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300만원이 끝이 아니다"…음란전화 피해자
"벌금 300만원이 끝이 아니다"…음란전화 피해자
전문가들 "죄질 나빠 1천만원 청구 가능
정신과 기록이 '스모킹 건'
나홀로 소송 시 '이것'부터 챙겨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가해자에게 내려진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 그러나 6차례의 음란전화와 성관계 영상으로 일상이 파괴된 피해자 A씨에게 이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국가가 내린 단죄와 별개로, 자신의 '보이지 않는 상처' 값을 받아내기 위한 A씨의 외로운 민사소송이 막을 올렸다. A씨의 손에는 정신과 진료기록이라는 또 다른 '무기'가 들려 있었다.
형사 벌금은 '입장권'일 뿐…진짜 싸움은 민사 법정에서
국가가 가해자에게 벌금을 물렸다고 해서 A씨의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형사 처벌은 국가의 몫일 뿐, A씨가 입은 마음의 상처는 오롯이 민사 법정에서 스스로 입증하고 받아내야 하는 과제로 남는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민사소송 가능성을 매우 높게 봤다.
법무법인 대건 최준영 변호사는 "검찰이 구약식으로 300만 원의 벌금을 청구한 점은 가해자의 행위가 불법행위임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라며 "정신과 치료 기록까지 있다면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형사 사건의 유죄 판단이 민사소송에서 가해자의 책임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가 되는 셈이다.
'배보다 배꼽'…나홀로 소송, 독인가 약인가
A씨는 형사 사건 당시 변호사에게 큰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경험 때문에 '나홀로 소송'을 고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송 비용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라고 말한다.
서울종합법무법인 류제형 변호사는 "소송으로 얻으려는 금액(소가)을 고려할 때 변호사를 선임하면 경제성이 없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나홀로 소송'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는 손해의 발생과 그 정도에 대한 입증 책임이 전적으로 원고(소송을 제기한 사람)에게 있다"면서 "소장 작성만이라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소송의 첫 단추인 소장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재판의 향방과 배상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벌금의 2배? 천만원?"…내 고통의 가격, 어떻게 매길까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얼마를 청구해야 하는가'이다. 변호사들은 통상 형사 벌금액을 기준으로 삼되, 피해의 깊이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률사무소 강율 이한솔 변호사는 "통상 벌금액의 1배에서 1.5배 사이로 손해배상 액수가 결정된다"며 "일단 벌금액의 1.5배에서 2배로 청구한 뒤, 법원의 조정 과정에서 일부 감액하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적극적인 금액을 제시하는 의견도 있었다.
법무법인 숭인 임은지 변호사는 "정신과 치료 기록 등 피해 증거가 충분하다면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이상 청구도 타당하다"고 봤다. 나아가 법무법인 가림 이용수 변호사는 "벌금 횟수나 범행 정황을 볼 때 죄질이 상당해 1천만 원을 초과한 청구도 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A씨가 겪은 고통을 재판부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배상액이 결정되는 것이다.
다만, 시간이 많지 않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경고했다.
형사 처벌로 끝나지 않은 가해자의 책임을 묻기 위한 싸움에는, 망설일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