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노모자이크 시신'이었나…설악산이 "구조비 청구" 대신 충격 요법 쓴 법적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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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노모자이크 시신'이었나…설악산이 "구조비 청구" 대신 충격 요법 쓴 법적 속사정

2026. 02. 03 17:1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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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노모자이크' 시신 경고판, 최근 온라인서 재조명

"오죽했으면" vs "너무 끔찍해" 갑론을박 여전

설악산 국립공원 출입금지 구역에 설치됐던 경고판. 추락사한 등산객의 시신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사용해 논란을 빚었으나, 현재는 철거된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설악산 국립공원의 경고판 사진이 다시금 퍼져나가고 있다. 문제의 사진은 2023년 설악산 토왕성폭포 인근 출입금지 구역에 설치되었던 것으로, 추락사한 등산객의 시신 모습을 모자이크 없이 적나라하게 담고 있어 큰 충격을 줬던 바로 그 안내판이다.


해당 표지판은 논란 끝에 철거되고 새로운 안내판으로 교체된 상태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다시 회자되는 이 사진을 두고, 네티즌들은 여전히 "유족에 대한 배려가 없는 혐오물"이라는 비판과 "목숨 걸고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이 정도 경고는 해야 한다"는 옹호론으로 맞서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반응은 "저렇게 끔찍한 사진을 쓸 게 아니라, '구조 시 헬기 비용 5000만 원 청구'라고 적어 놓으면 해결될 일 아니냐"는 현실적인 지적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국립공원공단이 돈이라는 가장 확실한 채찍 대신, 욕먹을 각오를 하고 공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뼈아픈 법적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5천만 원 내라"고 써붙여도... 법적으로는 효력 0


"이곳은 위험 지역이니 구조대 출동 시 비용 5천만 원을 청구합니다."


만약 국립공원이 시신 사진 대신 이런 문구를 붙였다면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경고문은 법적 효력이 없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때는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법률유보의 원칙). 하지만 현재 '자연공원법'이나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어디에도 출입 금지 구역에 들어간 사람에게 구조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공단 측이 일방적으로 "돈을 내라"고 써 붙인다고 해서, 실제 사고 발생 시 등산객에게 돈을 받아낼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죽으러 들어간 사람도 살려야 한다"... 국가의 딜레마


더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의 의무에 있다. 헌법 제10조에 따라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119 구조대 역시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쉽게 말해, 세금을 내는 국민이 위험에 처했다면 그가 비록 하지 말라는 짓을 해서 사고가 났더라도, 국가는 조건 없이 그를 구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돈을 내야 구해준다"는 조건을 다는 것은 국가의 기본 의무와 충돌할 소지가 크다.


미국 일부 주처럼 무모한 행동으로 인한 구조 비용을 청구하는 법률이 한국에는 아직 없다. 따라서 헬기가 뜨고 수십 명의 구조대가 투입되어 수천만 원의 혈세가 깨지더라도, 현행법상 구조된 사람에게 청구서를 내밀 방법은 없다.


과태료는 고작 '50만 원'


그렇다면 출입 금지 구역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무대포 등산객'들에 대한 처벌은 어떨까.


놀랍게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자연공원법상 출입 금지 구역 위반 시 부과되는 과태료는 최대 50만 원에 불과하다.


실제로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설악산 사망사고 25건 중 절반 이상이 불법 산행 때문이었다. 경고판은 철거됐지만, 이를 비웃듯 차단 시설을 넘어가는 등산객들은 여전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없다 보니, 국립공원 측이 시각적 충격을 주는 충격 요법에 의존했다가 철거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라며 "과태료를 대폭 상향하거나, 고의적인 위법 행위에 대한 구조 비용 청구 근거를 법제화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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