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대신 일당 올려줬다" 수년간 주휴수당 안 준 건설업자…항소심도 무죄
"수당 대신 일당 올려줬다" 수년간 주휴수당 안 준 건설업자…항소심도 무죄
민사상 지급 책임 인정돼도
'포괄임금 오인' 정당하면 형사처벌 불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년간 일용직·상용직 근로자들에게 주휴수당 287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업자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사후에 민사상 주휴수당 지급 의무가 인정되더라도, 포괄임금 약정이 성립한 것으로 오인할 만한 정당한 사정이 있었다면 형사처벌 대상인 법 위반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수당 대신 일당 1만 원 인상"…퇴직 후 2870만 원 주휴수당 미지급 혐의
대구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3년부터 2022년 사이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3명에게 주휴수당 총 약 2870만 원을 퇴직 후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다른 근로자 1명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조건을 명시한 서면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은 혐의도 함께 받았다.
조사 결과 A씨는 근로자들에게 기본급과 법정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일당에 근무일수를 곱한 금액을 매달 지급해 왔다.
2017년경 근로자들이 주휴수당 지급을 요구하자, A씨는 수당을 따로 주는 대신 일당을 1만 원씩 올려주기로 구두 약정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근로자들은 퇴직 후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민사재판에서는 근로자들의 청구가 전부 인용됐다.
1심 "포괄임금 오인 정당성 인정"…근로계약서 미교부만 벌금 50만 원
1심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홍은아 판사는 A씨의 주휴수당 미지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근로계약서 미교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민사상 주휴수당 지급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형사상 고의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서면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아 계약 내용이 불명확했던 점, A씨가 법정수당을 포함해 일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믿었을 가능성이 있는 점을 짚었다.
아울러 근로자들이 근무 당시 주휴수당을 청구하거나 조건을 바꿔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고, A씨가 명절 보너스 등을 줄이는 대신 퇴직금을 정상 지급하는 등 임금을 정산해 온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검사 항소 기각…"민사 책임과 별개로 '법률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 있어"
검찰은 근로자들의 상시근로자 지위가 인정되고 묵시적 포괄임금약정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제31형사부(재판장 김양호)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사후에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해서 곧바로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A씨가 포괄임금 약정이 성립할 수 없음에도 성립했다고 믿은 행위는 '법률의 착오'에 해당하는데, 서면 근로계약서가 없고 수년간 수당 청구가 없었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범죄 구성요건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주는 엄격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주휴수당 미지급 부분에 대해 무죄를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