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갓갓'에게 성착취물 만들어달라 요구한 그놈 판결문에는 또 다른 갓갓이 등장한다
[단독] '갓갓'에게 성착취물 만들어달라 요구한 그놈 판결문에는 또 다른 갓갓이 등장한다
성착취물 1만개 넘게 소지하고, 170개 만들어낸 남성의 판결문 속 등장한 '갓갓'
갓갓 외 또 다른 성착취 범죄자들 등장⋯사실상 국내 성착취 범죄 '연결고리'
1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수사 기록, 아직 붙잡지 못한 또 다른 '갓갓' 찾을 수 있을까
![[단독] '갓갓'에게 성착취물 만들어달라 요구한 그놈 판결문에는 또 다른 갓갓이 등장한다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2020-05-20T11.24.57.576_696.jpg?q=80&s=832x832)
'n번방' 최초 개설자로 알려진 '갓갓' 문형욱이 검거된 이후, 그가 저질렀던 과거 범죄들이 하나둘씩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n번방' 최초 개설자로 알려진 '갓갓' 문형욱이 검거된 이후, 그가 저질렀던 과거 범죄들이 하나둘씩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갓갓'은 공범들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꽁꽁 숨겼고, 그들이 처벌받을 때 수사망을 피했다. 대신 공범들의 판결문에 '성명불상자'라는 이름으로만 흔적을 남겼다.
로톡뉴스는 '갓갓' 문형욱이 '성명불상자'라는 이름으로 흔적을 남겼던 '대구 여고생 성폭행 지시 사건'에 이어, 또 다른 '갓갓' 사건을 확인했다. '갓갓'은 대구지법 안동지원이 지난해 9월 선고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사건에도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 하나하나가 특이했다. 검찰 공소장과 경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①성명불상자로 표기됐던 '갓갓' 외에도 ②2015년부터 아동 성착취물 영상을 제작한 인물과 ③오프라인으로 성착취물을 전문적으로 판매한 인물이 등장한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지난해 5월 2일 아동⋅청소년 4명에게 성착취물 170개를 찍어서 보내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던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그 밖에도 청소년과 성매매를 하면서 불법 촬영을 한 혐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17900개를 소지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었다.
A씨에게 당한 피해 아동⋅청소년은 4명이었다. 그런데 그중 1명은 다른 3명과 조금 달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13세 아동이었던 이 피해자는 '성명불상자'로부터 강도 높은 협박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A씨는 이 '성명불상자'에게 부탁해서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대신 찍어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했다.
이런 방식으로 만든 성착취물이 가장 악랄했다. A씨가 자신의 체액을 전달하면 '성명불상자'는 그걸 13세 아동이 먹게 시키거나, 특정 장소에서 특정 행위를 하도록 만들었다. 대가는 '1만원'이었다.
당시 사건 수사라인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범죄의 악랄함이나 죄의 무게를 고려해 봤을 때 말도 안 되는 액수였다"며 "성명불상자는 돈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성명불상자'가 바로 이번에 잡힌 '갓갓' 문형욱이었다.
A씨 사건은 막대한 경찰 수사보고서를 남겼다. 검찰이 법원에 넘긴 증거서류만 1500쪽을 넘었다. 여기엔 A씨가 성착취물을 모으는 과정에서 접촉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단서가 남아있었다.
가장 오래된 증거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이메일이다. A씨는 이메일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경찰이 "성착취물 제작자"라고 명명한 이 인물은 A씨와 '변태적인 성적 취향'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대화 맥락상 A씨는 이 "성착취물 제작자"에게서 성착취물을 구한 것으로 보이지만, 검⋅경 모두 재판에 넘길 정도의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A씨는 "성착취물 제작자"와 만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구입했다.
검찰 관계자는 '2015년 2월 (이 사건 피고인과) 대화를 나눈 성착취물 제작자가 갓갓인지'에 대해 "다른 인물로 추정된다"고 답했다. '갓갓'을 수사 중인 경북지방경찰청도 '갓갓'의 첫 범행을 2015년 7월로 특정했다. 이메일을 주고받은 시점은 그보다 5개월 전이다.
검찰 관계자의 말이 맞다면, 또 다른 갓갓은 여전히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A씨는 막대한 양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모두 1만 7962개였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소지하고 있던 성착취물은 일반적으로 구할 수 없는 영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경찰과 검찰은 A씨가 어떤 루트로 해당 영상을 확보했는지를 수사했다.
수사 결과 특이한 구매 루트가 발견됐다. 바로 오프라인 구매였다.
A씨는 지난해 3월 경기도의 한 건물을 방문했다. 그리고 누군가를 만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한꺼번에 구매했다. 온라인에서는 구할 수 없는 영상이라고 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A씨는 이 판매상을 직접 만나 성착취물을 샀다. 그 개수만 무려 4270개였다.
'갓갓' 문형욱은 검거된 이후 수사기관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확인한 것보다 더 많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범죄 전문가들은 '갓갓'의 이런 고백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줄이기 위한 술책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갓갓'이 100개의 범죄를 저질렀는데 경찰이 30여개 범죄 단서를 갖고 있다면, "50개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해버림으로써 나머지 50개 범죄를 은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갓갓'에게 놀아나지 않으려면 수사기관들은 수사력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A씨 수사기록은 '성착취물 범죄자들의 허브'와 같았다. 악독한 성착취 범죄자들에 대한 단서가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