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라서 참는 거예요" 경찰 발언⋯기분은 모욕적, 하지만 법으로 보면 모욕죄는 아니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아줌마라서 참는 거예요" 경찰 발언⋯기분은 모욕적, 하지만 법으로 보면 모욕죄는 아니다

2020. 04. 01 18:24 작성2020. 04. 02 18:32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대구 경찰, 조사받으러 온 참고인에 "아줌마"라고 부르며 고성

무례하게 들릴 수 있는 '아줌마', 모욕적인 표현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이 '아줌마' 발언을 했다가 '폭언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단체들은 "여성 비하는 물론 모독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줌마! 아가씨 같으면 소리치고 윽박지르겠는데 나이 많은 아줌마라서 참는 거예요!"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팀이 '아줌마' 발언을 했다가 '폭언 논란'에 휩싸였다. 한 여성단체는 "여성 비하는 물론 모독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사건은 얼마 전, 50⋅60대 여성 두 명이 경찰 조사를 받던 중에 일어났다. 경찰은 이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두 사람을 참고인으로 불렀다. 수사관은 두 참고인을 향해 아줌마라고 고성을 지르며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여성들은 수사관의 발언에 대해 여성 비하적인 폭언이라고 주장했다. 이 중 한 명은 당시 분위기에 대해 "(수사관에게) '아줌마'는 입에 밴 것 같았다"고 밝혔다.


'담당 경찰과 참고인'으로서 만난 공적인 자리인 참고인 조사. 이 같은 맥락에서 'OOO씨' 등의 존칭 대신 "아줌마"라고 말한 건 모욕적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아줌마는 실제로 '모욕적'인 표현으로 인정될까. 평소 친구 어머니, 식당 이모, 길 가는 어르신에게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던 아줌마.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는 표현인 건지 변호사들과 함께 알아봤다.


'아줌마' 무례한 호칭일 수 있지만⋯"모욕죄까지는 아니다"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아줌마'라는 표현으로 죄를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률자문
'법무법인 동서남북'의 박은정 변호사, '법무법인 명율'의 배장환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동서남북'의 박은정 변호사, '법무법인 명율'의 배장환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동서남북의 박은정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아줌마'라는 표현이 단독으로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명예훼손은 사실을 적시(摘示·지적하여 보임)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 성립한다. 하지만 '아줌마'는 호칭일 뿐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사안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추상적인 판단이나 경멸적인 감정 표현을 처벌'하는 모욕죄는 어떨까. 박 변호사는 "욕설이나 인격을 멸시하는 표현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명율의 배장환 변호사도 "아줌마라는 표현은 우리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되던 표현이고, 사전적 의미는 결혼한 여성을 지칭하는 것이며, 그 자체로는 듣는 이의 사회적 가치를 저하시킬 표현으로 보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맥락 고려해 '멸시'하는 표현으로 판단되면⋯"아줌마"도 모욕죄 인정될 수도

그렇다고 '아줌마'라고 함부로 표현해선 안 된다. 아줌마를 다른 경멸적인 표현과 함께 사용하면 모욕죄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판례들을 살펴봤을 때, 재판부는 공통적으로 ①'아줌마'라는 발언과 ②인격을 멸시하는 표현이 함께 사용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욕죄로 결론 내렸다. 예를 들면 이렇다.


"뭘 봐 아줌마, 제정신이야. 머리가 이상해. 정상이 아니지. 머리가 돌았어?"

"물리치료는 저 아줌마가 받아야 한다. 몸이 비대하니깐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아줌마'라는 표현과 함께 경멸적인 다른 표현과 함께 사용됐다"며 "모욕죄가 성립되는 표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 인격을 멸시하는 표현으로 판단된다면 모욕죄 성립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상황에 비춰봤을 때 인격을 깎아내리는 표현으로 사용됐다면, '아줌마'도 모욕죄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배장환 변호사는 "남자를 상대로 여성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놀리거나 수치심을 주기 위해 공공연히 '아줌마'라고 부른 경우도 모욕에 해당할 여지가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배 변호사는 "우리 사회에서 (표현을) 사용한 이력이 어떠한지, 그 표현을 사용한 사람의 객관적인 의도와 듣는 이의 성별, 연령 등이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