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 3개월 만에 단 1건 의결…기한 만료 앞둔 이태원 특조위, 남겨진 과제는
출범 1년 3개월 만에 단 1건 의결…기한 만료 앞둔 이태원 특조위, 남겨진 과제는
조사 기한 종료 앞두고 310여 건 여전히 '진행 중'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전 위원장 "특검 요청·압수수색 등 강제 권한 절실"
국가 배상 책임 회피 정황도

19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특조위 조사 기한 만료를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마감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1년 3개월간 특조위가 내놓은 공식 결과는 단 1건에 불과하다.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송해진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전 위원장은 특조위(10·29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지지부진한 조사 상황에 대해 "앞이 캄캄한 상황"이라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특조위의 공식 조사 기한은 오는 9월 16일까지다.
310여 건은 여전히 조사 중…지연된 이유는?
현재 특조위에 접수되어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은 310여 건에 달한다. 하지만 조사가 완전히 마무리되어 의결된 건은 단 1건뿐이다.
이마저도 참사 원인이나 책임 규명이 아닌, 참사 당시 구조를 도왔다 숨진 이태원 상인을 희생자로 인정한 결정이었다.
조사가 늦어진 배경에는 내부 조직 문제와 외부 비협조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송 전 위원장은 "지난 5월에 위원장님이 사퇴하셨고, 6월 말에 새 위원장님이 취임하셨다. 그다음에 조사를 총괄하는 진상규명조사국장이 8월 초에 해임되었다"며 조직 내부의 분란을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행정기관의 노골적인 비협조다. 송 전 위원장은 "정부 부처 등 행정기관이 자료 제출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은 것도 조사 지연의 한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특별법상 행정기관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더라도 과태료만 부담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의 알권리 역시 정보공개청구와 이의신청 등 복잡한 행정 절차에 가로막혀 수개월씩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한 연장보다 조사 권한 강화가 선행돼야"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는 특조위 기한을 1년 연장하는 법안이 올라가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단순한 기한 연장에는 회의적이다.
송 전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기한만 연장된다면 오늘의 결과가 1년 뒤에도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크다"며 강제 수사권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별법 발의 초기안에 포함되었다가 여야 합의 과정에서 삭제된 자료 '제출 거부 시 형사처벌 조항', '압수수색 영장청구 의뢰 조항', '특검 요청권' 등의 부활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10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현재 운영 중인 검경합동수사팀의 존립 근거마저 불분명해질 수 있어, 특조위의 권한 강화는 더욱 시급한 법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참사' 대신 '사고' 고집한 정부…배경은 "국가 책임 회피"
조사 과정에서 정부가 법적 배상 책임을 회피하려 한 정황도 문서로 확인됐다. 지난 7월 특조위가 행정안전부 현장 조사를 통해 확보한 회의록에 따르면, 참사 발생 다음 날 열린 첫 회의의 유일한 안건은 명칭 문제였다.
송 전 위원장은 해당 회의록을 두고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부르는 명칭 문제가 논의됐다"며 "당시에도 어떻게 수습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책임을 돌릴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법률적으로 '참사'와 '희생자'라는 명칭은 국가의 중대한 과실과 국가배상책임을 직·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어, 정부가 이를 선제적으로 통제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송 전 위원장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헌신하는 조사관들을 언급하며 "조사관들이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라고 호소했다.
조사 기한 만료까지 남은 시간은 단 36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