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천재성, 절반은 아내 몫?…한국 법으로 따져본 '1984' 저작권
조지 오웰의 천재성, 절반은 아내 몫?…한국 법으로 따져본 '1984' 저작권
'동물농장'과 '1984'의 숨은 창작자
한국 저작권법으로 본 부부 창작의 법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세기 문학의 신화, 조지 오웰. 그의 펜 끝에서 탄생한 『동물농장』과 『1984』는 시대를 관통하는 걸작으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이 거대한 성취 뒤에 철저히 지워진 이름이 있다. 바로 그의 첫 번째 아내, 아일린 오쇼네시다.
옥스퍼드 문학 장학생이자 심리학 석사였던 그녀는 오웰의 글을 교정하고 타자했을 뿐 아니라, 『동물농장』을 함께 기획하고 매일 밤 원고를 함께 썼다는 기록이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오늘날 한국 법정에 선다면, 아일린은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공동저작자' 지위 소급 인정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시점에서 아일린의 유족이 저작재산권(로열티 등)을 주장하기는 어렵다. 한국 저작권법상 저작재산권은 저작자 사후 70년간 존속하기 때문이다. 1945년에 사망한 아일린은 2015년에, 1950년에 사망한 오웰은 2020년에 이미 보호기간이 만료되어 '공공의 재산'이 되었다.
하지만 이름을 되찾는 일은 가능하다. 저작권법상 공동저작자 지위는 사후에 새롭게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창작 당시의 사실관계에 의해 객관적으로 결정된다.
비록 오웰 단독 명의로 출판되었더라도, 아일린이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증거(서신, 증언, 원고 수정본 등)가 있다면 사후 재평가를 통해 원래 존재했던 '공동저작자 지위'를 법적으로 확인받을 수 있다. 이는 문학사적 명예를 회복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부부간 창작 기여⋯ 단순 조력인가, 공동창작인가
법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퉈질 쟁점은 아일린의 행위가 단순 조력인지 창작적 기여인지 여부다.
단순히 완성된 원고를 타자기로 옮기거나(타이핑), 오탈자를 고치는 행위(단순 교정), "이런 소재는 어때?"라고 제안하는 것(단순 아이디어 제공)은 원칙적으로 저작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일린이 오웰과 매일 밤 원고를 함께 쓰며 문장을 다듬고, 특히 그녀의 시 「세기말, 1984」의 세계관이 소설 『1984』의 뼈대가 되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판례에 따르면 '창작의 자유와 재량권을 가지고 저작물의 표현형식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면 공동저작자로 인정된다. 아일린의 심리학적 지식이 오웰의 작품 속 인물 묘사에 녹아들었다면, 이 역시 실질적 기여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아일린, 계약서 없어도 권리 주장 가능할까
우리 저작권법은 '무방식주의'를 택하고 있다. 저작권은 창작한 때부터 즉시 발생하며, 등록이나 계약서 같은 형식적인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일린과 오웰 사이에 서면 계약이 없었더라도, 실제 창작 사실만 입증된다면 권리는 발생한다. 특히 저작인격권인 '성명표시권'은 일신전속적 권리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 오웰이 아내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면, 이는 계약 유무와 상관없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아일린이 오웰 측에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만약 아일린이 생존해 있고 보호기간 내라면, 그녀는 조지 오웰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공동저작물의 이익 배분은 기여도에 따르는데, 기여도가 명확하지 않으면 균등(50:50)한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이름을 숨긴 행위에 대해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도 청구 가능하다. 아일린이 스스로를 "온건한 강제수용소에 갇힌 것 같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고통받았다면, 이는 중대한 인격권 침해로 간주될 수 있다.
현행 한국 저작권법과 유사 판례를 기준으로 예측해 본다면, 작품의 세계적 가치와 의도적 은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적게는 100억 원에서 많게는 300억 원대 이상의 손해배상액과 위자료가 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