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친족상도례'…무조건 인정되는 건 아니다
논란의 '친족상도례'…무조건 인정되는 건 아니다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라는 생소한 단어가 최근 뉴스를 가득 채웠다. 친형에게 횡령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방송인 박수홍씨 사건이 계기였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라는 생소한 단어가 최근 뉴스를 가득 채웠다. 친형에게 횡령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방송인 박수홍씨 사건을 계기로 "이 제도에 손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친족상도례는 아버지 등 직계혈족의 재산 범죄에 대해 처벌을 면제하는 형법상 특례를 말한다(제328조). 그런데 박씨의 부친이 "큰아들이 아니라 내가 박수홍의 출연료를 횡령했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부가 친족상도례를 이용해 친형 대신 죄를 뒤집어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최소 개입 원칙에 따른 이 조항. 로톡뉴스는 '친족상도례'를 키워드로 최근 1년치 법원 판결문을 모두 분석해봤다. 실제로 법정에서 친족상도례는 어떻게 작용했을까. 지난해 10월부터 '친족상도례'란 키워드가 법원 판결문에 등장하는 사건을 추렸다. 그렇게 추린 형사 판결문은 총 10건이었다(하급심 중복 사건 제외). 사건 유형은 자식이 부모를, 아내가 남편을, 또는 친척을 상대로 한 절도⋅사기⋅횡령 등이었다.

하지만 10건의 사건 중에서 '친족상도례'가 인정된 건 4건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피고인이 친족상도례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 측 : "수표를 훔친 건 맞지만, 어머니 소유의 수표이므로 처벌을 면제해달라."
자신의 어머니 집 금고에서 5000만원권 수표 1장을 훔친 A씨. 절도 피해자가 A씨의 어머니라면 실제 친족상도례가 적용돼 그를 처벌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A씨는 처벌이 됐다.
금고의 실질적인 관리 및 사용 권한이 해당 집에서 함께 거주하던 '기도원 총무'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총무는 금고의 비밀번호 관리뿐 아니라 금고 안의 돈을 기도원 운영에 사용했다. 결국 절도 피해자가 총무라고 판단되며 A씨는 친족상도례를 적용받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2심을 맡은 대구지법은 1심과 같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확정됐다.


B씨는 불법 다단계 조직의 영업팀장이었다. 해당 조직은 '고수익⋅원금 보장'을 미끼로 금융 상품을 불법 판매했다. B씨는 2년간 총 25억원을 뜯어냈는데, 피해자들 중엔 그의 가족⋅친척도 4명이나 있었다.
이후 B씨는 재판에서 "친척 등 4명에 대한 범행만큼은 친족상도례에 따라 처벌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애초에 그에게 적용된 혐의(유사수신행위법 위반)가 친족상도례 적용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사수신행위법은 허가⋅등록을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친족상도례는 사기, 배임, 횡령 등엔 적용되지만 이 법엔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지난 1월, 2심을 맡은 수원지법은 C씨에게 1심과 같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C씨 측 :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했고, 법률상 배우자이니 처벌 대상 아니다."
한 사찰에서 보살로 근무한 C씨. 해당 사찰 주지스님이 파킨슨병에 걸려 의식이 미약해지자, 이를 이용해 혼인신고를 한 뒤 재산을 빼돌렸다. C씨가 가져간 피해자의 예금은 약 2억원 가량이었다. 피해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이후 피해자 딸의 고소로 재판에 넘겨진 C씨 측은 "피해자와 법률상 배우자였으므로 재산 관리 권한이 있었고,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혼인신고 당시 이미 피해자가 의식기능을 거의 상실한 상태였던 점 등을 감안하면 혼인 의사가 합치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효라고 봤다. 지난해 11월, 2심을 맡은 울산지법은 C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이후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
그렇다면, 친족상도례가 받아들여진 건 어떤 경우였을까.
무리한 투자로 이미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데도, "돈을 빌려주면 매월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가족에게 돈을 빌린 경우였다. 위와 같은 말로 자신의 조카에게 2억원 상당을 뜯어낸 외삼촌 D씨.
친족상도례 규정에 따라 동거하지 않는 친족이 저지른 사기 등 재산범죄에 대해선, 피해자(조카)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했다. 재판 진행 중에 피해자가 고소를 취소하면, 공소(검사가 법원에 형사 재판을 청구하는 것)가 기각된다.

이후 조카는 D씨에 대한 고소를 취소했고, D씨는 조카에 대한 범행에 대해서만큼은 처벌을 피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조카를 제외한 다른 피해자들이 약 20명이었고 피해액도 21억원에 달했기 때문에 처벌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지난해 12월, 수원지법은 D씨에게 징역 5년 실형을 선고했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4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