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막은 '수호자', 시장교란한 '미꾸라지'⋯"공공 배달앱 제작" 이재명이 기억될 이름은
독점 막은 '수호자', 시장교란한 '미꾸라지'⋯"공공 배달앱 제작" 이재명이 기억될 이름은
배달 시장의 지배자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율 인상 카드 꺼내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독점 횡포 막겠다"며 공공 배달앱 제작 선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관련 대책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의 민족'(배민)이 "수수료 제도를 변경하겠다"는 말을 꺼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매달 일정한 액수를 내면 무제한 배달을 연결해주던 정액제에서, 배달 건마다 비율대로 돈을 걷는 정률제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독점 기업의 횡포"라는 역풍을 맞은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까지 나서서 "(배민의)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로 시장 경제가 망가지고 있다"며 "독과점 배달 앱의 횡포를 막겠다"고 했다. 급기야 지난 5일에는 "공공 배달앱을 개발하겠다"라고까지 발표했다. 배달의 민족을 대체할 수 있는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 경기도민에게 무료로 배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지사의 발표 직후였던 지난 6일 배민은 "배달 수수료 변경안을 철회하겠다"며 백기를 들었지만, 경기도는 '공공 배달앱 개발 사업' 계획을 철회하지 않았다. 여전히 '공공 배달앱'이 시장에 진출할 여지가 남아있는 모양새다.

배민과 이 지사가 연일 공방을 벌이면서, 여론도 양측으로 나뉘었다. 이 지사를 지지하는 쪽 목소리가 훨씬 컸다. "독점 기업의 횡포를 억제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책무"라며 "경기도가 나서서 '배달의 민족'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배민 쪽에서는 "심판(경기도)이 선수로 뛰는 건 불공정 경쟁"이라며 "경기도가 참여하는 것이 진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정부인 경기도가 민간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배달앱 시장에 개입하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로톡뉴스는 경기도가 만들겠다고 발표한 '공공 배달앱'이 실제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변호사들과 함께 알아봤다.

경기도가 시장을 교란한다는 논란에 대해 변호사들은 의외의 의견을 내놨다. "오히려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법무법인(유) 세한의 박영동 변호사는 "현행 배달앱 시장이 사실상 독점에 가까워진 상황이라 경기도의 배달앱 진출은 경쟁을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의 대한변협이 인증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이다.
배달 시장앱을 양분하고 있는 '우아한 형제들(배민)'과 '딜리버리 히어로(요기요)'가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볼 때, 시장에는 배민의 경쟁상대가 마땅치 않다. 그러므로 이 시장에 경기도가 참여하면 시장의 경쟁이 활발해진다는 논리다.
박영동 변호사는 "현재 배민 등이 장악하고 있는 배달앱 시장에서 (경기도의) 공공 배달앱이 유력한 경쟁사업자로 부상할 경우, 배민 등 기존 배달앱 업체들도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하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좋은 이용조건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정거래법이 추구하는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명재의 이재희 변호사 역시 "지방자치단체(경기도)가 관할 구역 내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공공 배달앱을 개발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영리 목적으로만 운영하지 않는다면 법률 또는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이 변호사는 "공익적 기능이 큰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서서 직접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법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였다. 이 변호사는 대한변협이 인증한 형사법 전문이다.
실제 전북 군산시는 경기도에 앞서 '배달의 명수'라는 공공 배달앱을 발표했다. 소상공인은 수수료와 광고료를 낼 필요가 없고, 소비자들은 민간 배달앱에서는 받아주지 않는 군산 상품권으로 결제를 할 수 있어 할인된 가격으로 배달을 시킬 수 있다.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방 정부의 시장 참여가 무한정 용인받는 것 아니다. 지금 배민이 주도하는 배달앱 시장은 독점 시장에 가깝기 때문에 경기도의 시장 진입이 문제가 없다는 분석일 뿐, 앞으로도 계속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박영동 변호사는 그 기준을 이렇게 제시했다. "(경기도가) 소상공인⋅소비자들을 위해 보다 유리한 조건의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 배달앱 시장에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나, 기존 배달앱 사업자들이 좀 더 나은 서비스와 조건을 제공하도록 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사기업의 자유를 말살시킬 정도로 운영하는 것까지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수준까지는 괜찮지만, 오히려 사기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가 되어 시장 경쟁을 훼손한다면 문제라는 취지다.
만약 박 변호사가 가정한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경기도는 배민과 똑같은 위치에서 다른 국가기관의 규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정부도 수익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사업자로서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고, 공정거래법에 따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나 불공정행위로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