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얼마나 더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처벌할 겁니까? LH 사태로 본 법원의 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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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얼마나 더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처벌할 겁니까? LH 사태로 본 법원의 자비

2021. 03. 08 19:30 작성2021. 03. 09 10:03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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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 신도시 투기 사태⋯전·현직 13명이 100억원대 투자해 여론 뭇매

강력처벌 목소리 높지만⋯"처벌 어려울 것" 예상

비위 정황 있어도 처벌 피할 수 있는 건 '직무 관련성' 때문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일해야 하는 공기업 직원들이 오히려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투기 잔치를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의 분노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당연히 엄벌에 처해야 할 텐데, 의외로 "형사처벌은 어려울 수 있다"는 해석이 줄을 이었다. 왜 그럴까.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LH가 쏘아 올린 공이 우리 사회를 분노와 허탈감 속에 빠트렸다. 지난 2일 LH 일부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발표 전 100억원대 선(先) 투자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일해야 하는 공기업이 오히려 투기 잔치를 벌인 셈이다.


일반인들은 마음먹기조차 어려운 과감한 액수였다. 최초 고발에 나선 민변과 참여연대는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실한 정보가 없었다면, 수십억원을 대출받아가며 농지를 사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연히 엄벌에 처해야 할 텐데, 의외로 "형사처벌은 어려울 수 있다"는 해석이 줄을 이었다. 처벌의 구성 요건인 '직무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까다롭다는 이유에서였다 .


이러한 우려가 사실인지 입증하기 위해, 로톡뉴스가 직접 판결문을 검색해봤다. 그 과정에서 한 판결문을 만났다. 실제로 이 판결에 따르면 LH 직원들은 모두 '무죄'다.


호재의 순간마다, 곁에 있었던 공무원 친구

A씨는 강원도의 한 지역 5급 공무원이었다. 2000년부터 10년 넘게 지역 내 도시개발과 관련한 직무만 전담해왔다. 도로과부터 건축과까지, 그가 거치지 않은 부서가 없었다.


그런 A씨가 부동산개발업자인 B씨를 처음 만난 건 한 친목 모임에서였다. 그리고 B씨는 A씨를 만난 이후로 유독 '호재'를 많이 맞았다.


매입해둔 토지 위로 운 좋게 도로가 나면서 시세차익을 얻었고, B씨가 사둔 산이나 농지였던 토지는 쉽게 개발용으로 허가가 났다. 2007년부터 B씨가 개발에 착수한 토지 면적만 3만 3000㎡, 축구장 5개에 가까운 광활한 크기였다. 또한 B씨가 매입한 모텔이 도시개발사업 부지에 포함되는 일도 있었다. 이때 B씨가 받은 보상금은 12억원이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A씨는 B씨의 개발사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부서에서 근무했다.


"사실상의 영향력 발휘한 뇌물 범죄" vs. "직무 관련성 크게 없다" " 엇갈린 1, 2심

뇌물과 부동산개발업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두 사람은 자신들의 행동을 '대가성이 없는 우정'으로 포장했다.


그러면서 ①공무원인 A씨의 담당 업무와 B씨의 개발사업 등은 관련성이 없고 ②호재로 이어진 정보도 B씨가 발품을 팔면서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③B씨가 A씨에게 시세의 반값으로 아파트를 판 것은 개인적인 친분과 호의였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민지현 부장판사)는 이들이 주장한 우정은 "엄연한 유착"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곤, B씨가 A씨에게 반값에 넘긴 아파트 매매대금의 차액만큼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인정한 뇌물액만 9200만원이었다.


민지현 부장판사는 "사무분장에 따라 현실적으로 담당하지 않은 직무라도, 영향력을 미쳤다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A씨는 자신의 관할구역 내에서 개발사업을 운영하는 B씨에게 각종 편의를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명시했다.


단순히 호의로 베풀기에는 반값 아파트는 과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 결과 A씨는 징역 5년에 벌금 9200만원, 거기에 인정된 뇌물액만큼 추징되는 무거운 벌을 받았다.


그러나 2심에선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재판장 김재호 부장판사)는 1심에서 인정됐던 모든 직무 관련성을 배척했다.


김재호 부장판사는 "A씨가 수행해온 직무들이 B씨의 각종 개발사업과 연관된 부분이 있다"면서도 "A씨가 '직접' 개발사업의 인허가를 내줬거나, B씨에게 유리한 공사가 착수되도록 실행시킨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호재가 된 정보를 A씨가 알려줬다는 증거가 없고, 그저 A씨가 다년간 관련 직무에 종사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추측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발품을 팔아 호재 정보를 얻었다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반값 아파트도 문제 삼지 않았다. 시세보다 싸게 내주긴 했지만, 오래된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상한 거래가 아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2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뇌물죄에서의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변호사들 "직무 관련성 요건 때문에 처벌 어려운 안타까운 상황"

이러한 판결 기조를 LH 직원들에게도 적용한다면, 이들에 대한 단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LH 직원들을 처벌하려면 해당 신도시 지정 단계부터 '직접' 참여한 사람이어야만 된다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처럼 ▲다른 지역본부에 소속해서 ▲보상 업무 담당자로 일한 직원들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관련 업무에 종사하다 보니 자연스레 부동산 정보를 많이 알게 된 것"이란 일부 LH 직원들의 주장에도 힘이 실리게 된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공신'의 이삼윤 변호사, 법무법인 미담의 이광웅 변호사. /로톡DB
(왼쪽부터) '법무법인 공신'의 이삼윤 변호사, '법무법인 미담'의 이광웅 변호사. /로톡DB


이번 LH 사태와 더불어 해당 판결문을 살펴본 변호사들은 안타까움을 전했다. 처벌이 필요한 상황이고, 관련 법령도 있는데 실제론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14년간 판사와 검사로 모두 재직했던 이삼윤 변호사(법무법인 공신)는 "2심의 판결이 A씨의 직무 관련성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며 "뇌물죄 특성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영향력까지도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설시한 1심의 판단이 바람직해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공무원의 부패행위에 관해 처벌할 때는, 직무 관련성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법무법인 미담의 이광웅 변호사는 "LH 부동산 투기 사건을 지켜보면서 반드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정작 부패방지법 같은 법조가 있어도, 직무 관련성이라는 구성 요건 때문에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경색된다"고 우려했다.


이광웅 변호사는 "공무원이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면, 그 사실 자체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며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에 한해서만 위법 여부를 따진다면, 일반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판결이 나오기 어렵다"고 전했다.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정보들로 불거진 사태. 하지만 직무 관련성 입증이 어긋나는 것만으로도, LH 관계자들이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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