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라서 참는 거예요" 경찰 발언⋯기분은 모욕적, 하지만 법으로 보면 모욕죄는 아니다
"아줌마라서 참는 거예요" 경찰 발언⋯기분은 모욕적, 하지만 법으로 보면 모욕죄는 아니다
대구 경찰, 조사받으러 온 참고인에 "아줌마"라고 부르며 고성
무례하게 들릴 수 있는 '아줌마', 모욕적인 표현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이 '아줌마' 발언을 했다가 '폭언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단체들은 "여성 비하는 물론 모독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줌마! 아가씨 같으면 소리치고 윽박지르겠는데 나이 많은 아줌마라서 참는 거예요!"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이 '아줌마' 발언을 했다가 '폭언 논란'에 휩싸였다. 한 여성단체는 "여성 비하는 물론 모독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사건은 얼마 전, 50⋅60대 여성 두 명이 경찰 조사를 받던 중에 일어났다. 경찰은 이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두 사람을 참고인으로 불렀다. 수사관은 두 참고인을 향해 아줌마라고 고성을 지르며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여성들은 수사관의 발언에 대해 여성 비하적인 폭언이라고 주장했다. 이 중 한 명은 당시 분위기에 대해 "(수사관에게) '아줌마'는 입에 밴 것 같았다"고 밝혔다.
'담당 경찰과 참고인'으로서 만난 공적인 자리인 참고인 조사. 이 같은 맥락에서 'OOO씨' 등의 존칭 대신 "아줌마"라고 말한 건 모욕적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아줌마는 실제로 '모욕적'인 표현으로 인정될까. 평소 친구 어머니, 식당 이모, 길 가는 어르신에게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던 아줌마.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는 표현인 건지 변호사들과 함께 알아봤다.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아줌마'라는 표현으로 죄를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률자문

법무법인 동서남북의 박은정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아줌마'라는 표현이 단독으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명예훼손은 사실을 적시(摘示·지적하여 보임)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 성립한다. 하지만 '아줌마'는 호칭일 뿐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사안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추상적인 판단이나 경멸적인 감정 표현을 처벌'하는 모욕죄는 어떨까. 박 변호사는 "욕설이나 인격을 멸시하는 표현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명율의 배장환 변호사도 "아줌마라는 표현은 우리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표현이고, 사전적 의미는 결혼한 여성을 지칭하는 것이며, 그 자체로는 듣는 이의 사회적 가치를 저하시킬 표현으로 보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고 '아줌마'라고 함부로 표현해선 안 된다. 아줌마를 다른 경멸적인 표현과 함께 사용하면 모욕죄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판례들을 살펴봤을 때, 재판부는 공통적으로 ①'아줌마'라는 발언과 ②인격을 멸시하는 표현이 함께 사용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욕죄로 결론 내렸다. 예를 들면 이렇다.
"뭘 봐 아줌마, 제정신이야. 머리가 이상해. 정상이 아니지. 머리가 돌았어?"
"물리치료는 저 아줌마가 받아야 한다. 몸이 비대하니깐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아줌마'라는 표현과 함께 경멸적인 다른 표현과 함께 사용됐다"며 "모욕죄가 성립되는 표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 인격을 멸시하는 표현으로 판단된다면 모욕죄 성립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상황에 비춰봤을 때 인격을 깎아내리는 표현으로 사용됐다면, '아줌마'도 모욕죄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배장환 변호사는 "남자를 상대로 여성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놀리거나 수치심을 주기 위해 공공연히 '아줌마'라고 부른 경우도 모욕에 해당할 여지가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배 변호사는 "우리 사회에서 (표현을) 사용한 이력이 어떠한지, 그 표현을 사용한 사람의 객관적인 의도와 듣는 이의 성별, 연령 등이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