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탈을 쓴 바디워시…사고 나면 제조사에 헷갈리게 만든 책임 물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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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의 탈을 쓴 바디워시…사고 나면 제조사에 헷갈리게 만든 책임 물을 수 있을까

2021. 05. 17 14:35 작성2021. 05. 17 14:43 수정
김재희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zay@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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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매직' 사이다, '천마표시멘트' 팝콘, '말표 구두약' 맥주 등 속속 출시

만약 안전사고 발생하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최근 우유 모양 패키지의 '바디워시'가 출시됐다. 하지만 자칫 우유와 똑같은 패키지로 인해 아이가 착각해 먹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다. /서울우유 홈페이지⋅연합뉴스⋅셔터스톡

최근 트렌드인 '레트로'를 앞세워 장수 상표를 활용한 협업 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어온 상표를 새로운 상품에 붙이는 방식이다. 친근함과 재미를 동시에 자극하기에 다양한 연령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겨울 대한제분의 밀가루 상표 '곰표'와 협업한 패딩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그 인기가 식품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유성매직' 사이다, '천마표시멘트' 팝콘, '말표 구두약' 맥주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던 와중에 최근 우유 모양 패키지의 '바디워시'가 출시됐다. 모 우유 업체가 생활용품 업체와 협업한 결과다. 하지만 이 제품의 출시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자칫 우유와 똑같은 패키지로 인해 착각한 아이가 먹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사고가 나면 어쩔 거냐" "제조사에 책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말 아동 등이 혼동해 이를 먹는 사고가 발생한다면 제조사는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까.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신체 등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긴 하다.


무조건 제조사에 책임 물을 수 없어⋯부모의 '부주의' 여부도 고려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법적 의무만 다하면, 그 이후에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 피해갈 구멍이 많다.


'변호사 김태민 법률사무소'의 김태민 변호사. /로톡뉴스 DB
'변호사 김태민 법률사무소'의 김태민 변호사. /로톡뉴스 DB

'변호사 김태민 법률사무소'의 김태민 변호사도 "'용도 외에 사용하지 말 것' '섭취금지' 등의 주의 문구를 표시했다면 제조사에 문제를 삼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시중에서 유통 중인 생활용품 대다수는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할 것'과 같은 문구를 적어두고 있다. 제조사는 '어린이 손에 닿았을 때 어떤 위험을 발생할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부모에게 생활용품을 아이 손에서 멀리 보관하라고 경고하는 것.


김태민 변호사는 "법에 따라 경고했다면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경고 문구를 써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에서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부모가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면 '부모의 관리 책임'도 고려될 것으로 김태민 변호사는 봤다. 해당 제품을 구매한 사람은 성인인 부모일 가능성이 높고, 부모는 아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만약 사고가 발생했다면 보호자인 부모의 '부주의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될 것이라는 말이다.


반대로 "해당 상품에 '먹지 말아라', '주의해라' 등의 표시 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김 변호사는 말했다.


안전사고 발생했다면 '얼마나 눈에 띄게 표시했나'가 배상 책임 가른다는 입장도

'법무법인 초석'의 권영국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초석'의 권영국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초석의 권영국 변호사는 '우유 모양 패키지' 바디워시의 경우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 상품의 특이성 때문에 일반적인 제품처럼 의무를 다했다고 해서 기업의 책임이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권 변호사는 "(소비자가) 제조사가 제품을 혼동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더욱 명확하고 명백하게 경고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표시상의 결함'이 인정될 것"이라고 봤다.


특히, 바디워시 유통사의 지난 12일 보도자료에는 "기존 우유갑 패키지와 혼동을 막기 위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이에 따르면 바디워시 제조사는 이미 아동 등이 마실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경고 문구를 얼마나 '주시적'으로 기재했느냐에 따라 제조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달라질 것이라고 권영국 변호사는 말했다.


그래서인지 실제 '우유 모양 패키지' 바디워시 제품 뒷면에는 "먹는 우유가 아닙니다. 화장품입니다. 먹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의 뒷면. /판매처 캡처


'오인 가능성' 높은 상품 문제 이어지자⋯정부·국회 등에서 규제안 논의 중

무분별한 협업상품 때문에 기존에 적용되던 규제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생활용품과 식품 패키지의 구분이 확실한 상품이 다수인 현재는 지금 규제로도 충분하지만, 점점 협업상품이 늘어나며 '오인 가능성'이 커진 지금은 안전사고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관련 법을 두고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다른 상품의 디자인을 차용한 제품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규제를 강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얼마 전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양금희 국민의당 의원 등은 생활화학제품의 용기나 포장지와 유사한 식품을 판매하지 말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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