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조차 제대로 조사 안 한 경찰⋯그래도 직무유기 안 되는 '속 터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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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조차 제대로 조사 안 한 경찰⋯그래도 직무유기 안 되는 '속 터지는' 이유

2020. 08. 31 16:18 작성2020. 08. 31 16:25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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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사망⋅아버지 하반신 마비⋯애초 '단순 음주운전 사고'로 종결될 뻔

피해 유가족 아들이 직접 CCTV 위치 확인 후 확보 요청⋯이후 '뺑소니' 확인

"경찰 처벌해달라" 청원올렸지만⋯'직무유기'로 처벌될 가능성 낮다

지난 6월 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에 수사한 경찰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지난 6월. 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음주 사고' 사건을 수사한 경찰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피해자 중 한 명이 사망하고, 다른 피해자는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는 등 큰 사고였지만 경찰이 사건 초기 CC(폐쇄회로)TV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가해자는 시속 190km로 피해자 차를 뒤에서 추돌했고, 이후 도주한 정황도 CCTV에는 담겨있었다. 하지만 가해자의 최초 혐의는 단순 음주운전으로, '뺑소니' 혐의는 빠져있었다.


사건이 다시 알려진 건 유가족이 "초동수사를 미흡하게 한 경찰을 엄중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31일 오후 4시 기준 12만9000명 동의)을 올리면서다. 뒤늦게 CCTV가 확보된 것 역시 청원인은 "(본인이) 직접 사고장소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요청한 것"이라며 "뺑소니 사건이 평생 묻힐 뻔했다"고 호소했다.


경찰도 사건 초기 수사가 미흡했던 점은 인정한 상황이다. 실제로 담당 경찰관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어려울 것"이라며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직무유기죄는 단순히 '과실'만으로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대로 조사 안 한 것 정도'는 직무유기로 보기 어렵다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유기(遺棄)했을 때 성립하는 직무유기죄(형법 제122조). 그런데 변호사들은 "이번 사건은 이 죄의 성립을 위해 필요한 핵심 요건이 부족하다"고 내다봤다.


아들이 올린 피해자 부모님이 타고 있던 사고 차량. 차량의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경찰이 '주관적으로 직무를 저버린 의식'이 그것이었다. 법무법인 세안의 이임표 변호사는 "직무유기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으로 직무를 저버린다는 의식과 객관적으로 직무 또는 직장을 벗어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공무원이 단순히 업무를 게을리하거나, 부주의한 과실 정도로는 "이 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실제 대법원도 직무 유기에 대한 기준을 높게 보고 있다. "직무유기란 추상적인 의무를 태만한 경우를 말하는 게 아니라, 직장의 무단이탈⋅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하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고 해석하고 있다.


업무를 게을리하는 것 정도로는 인정이 안 되고, 적극적으로 의무를 방기해야 성립한다는 취지다.


직무유기가 되려면? 알고도 '일부러' 하지 않은 정도는 돼야

그렇다면, 실제 어느 정도가 돼야 경찰에게 직무유기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유가족이 CCTV 등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했을 뿐 아니라, 경찰이 해당 CCTV 영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 및 인식했음에도 수집하지 않거나, 없어지도록 방치한 경우"라고 했다.


피해자 아들이 올린 청와대 국민 청원. 28일 청원이 올라온 후 31일 오후 4시까지 12만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 2015년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의 한 경찰이 민원을 받고 음주운전 의심자에게 음주 측정을 하지 않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 경찰은 동료 경찰관으로부터 "서장 친구가 음주단속에 걸렸으니 잘 처리해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 이에 음주운전 의심자를 자신이 직접 모는 경찰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다줬다. 음주 측정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었다.


이에 법원은 "경찰공무원의 신분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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