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변호사가 본 수사 쟁점, '유포 목적' 없어도 유죄 판결
딥페이크 변호사가 본 수사 쟁점, '유포 목적' 없어도 유죄 판결
2024년 10월 16일 개정법 시행으로 단순 제작도 처벌 대상
아청법 적용 여부 가르는 대법원 판례 분석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특정인의 얼굴이나 신체를 성적 영상물과 합성하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사법당국의 처벌 잣대가 엄격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제작된 영상물을 유포하려는 의도가 입증되어야 처벌이 가능했으나, 최근 법 개정과 법원의 판결 흐름은 단순한 편집이나 가공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묻는 추세다.

법무법인 도모의 김강희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사회적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정교한 법리적 대응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는 특정인의 촬영물·영상물 또는 음성물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하는 행위를 규율한다. 경찰은 사건 인지 시 피의자의 전자기기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하며, 이를 통해 삭제된 데이터 복구 및 범행 이력을 확보해 유죄의 증거로 삼고 있다.
2024년 10월 16일 법 개정의 파장… ‘반포 목적’ 삭제로 처벌 범위 확대
딥페이크 사건의 유무죄를 가르는 가장 첫 번째 사실관계는 범행이 이뤄진 시점이다. 2024년 10월 16일 이전의 성폭력처벌법은 ‘반포 등을 할 목적’을 처벌의 필수 요건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당시에는 개인적인 호기심이나 단순 소장용으로 제작했다는 사실이 소명될 경우 법망을 피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2024년 10월 16일 개정법이 시행되면서 이 요건이 전격 삭제됐다. 수원지방법원 판결(2025. 7. 17. 선고 2025고합304 판결)에 따르면, 현재는 유포 의도가 없었더라도 합성 행위 자체가 입증되면 형사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피의자의 범행 시기를 특정하고, 개정 전 범행에 대해서는 제작 후 즉시 삭제 여부나 유포 방지 노력 등을 통해 ‘반포 목적’이 없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법원의 반전 법리, "실존 미성년자 합성해도 아청물 아닐 수 있다"
미성년자 대상 딥페이크 범죄에서 피의자가 직면하는 가장 큰 법적 위험은 성폭력처벌법보다 형량이 높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다.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의 얼굴을 합성했을 때 이를 성착취물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최근 대법원에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제시됐다.
대법원 판결(2025. 8. 14. 선고 2024도17801 판결)은 실존 아동·청소년의 얼굴을 합성했더라도, 그 결과물이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영상으로 인식되기 어렵다면 아청법상 성착취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변호인들은 이 판례를 근거로 합성물의 기술적 수준이 낮아 가짜임을 식별하기 쉽다는 점이나, 신체 부위가 실제 인물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석하여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낮은 ‘허위영상물 제작’ 혐의로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 증거의 ‘무결성’ 다툼… 압수·수색 영장 범위 준수 여부가 핵심
경찰 수사에서 확보된 디지털 증거는 그 수집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증거능력을 결정짓는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15. 6. 5. 선고 2015고합282 판결) 등은 디지털 증거의 수집·보관·분석 과정에서 ‘무결성’이 유지되지 않거나 증거 보관 체인이 훼손된 경우 그 증거능력을 부정한다.
또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과 무관한 정보를 압수하는 ‘별건 압수’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따라 무효가 된다(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도6810 판결). 딥페이크 변호사는 포렌식 현장에 참관하여 수사기관이 영장의 범위를 벗어나 피의자의 개인적인 정보를 탐색하지 않는지 감시하고, 수집된 데이터의 해시값이 원본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등 절차적 하자를 검토한다.
양형 단계의 실질적 대응… 피해 회복 노력과 기술적 특성 입증
혐의를 인정하는 상황에서도 양형 전략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제주지방법원(2023. 4. 20. 선고 2023고합6 판결)은 피의자가 초범인 점, 범행을 자백한 점 외에도 합성 수준이 높지 않아 합성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감경 요소는 피해자와의 합의다. 서울고등법원(2024. 12. 11. 선고 2024노2107 판결)은 다수의 피해자와 합의하여 처벌불원 의사가 전달된 점을 주요 양형 기준으로 삼았다. 딥페이크 범죄는 법 개정 시점에 따른 요건 변화와 최신 대법원 판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야 하는 만큼, 수사 초기부터 법리적 쟁점을 면밀히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