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이름'을 동의 없이 새겼다면, 정대협은 처벌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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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이름'을 동의 없이 새겼다면, 정대협은 처벌 대상이 된다

2020. 05. 19 19:52 작성2020. 05. 26 15:59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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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의혹으로 몸살 앓는 정의연, 이번에는 '대지의 눈' 논란

'위안부 최초 인정' 심미자 할머니 고의 누락⋯법적으로 강제할 방법 없어 처벌 안 돼

정대협에 법적인 책임 물을 수 있는 경우는 '한 가지'

서울 남산 자락에 있는 '기억의 터'에 조성된 '대지의 눈'. 처음 조성됐을 때는 붉은색 원 안에 A씨 이름이 새겨져 있었지만, 이후 A씨의 반발로 지워졌다. /'기억의 터' 공식 홈페이지

기부금 모금과 부실 회계 논란으로 이슈의 중심에 선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 이번에는 이 단체가 설치한 위안부 기념물인 '대지의 눈'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대지의 눈'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6년 정대협과 서울시 등이 서울 남산에 조성한 조형물이다.


제기된 의혹은 두 가지다. '대지의 눈'에 247명의 피해자 할머니 이름을 새기면서, 할머니 A씨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이른바 '원치 않는 위안부 공개' 논란이다. 다른 하나는 고(故) 심미자 할머니의 이름을 고의적으로 뺐다는 내용이다. 심 할머니는 정대협과 깊은 갈등을 빚어왔는데, 정대협이 '앙갚음'의 일환으로 고의 누락했다는 논란이다.


누구는 이름을 넣고, 누구는 이름을 빼고⋯'대지의 눈' 제작 기준은?

중앙일보의 지난 15일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위안부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지냈다. 그러던 중 지난 2016년 아들로부터 자신의 이름이 '대지의 눈'에 새겨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새겨진 이름은 실명을 조금 바꾼 가명이었지만, 가까운 사람들은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이름이었다.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이 싫었던 A씨는 망치와 끌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부분을 긁어내 버렸다.


반대로 이름이 들어갔어야 할 심미자 할머니는 이름이 빠졌다.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임을 인정받은 상징성을 생각할 때, 명단에서 빠져선 안 되는 사람이 빠진 셈이었다.


이 내용을 보도한 많은 언론이 심 할머니가 생전에 정대협과 불편한 관계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할머니는 지난 2004년 피해자 13명과 정대협 등을 상대로 모금과 수요집회를 못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을 정도로 사이가 나빴다. 소송 당시 심 할머니는 "정대협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은 수치스러운 경험을 동의 없이 무단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정대협이 의도적으로 이와 같은 일을 벌인 것이라면, 법적인 책임은 어떻게 될까.


고의로 '심미자 할머니' 이름 누락했다고 해도⋯정대협에 책임 묻기 어려워

변호사들은 조형물 명단에 심미자 할머니가 누락된 부분에 대해서는 "처벌까지는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조형물의 취지를 살폈을 때 상식적으로 조형물에 심미자 할머니의 이름이 오르는 것이 맞지만, 그걸 어겼다고 법적인 책임까지 묻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생전에 피해 할머니가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 위안부 피해자로 활동해 왔다면 사후에 만들어진 조형물이라 하더라도 피해 할머니의 이름을 기록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올리지 않았다고 해서 그걸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없다"는 취지로 의견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름을 넣지 않았다고 해서 심 할머니의 명예 등이 훼손된 것은 아니고, 명단에 기록되지 않은 피해자들의 피해자성이 부정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변호사 도이현 법률사무소'의 도이현 변호사,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 로앤컴퍼니의 장성수 변호사. /로톡DB⋅도이현 변호사 제공
(왼쪽부터) '변호사 도이현 법률사무소'의 도이현 변호사,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 로앤컴퍼니의 장성수 변호사. /로톡DB⋅도이현 변호사 제공


'변호사 도이현 법률사무소'의 도이현 변호사는 "심 할머니의 이름이 조형물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심 할머니의 의사를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인데, 생전에 심 할머니의 입장이 어떠했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심 할머니가 자신의 이름이 등재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거나 등재를 요구한 사실이 있다면 유족들이 법원에 그 등재를 청구할 여지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원치 않는데도 이름 공개했지만⋯역시 정대협에 책임 묻기 어렵다

먼저 피해자의 이름을 무단으로 조형물에 등재한 것에 대해 변호사들은 "할머니들의 의사에 반한 잘못된 행동"이라면서도 "형사처벌은 어려운 사안"라고 말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 할머니들 중에는 지금도 자신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리지 않은 분, 가족들에게조차 비밀로 하고 계시는 분이 있고, 성폭력 피해자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자기 결정권은 더욱 중요하다"며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조형물에 (알아볼 수 있는) 이름을 기재한 것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도 처벌하는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할머니의 명예를 훼손할 고의로 이름을 새긴 것은 아니었고, 피해 규모를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공공의 목적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명예훼손 행위로 형사처벌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의 명예를 고의로 훼손할 의도가 없는, 공익적인 목적이었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취지다.


변호사들은 민사상 책임도 정대협에게 짊어지우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로앤컴퍼니의 장성수 변호사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손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도이현 변호사는 "민사상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단기 소멸시효(3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등재 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위자료 액수는 소액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세상에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이름'이라면,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정대협이 어떤 경우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만약 세상에 공개된 적이 한 번도 없는 이름을 '위안부 조형물'에 새겼다면 형사처벌된다. 반대로 '대지의 눈'에 이름을 새기기 전부터 이미 대중들에게 공개된 이름이라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김재련 변호사는 "조형물에 새겨진 위안부 피해자 명단이 조형물에 새겨지기 이전에 이미 세상에 공개된 적이 있는지, 기록물 등을 통해 그 명단을 확인할 수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것 같다"며 "기록물 등을 통해 피해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사정이 이미 존재했다면 해당 이름을 조형물에 새긴 것을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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