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승객 탓에 항공기 출발 지연…손해배상, 지각 승객에게 청구할 수 있나?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지각 승객 탓에 항공기 출발 지연…손해배상, 지각 승객에게 청구할 수 있나?

2026. 06. 29 17:04 작성
송광범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kb.song@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지각 승객 탓이어도 1차 책임은 항공사 쪽으로

탑승 허용 결정이 인과관계 판단의 핵심

형사고소는 쉽지 않고, 위자료도 소액에 그칠 가능성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항공기 탑승 시간보다 늦게 탑승구에 도착한 승객으로 인해, 항공기 출발이 늦어져 승객 및 항공사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화제다.


특히 지각 승객이 유명인일 경우, 대중의 공분을 사기도 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왜 연예인 때문에 피해봐야하냐"면서 "편의대로 비행기 타고 싶으면 전세기를 사라"고 비판한다.


지각 승객 탓에 항공기 출발 시간이 지연됐다면, 해당 승객에게 손해배상 등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 지각 승객을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


지각 승객이 '항공사 책임'으로 주장할 수 있어


지각 승객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고의 또는 과실, 위법행위, 손해, 그리고 그 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라스트콜을 듣고도 제때 탑승구에 오지 않았다면, 그 승객에게 일정한 과실이 있었다고 볼 여지는 있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다.


항공사는 탑승 마감 뒤 게이트를 닫고 출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늦게 온 승객을 태우기로 했다면, 지연의 직접 원인을 오로지 지각 승객에게만 돌리기는 어려워진다.


실무상 라스트콜은 단순한 친절 방송만은 아니다.


법원은 미탑승 승객이 있으면 그 승객의 짐을 내려야 하고, 출발 지연을 막기 위해 탑승 마감 뒤에도 라스트콜로 승객을 호명하는 경우가 많다고 본 바 있다.


즉 라스트콜과 탑승 허용은 수하물 하기, 게이트 운영, 정시 출발 가능성 등을 놓고 항공사가 판단하는 운항관리의 영역이다.


따라서 다른 승객이 지각 승객을 상대로 “당신 때문에 내 연결편을 놓쳤다”고 주장하더라도, 지각 승객은 “항공사가 나를 태우지 않고 출발할 수 있었는데도 태웠다”고 반박할 수 있다.


피해 승객의 1차 청구 상대는 '항공사'


그렇다면 다른 승객이 기댈 수 있는 법적 창구는 항공사다. 국제선이라면 몬트리올 협약 제19조, 국내선이라면 상법 제907조가 출발점이다.


몬트리올 협약 제19조는 운송인이 승객·수하물·화물의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정한다.


다만 항공사가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했거나 그런 조치를 할 수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국내선에 적용되는 상법 제907조도 같은 구조다. 운송인은 여객의 연착으로 인한 손해에 책임을 지되,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했거나 그 조치가 불가능했음을 증명하면 면책된다.


이 사안에서 항공사의 면책 주장은 간단하지 않다.


지각 승객을 태우지 않고 정시 출발하는 선택지가 있었는데, 항공사가 그 승객을 태우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항공사는 “미탑승 수하물 처리, 연결 수속, 전체 운항 안전과 효율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승객 입장에서는 “그 판단은 항공사의 지배·관리 영역에서 이뤄진 운항 결정”이라고 반박할 수 있다.


실제 하급심에서도 연결편 승객을 태우기 위해 출발이 늦어진 사정은 항공사의 면책 사유로 쉽게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해당 사건은 연결편 승객 대기 외에도 정비 문제, 기상 변화 등 여러 사정이 함께 문제 된 사안이어서, 이를 '승객을 기다리면 항상 항공사 책임'이라는 식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에 적용할 때도 “유추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보는 것이 안전하다.


위자료는 가능...금액은 크지 않을 수도


손해배상을 논할 때는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나눠 봐야 한다.


먼저 재산상 손해다. 지연 때문에 연결편을 놓쳐 추가 항공권을 샀거나, 숙박비·교통비가 들었거나, 예약 취소 수수료가 발생했다면 항공사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해 볼 수 있다.


다만 단순한 불편이나 불쾌감만으로는 부족하다. 영수증, 항공권 변경 내역, 연결편 시간표, 지연 확인서 등으로 손해액과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정신적 손해, 즉 위자료는 더 조심스럽다. 국제선의 경우 몬트리올 협약 제19조가 말하는 '지연으로 인한 손해'는 원칙적으로 재산상 손해를 의미하고, 정신적 손해는 곧바로 협약상 손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법리다.


다만 협약이 규율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을 검토하고, 그 준거법에 따라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항공사가 지각 승객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가능성을 검토해볼 수 있다.


예컨대 약관에 탑승 마감 시각 준수 의무와 위반 시 비용 부담 조항이 명확히 있고, 실제로 그 승객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했으며, 항공사가 불가피하게 그런 비용을 지출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항공사에는 불리한 반론이 남는다.


항공사는 탑승을 거절하고 출발할 수 있었는데도 스스로 탑승을 허용했다. 그렇다면 항공사가 나중에 “당신 때문에 지연 비용이 생겼다”고 주장하더라도, 지각 승객은 “그 비용은 항공사가 나를 태우기로 한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맞설 수 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