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 따르면, 남편은 피곤한 상태로 고속도로를 운전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조수석에서 졸던 아내가 못마땅해 화를 냈다. 아내는 남편에게 사과했지만, 남편의 화는 잦아들지 않았다. 아내도 화가 난 나머지 "차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아내는 자신이 내린 곳은 고속도로 '갓길'이라고 했다. 당시 시간은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해당 글에 따르면 남편은 차를 운전해 가버렸고, 아내는 택시도 잡히지 않아 갓길에 계속 머물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가 도로 위에서 쓴 글에는 "경찰에 전화하라"는 등의 걱정하는 댓글이 달렸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남편은 과연 어떤 책임을 지게 될지 변호사들과 알아봤다.
변호사들은 이 글이 사실이라면 공통적으로 남편에게 '유기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기죄(형법 제271조)는 질병 등의 사유로 부조(扶助·도와줌)가 필요한 사람을, 법률상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유기할 경우 성립한다.
법률사무소 해밀의 박지용 변호사는 "유기죄에서 말하는 법률상 보호 의무에는 민법 제826조 1항에 근거한 부부간의 부양 의무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도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해당 조항(부부간의 의무)은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부부에게는 서로 법률상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런 가운데 임신한 아내를 심야에 도로에 놓고 갔으니, 남편의 행동은 유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아내의 임신 사실과 (사건 당시) 자정이라는 상황은 유기죄 성립에 높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정의 정지웅 변호사는 유기죄보다 강하게 처벌되는 '중(重)유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유기죄는 유기죄를 저질러 사람의 생명을 위험하게 했을 때 가중처벌되는 죄(형법 제271조 3항)다.
정 변호사는 "아내는 임신 9주차의 임산부이므로 유기죄에서 말하는 도움이 필요한 자'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런 사람을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고속도로에 내려놓고 떠난 것은 생명에 대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충분히 평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기죄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벌되는 것에 반해, 중유기죄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고속도로를 걸어 다니는 행위는 위법행위다. 도로교통법 제63조(통행 등의 금지)는 운전자 또는 보행자는 고속도로 등을 통행하거나 횡단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법률 자문

만약 아내가 고속도로를 걸었다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될까. 박지용 변호사는 "차에서 내려 고속도로를 통행 또는 횡단했다면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가 될 수 있다"며 "가만히 서있었다 하더라도, 도로와 매우 근접해 지나가는 차량을 방해하는 위치였다면 도로교통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번 사안의 경우 아내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임신한 아내는 고속도로를 횡단하거나 통행한 것이 아니고, 남편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고속도로에 유기당한 피해자이므로 도로교통법 제63조를 위반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아내는 남편의 유기죄 범행의 피해자라는 점과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소중한 어린 생명까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던 사정들이 참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용 변호사는 "남편이 차에서 내리도록 강제하는 등 불가피하게 내린 상황 등이 있다면 형법상 긴급피난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어질 수 있다"고 했다.
로톡뉴스는 한국도로공사에 사건의 아내처럼 고속도로 위에 남겨진다면 공단 측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문의했다. 공사 관계자는 "공단의 순찰팀이 고속도로를 순찰하고 있고, CC(폐쇄회로)TV를 통해 도로 위의 행인 모습이 확인된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하며,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도 CCTV로 행인이 확인되면 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