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솜방망이', 미국선 '징벌적 철퇴'...쿠팡이 진짜 두려워하는 법의 심판은
한국선 '솜방망이', 미국선 '징벌적 철퇴'...쿠팡이 진짜 두려워하는 법의 심판은
한국 공정위 '영업정지' 만지작
美선 '증권거래법 위반' 집단소송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두고 한국과 미국의 법적 리스크가 극명하게 갈린다. 한국에선 과징금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에선 증권거래법 위반 집단소송으로 거액 배상 위험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및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아이러니한 법적 현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규제 당국이 '영업정지'라는 초강수를 언급하며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쿠팡 경영진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한국의 행정처분이 아닌 미국 법원의 집단소송이라는 분석이다.
2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는 고란 기자가 출연해 쿠팡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의 상이한 법적 리스크를 심도 있게 다뤘다.
"영업정지? 현실적으론 과징금"... 딜레마에 빠진 한국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쿠팡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방송을 통해 "피해 회복 조치가 미흡할 경우 영업정지 처분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졌다. 고란 기자는 방송에서 "영업정지를 내릴 경우 쿠팡맨(배송기사) 등 관련 종사자 40만 명과 23만 개 입점 업체, 그리고 소비자가 당장 피해를 본다"며 "현실적으로는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 부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법적 절차도 까다롭다. 전자상거래법상 영업정지는 ▲행위 중지 ▲시정 조치 ▲재발 방지 조치 명령을 거친 뒤에도 개선되지 않을 때 내릴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소비자 불편이나 공익 침해 우려가 크면 영업정지를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문제는 과징금 액수다. 쿠팡의 연 매출은 50조 원에 달하지만, 과거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볼 때 과징금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최근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으로 과징금 상한이 매출액의 3%에서 10%로 상향됐지만, 이번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고란 기자는 "법은 소급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쿠팡은 개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특별법 제정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소급 입법 논란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범석을 떨게 하는 건 '美 증권거래법'... 징벌적 배상 공포
한국에서의 제재가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미국에서의 상황은 심각하다. 쿠팡의 모기업 쿠팡Inc가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쿠팡을 상대로 한 주주들의 집단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쟁점은 개인정보 보호법이 아닌 증권거래법 위반이다.
고란 기자는 "미국은 공시 의무가 매우 엄격하다"며 "내부적으로 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즉시 알리지 않아 주가 하락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소송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송을 제기한 측은 쿠팡이 내부 정보 유출을 수개월간 은폐해 투자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가 활성화되어 있어, 패소할 경우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진행자 김태현 변호사는 "돈은 한국 소비자에게서 벌어가는데, 배상금은 미국 주주들이 가져가는 셈"이라며 "한국 피해자들은 정작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