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vs. 개인' 그동안은 불 보듯 불리했지만⋯'집단소송제' 도입되면 이렇게 바뀝니다
'기업 vs. 개인' 그동안은 불 보듯 불리했지만⋯'집단소송제' 도입되면 이렇게 바뀝니다
2015년 '디젤게이트' 일으켰던 폭스바겐그룹⋯미국, 독일과 달리 5년째 한국 소비자 '무시'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집단소송제 도입되면, 달라질 부분을 정리해봤다

체급 차이가 너무 컸던, 애초에 '지는 싸움'이었던 기업과 개인의 소송. 뭉치지 못했던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대항 무기'가 하나 마련된다./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2015년. '디젤게이트(배출가스 조작 사건)'를 일으켰던 폭스바겐그룹에게는 한국은 만만한 나라였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내 소비자가 배상받은 건 '100만원 정비쿠폰'이 전부다. 이마저도 선심 쓰듯 지급해 비판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약 18조원을 현금으로, 독일에서도 차 값의 15%(최대 835만원)를 "물어주겠다"고 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배상 계획이 없다.
이 사건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가 거대 기업이고, 피해자가 소비자 개개인일 때. 엄청난 피해를 끼쳤을 때조차 기업은 대체로 뻣뻣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사모펀드 부실 판매, 라돈 침대 사태 역시 모두 마찬가지였다.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배상을 받아내지 못했다.
'기업 vs 개인'으로 체급 차이가 너무 컸던, 애초에 '지는 싸움' 이었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퍼플의 이정은 변호사 역시 "(지금까지) 개개인의 소비자는 기업보다 정보와 힘에 있어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확 바뀌었다. 뭉치지 못했던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대항 무기'가 하나 마련된다. 판도를 뒤집은 건 '집단소송제.' 미국과 독일에는 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없는 제도다.
이 제도가 앞으로 가져올 지각 변동을 정리했다.
집단소송제의 핵심은, 피해자 중 일부만 이기면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는다는 점이다. 또 입증 책임에 있어서 개개인의 부담은 덜어지고, 불법 행위를 한 기업의 부담은 당연히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법무부는 지난 23일 이러한 두 내용을 골자로 한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전격 입법 예고했다. "올해 안으로는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고, 여권의 청사진 역시 '12월 통과'를 그리고 있다.
변호사들은 이 제도를 어떻게 평가할까. "크게 두 가지 변화가 주목된다"고 했다. "기업보다 힘이 약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 여러 불합리를 개선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① 기업의 불법행위를 방지
법무법인 명재의 김성훈 변호사는 "윤리와 형벌만으로는 불가능한, 기업의 불법행위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학 관점에서는 결국 기업도 '합리적 인간'"이라며 "기업이 불법행위를 선택하는 건, 그 행위를 통해 얻는 이익이 형벌이나 과징금 등 손해보다 더욱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집단소송제의 도입으로 기업이 더 많은 돈을 배상하게 한다면, 이를 잘 알고 있는 기업들은 (알아서) 불법행위를 억제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법무법인 태일의 최재윤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기업의 부적절한 행위를 억제할 수 있다"며 "몇몇 비양심적인 기업을 퇴출시킬 수 있고,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며, 결국에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② 기업과 개인 사이 힘의 불균형 해소
또한 "현실적으로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기업과 개인 사이의 격차가 조정된다"고 김성훈 변호사는 밝혔다. 그 결과 "현행 제도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애매한 영역의 불합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현행 법체계로는 기업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사건이라도, 실제 개별 피해자가 배상을 받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업의 책임이 있는지, 그 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손해는 얼마인지 등을 일일이 개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 그 시간과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소송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그동안 많았다"며 이 때문에 "기업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충분한 책임을 지게 할 수 없었고, 피해자는 대체로 지는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이러한 불균등이 손해배상 절차에서만큼은 조정될 것"이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더엘의 김학영 변호사도 "개별적으로 권리 구제가 어려웠던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법률 자문

일부 언론에서는 집단소송제가 '기업을 죽이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우려하는 내용도 타당하지만, 그래도 궁극적으로 정착되어야 할 제도가 맞는다"며 "일부 지적은 시기 상조"라고 반박했다.
'집단소송제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합법적 협박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에 대해 이정은 변호사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실태일 뿐,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될 것이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건이 판결까지 가지 않고 화해로 마무리되는 미국과, 반대로 판결 결과에 주목되는 한국을 단순 비교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취지였다. 김성훈 변호사도 "기우에 가깝다"며 "한국과 미국은 법제와 사회적 풍토가 다르다"고 했다.
다만 "제도의 도입만큼 실제 법을 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고 변호사들은 말했다. 1심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다는 점(❶)과 자칫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❷)는 점이 "그렇다"고 했다.
이정은 변호사는 "과거 2016년~2017년 발의안에는 '국민참여재판' 내용이 없었는데 (이번에 포함된 것은) 상당히 의외"라며 "배심원 선정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상대 기업이 삼성 또는 LG 전자라면, 배심원 중에 해당 기업의 제품을 쓰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김학영 변호사는 "기준이 될 만한 판례가 충분히 쌓일 때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국민을 재판에 참여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집단소송제의 제일 중요한 점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 수준의 배상액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