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내시경 중 뇌 손상 입은 환자…“의료진 과실 아냐” 법원이 판단한 이유는
수면내시경 중 뇌 손상 입은 환자…“의료진 과실 아냐” 법원이 판단한 이유는
의료진 응급조치 인정한 법원, “공기색전증은 예측·대응 불가능한 합병증”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울산의 한 병원에서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뇌손상을 입은 환자의 가족이 9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울산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김종혁)는 지난 6월 12일, 수면내시경 검사 중 산소 부족으로 인한 뇌 손상을 입은 환자와 그 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의료진이 응급상황에 적절히 대처했으며, 예상할 수 없는 합병증으로 인한 사고로 판단해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2022년 11월 11일 피고인이 운영하는 울산의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위해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호흡이 저하되어 청색증과 무맥박 증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다.
사건 당일 오후 2시 30분경 A씨는 수면 유도제인 미다졸람 3㎖와 프로포폴 5㎖를 투여받고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오후 2시 51분 대장내시경 검사가 시작됐지만, 1분 후인 2시 52분경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혈압과 맥박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오후 3시 2분경에는 청색증과 무맥박 증상이 나타났고, 병원 의료진은 즉시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실시한 후 상급병원으로 이송했다.
원고 측은 병원 의료진이 활력징후와 호흡부전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고,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수면 유도제 및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관한 설명의무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A씨에게 9억 3천여만 원, 나머지 가족들에게 각각 1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진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의료진은 원고 A의 산소포화도, 혈압, 맥박 등 활력징후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었고, 활력징후 변동에 따라 신속하게 대처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법원은 A씨에게 발생한 저산소증의 원인을 공기색전증(혈관에 공기가 들어가 혈액순환을 막는 증상)으로 추정했다.
법원은 "약물로 인한 호흡 저하가 있더라도 폐동맥 순환이 정상이라면 고농도 산소 공급 시 산소포화도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충분한 산소를 제공했음에도 산소포화도가 개선되지 않았다"며 "이는 내시경 검사 시 주입되는 공기가 혈관 내로 유입되어 발생하는 치명적 합병증으로, 의료진이 예측하기 어렵고 해결 불가능한 부작용"이라고 설명했다.
의무기록의 신빙성에 대한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 측은 병원의 경과기록지가 환자 전원 후 18회 수정되었고, 내시경 기록지도 환자 가족의 항의 후 작성되었다며 의무기록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예기치 못한 응급상황에서는 실시간 의무기록 작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의료진이 응급상황 대응 직후부터 가능한 한 신속하게 기록을 작성했고, 수정 내용도 기존 기록을 요약하거나 보완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한 의료과실 추정 법리를 적용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을 보였다. 법원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영역으로서 일반인이 의사의 진료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 여부나 과실과 손해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매우 곤란하다"면서도 "단순히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참고] 울산지방법원 2024가합12763 판결문 (2025. 6. 12.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