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메이플 키우기' 사상 초유의 전액 환불…이 결단, 법적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넥슨 '메이플 키우기' 사상 초유의 전액 환불…이 결단, 법적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확률 조작 논란에 '전액 환불' 카드 꺼낸 넥슨
법조계 "형사 책임 소멸 안 돼"

'메이플 키우기' 운영진이 28일 공지사항을 통해 게시한 전액환불 안내문. /넥슨 '메이플 키우기' 홈페이지
지난 28일, 넥슨의 방치형 게임 '메이플 키우기' 공지사항이 게임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출시일인 지난해 11월 6일부터 공지 시점까지 결제한 모든 금액을 돌려주겠다는,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이토록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이른바 확률 조작 논란이 있었다. 넥슨은 게임 내 캐릭터의 능력을 재설정하는 '어빌리티' 시스템에서 특정 확률로 최대 능력치를 얻을 수 있다고 안내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11월 6일부터 12월 2일까지 약 한 달간, 아무리 돈을 써도 최대 능력치가 나오지 않도록 설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캐릭터의 공격 속도 수치마저 실제 성능과 다르게 표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치명적인 오류를 확인하고도 이용자 고지 없이 몰래 수정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자,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전액 환불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과연 돈을 다 돌려주면, 확률을 조작했다는 죄도 함께 사라지는 것일까?
환불해줬으니 무죄일까
이번 사태의 핵심은 '기망(속임수)'이다. 법적으로 이는 명백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첫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법은 게임사에게 확률 정보를 정확히 표시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거짓된 확률을 표시한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범죄다.
둘째, '사기죄' 성립 가능성이다. 형법상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할 때 성립한다. 이용자들은 '최대 능력치가 나올 것'이라는 넥슨의 거짓 정보를 믿고 유료 아이템을 샀다. 만약 0%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돈을 쓰지 않았을 것이므로, 이는 전형적인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
중요한 점은 "전액 환불만으로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속여서 돈을 받은 순간 범죄는 성립한 것이고, 나중에 돈을 돌려줬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선제적 환불, '자수'일까 '단순 참작'일까
넥슨의 발 빠른 전액 환불 조치는 법정에서 어떻게 작용할까? 일각에서는 이를 '자수'로 보아 형을 면제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법적 해석은 다르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형법상 자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자수는 수사기관에 자신의 죄를 신고하고 처분을 구하는 행위인데, 넥슨은 수사기관이 아닌 이용자들에게 공지사항으로 알렸을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조치가 양형을 줄이는 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실질적 피해 회복은 사기 범죄의 특별감경인자에 해당한다. 즉, 넥슨의 전액 환불은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처벌 수위를 낮추는 역할은 하겠지만, 죄 자체를 지울 수는 없다는 뜻이다.
환불받으면 끝?… '징벌적 손해배상'과 '과징금'이 남았다
"돈 돌려받았으니 다 끝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법적 책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선 행정적 책임이 남아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환불 여부와 관계없이, 거짓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전자상거래법 위반)에 대해 강력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민사적으로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불씨가 살아있다. 게임산업법은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를 고의로 위반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용자가 전액 환불을 받았더라도, 확률 조작이 고의적이었다고 입증된다면 추가적인 배상을 요구할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또한 확률 조작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 역시 별도로 가능하다.
넥슨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치명적인 오류를 확인하고도 고지 없이 수정하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한 "책임을 통감하며, 이용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