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더 글로리' 속 궁금증, 20년 전 학폭 가해자 법으로 처벌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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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글로리' 속 궁금증, 20년 전 학폭 가해자 법으로 처벌할 수 있나

2023. 02. 04 10:31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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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 대한 궁금증을 법률가의 시선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넷플릭스 페이스북 캡처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극을 그린 송혜교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법률가의 시선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드라마 정주행을 마친 '국내 1호'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노윤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사월)가 질문에 대해 직접 답했다.


*해당 콘텐츠에는 드라마 '더 글로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Q. 고등학생이던 학교폭력 가해자들(박연진 등)은 문동은을 폭행하고, 고데기로 온몸을 화상투성이로 만들고, 목을 조르고,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가혹하게 학대합니다. 약 20년 전인 극 중 시점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이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요?

노윤호 변호사 "학교폭력예방법은 지난 2004년 7월 30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가해 행위가 그 이전에 있었다면 학교에서도 학교폭력으로 징계 처분 등을 내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 이후에 발생했다면, 20년 전이라고 하더라도 가장 무거운 처분인 퇴학⋅전학 등이 나올 사안입니다. 그런데 사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폭력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드라마와 같은 학교폭력 축소⋅은폐가 더욱 쉽게 이뤄질 수 있던 환경이었죠. 특히 학교폭력 신고와 조사, 학교폭력위원회 개최 등이 모두 학교 안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더 손쉬웠죠. 학교에서 임의로 학폭위를 열지 않거나, 신고 자체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극을 그린 송혜교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캡처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극을 그린 송혜교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캡처


실제 지난 2004년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되고 시행됐지만, 제대로 작동하지는 못했다. 지난 2011년 말, 대구에선 한 중학생이 지독한 학교폭력을 당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가해자들이 돈을 빼앗거나 무차별 폭행을 하고 물고문을 했다고 쓰여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2012년 2월 또 한번 법이 개정됐고, 이후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학교전담경찰관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역시 학교폭력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또다시 대구에서 고등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동급생 가해자들의 상습적인 괴롭힘과 폭행, 그리고 금전 갈취가 원인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쪼그려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는 CC(폐쇄회로)TV가 공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Q. 그렇다면, 2023년 현재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노윤호 변호사 "지금은 상황이 다소 달라졌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이 처음 시행됐을 때만 해도 처벌에 특별한 기준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2012년 이후 학폭위에서 심각성⋅지속성⋅고의성⋅반성 정도⋅화해 정도 등을 적용 기준으로 객관화해 징계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 외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에도 신고할 수 있고, 학교폭력위원회가 각 지방자치단체 교육지원청에서 열리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학교폭력 축소⋅은폐는 쉽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면 20년 전과 달리 가해자들이 가장 무거운 처분인 퇴학⋅전학 등의 조치를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만 14세 이상으로 촉법소년이 아니기 때문에, 소년보호 재판이 아닌 형사재판으로 처벌받게 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일부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은폐하려 했다는 뉴스는 여전히 들려오고 있다. /넷플릭스 캡처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일부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은폐하려 했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넷플릭스 캡처


그런데 여전히 학교폭력 신고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폭력을 축소⋅은폐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고(제19조 제1항) 누구든지 학교폭력을 신고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제20조 제5항) 있는데도 말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복합적으로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해당 규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게 한몫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하면 안 된다'고 규정은 하고 있지만, '이를 어겼을 때 어떻게 처벌한다'는 규정은 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Q. 만약 문동은이 20년 전의 학교폭력 피해에 대해 사적복수 대신 지금이라도 고소를 선택한다면, 가해자들이 처벌받을 수 있을까요? 민⋅형사상 시효가 남아있는지 등이 궁금합니다.

노윤호 변호사 "가해자들의 행위는 상해, 특수상해, 특수강제추행 등에 해당합니다. 특수상해죄의 경우 단체 또는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성립하는 죄로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형법 제258조의2 제1항).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처벌이 어렵습니다. 상해죄의 공소시효는 7년, 특수상해죄도 10년, 특수강제추행죄도 10년이기 때문에 형사 처벌이 불가능합니다.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하더라도 손해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있기 때문에 민사소송도 불가능합니다."


Q. 문동은은 피해 당시 가해자 측과 자퇴서 수정 등 합의를 원하지 않았지만, 대신 문동은의 어머니가 거액을 받고 합의해줍니다. 문동은의 의사와 상관 없는 합의, 문제가 없는 걸까요?

노윤호 변호사 "당시 문동은의 어머니는 법적 친권자(미성년 자녀의 법률행위를 대리할 권리가 있는 사람)였기 때문에 법정 대리인으로서 합의서에 대신 서명을 하고, 합의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합의서 자체는 유효합니다. 하지만 해당 합의금을 문동은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문동은을 유기한 채 합의금을 가지고 잠적해 버린 이상 문동은은 어머니의 친권을 제한하거나, 상실시킬 수 있습니다. 판례는 '자녀의 재산을 자기 이익을 위해 함부로 처분하거나, 친권 행사를 자녀의 이익과 명백히 상반되게 행사하는 등 사회통념상 친권 행사로 승인할 수 없는 경우'에 이를 친권 남용으로 보고 있습니다."


Q. 부모가 미성년자인 피해자 의사와 별개로 합의했을 때, 피해 당사자가 이를 부정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노윤호 변호사 "형사 사건의 경우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판례를 보면, 부모가 성폭행당한 자녀의 동의 없이 합의서를 써준 사안에 대해 이를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 판례가 있습니다."


미성년자의 법적 친권자는 법정 대리인으로서 합의서에 대신 서명을 하고, 합의를 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미성년자의 법적 친권자는 법정 대리인으로서 합의서에 대신 서명을 하고, 합의를 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노 변호사가 말한 판례는 지난 2013년 서울고등법원에서 나왔다. 한 성인 남성이 중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이었다. 당시 피해자의 아버지가 법원에 합의서를 제출했지만, 피해자는 법정에서 "가해자의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법원은 "가해자의 범행으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것은 피해자 본인"이라며 "피해자와 실질적으로 합의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볼 때 합의서를 가해자에게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Q. 드라마 속 문동은은 복수를 위해서 법을 어기는 것을 망설이지 않습니다. 드라마 속 문동은의 행동은 어떤 죄로 처벌될까요?

노윤호 변호사 "우선, 쓰레기를 뒤져 약점을 잡고 이를 바탕으로 협박을 한 점은 협박죄 혹은 강요죄가 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가해자 중 한 명인 이사라에게 '마약투약'을 빌미로 협박해 돈을 받아낸 경우는 공갈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가해자들을 미행하는 건 스토킹처벌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천식 환자인 담임에게 호흡 곤란을 유발할 수 있는 꽃을 의도적으로 선물했다면 상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Q. 극 중 환자가 병원장을 살해하는 에피소드도 나옵니다. 이후 그 환자는 교도소에서 피해자 유족인 주여정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실제 현실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가요?

노윤호 변호사 "현실이라도 교도소에서 가해자가 피해자 유족의 주소 등을 알고 있다면 편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편지를 보내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드라마처럼 가해자가 피해자 유족의 주소 등을 알고 있다면 편지를 보낼 수 있고,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노윤호 변호사는 말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드라마처럼 가해자가 피해자 유족의 주소 등을 알고 있다면 편지를 보낼 수 있고,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노윤호 변호사는 말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 이유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에 따라서다. 해당 법은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 시설의 안전 등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만 이를 제한할 수 있다. 교정 당국이 서신 내용을 미리 살펴볼 수도 있지만, 이것 역시 법에 정해져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편지를 받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거나,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이다. 실제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착취물을 제작해 징역 42년형이 확정된 조주빈도 수감 중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해 논란이 됐다. 이것 역시 조주빈이 수감 중 외부로 보낸 서신을 다른 사람이 블로그에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추후 네이버에서 해당 블로그를 폐쇄하긴 했지만, 서신을 보내는 것 자체를 막을 순 없었다.


Q. 가해자가 보낸 편지 내용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지 등이 궁금합니다.

노윤호 변호사 "만약 편지의 내용에 협박 등 겁을 주는 내용이 담겨있다면 협박죄로 고소하는 게 가능합니다. 또한 원하지 않는데도 반복적으로 편지를 보낸다면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편지 등을 보내지 못하도록 잠정조치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Q. 최근 더 글로리, 모범택시, 약한 영웅 등 사적복수를 다룬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법조인으로서 이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법률사무소 사월'의 노윤호 변호사. /로톡뉴스DB
'법률사무소 사월'의 노윤호 변호사. /로톡뉴스DB

노윤호 변호사 "법으로 처벌을 집행했을 때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에 사적 복수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우리나라의 처벌 수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은 아닌지, 객관적으로 비교해 국민의 법 감정에 맞는 형량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2년마다 발표하는 OECD 회원국 정부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우리나라의 사법제도 및 법원에 대한 신뢰도는 43개국 중 41위를 차지했다. 거의 꼴찌에 가깝다. 이것이 시사하는 게 무엇인지 법원, 그리고 검찰과 경찰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현대 국가의 사법제도는 어떤 경우에도 '사적 복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의 법 감정과 실제 선고 사이의 괴리가 커질수록 이런 사적 복수는 더 이상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게 될지 모른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경찰·검찰·법원이 '정의를 실현해줄 거다'라고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해당 콘텐츠는 로톡뉴스와 미디어스타트업 얼룩소(alookso)와 함께 기획하여, 얼룩소에 1월 20일 먼저 발행되었습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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