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부남 동기 고백 거절했더니 왕따" 자살 시도한 여성 파일럿…법원은 왜 외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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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부남 동기 고백 거절했더니 왕따" 자살 시도한 여성 파일럿…법원은 왜 외면했나

2025. 11. 23 12:3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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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동기생 사이 벌어진 짝사랑과 거절

4년 뒤 제기된 5600만원 소송 결말은

공군 소령 A씨가 동기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증거 부족과 소멸시효 완성 등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미지는 기사 본문과 무관한 2016년 공군사관학교 68기 예비생도들의 입소식 모습. /연합뉴스

"유부남인 당신이 나에게 이성적으로 대하는 것, 극도로 불쾌합니다."


2020년 6월, 여성 장교인 공군 소령 A씨는 공군사관학교 동기이자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B씨에게 단호한 메시지를 보냈다. 유부남인 동기생의 과도한 호의가 부담스럽다는 거절 의사였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는 이후 B씨가 자신을 조직 내에서 따돌렸고, 그 괴로움에 자살 시도까지 했다며 법원을 찾았다. 청구 금액만 5600만 원. 도대체 부대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울남부지방법원 박지숙 판사는 최근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B씨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무엇인지, 판결문을 통해 들여다봤다.


"좋아해서"vs"괴롭혔다"… 엇갈린 기억

두 사람은 공군사관학교 동기다. 2019년 12월, 같은 비행단의 대대장으로 나란히 부임했을 때만 해도 사이는 좋았다. 함께 식사하고 소소한 선물도 주고받는 친한 동기였다.


문제는 B씨의 마음이 동기를 넘어 이성을 향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가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내 평생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며 구애했고, 이를 거절하자 보복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A씨가 주장한 피해는 단순한 구애에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B씨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고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자, B씨가 주도하여 부대 내에서 나를 소외시키고 따돌렸다"고 호소했다. 거절에 대한 보복으로 조직 내 왕따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A씨는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다"며 B씨가 위자료와 치료비를 물어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B씨는 A씨의 신고로 '품위유지의무위반' 징계(감봉 1월)를 받기도 했다. 여기까지 보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이 인정될 법한 상황이다.


법원 "괴로웠겠지만, 불법행위 증거는 없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냉정했다. A씨가 느낀 주관적 고통과 법적인 불법행위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었다.


재판부는 우선 따돌림 주장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A씨가 자살을 시도할 만큼 괴로웠던 점은 일부 소명되었으나, "피고(B씨)가 주도하여 원고를 조직 내에서 소외시키고 따돌렸다고 볼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왕따가 있었더라도 그것이 B씨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것이다.


성희롱 혐의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이성적 호감을 표현해 원고가 불편함을 느꼈을 수는 있다"면서도 "드러난 언행만으로는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주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두 사람이 기본적으로 친밀한 동기 관계였고, 수직적인 상하 관계가 아니었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결정적 패착, 3년이라는 시간

설령 B씨의 행동이 불법행위였다 해도, A씨는 돈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바로 법의 엄격한 소멸시효 때문이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A씨가 주장한 성희롱 피해 시점은 2020년 6월까지였다. A씨가 이를 문제 삼아 신고한 시점은 2021년 6월. 늦어도 이때는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A씨가 법원에 소장을 낸 건 2024년 7월 5일이었다. 신고 시점으로부터 이미 3년하고도 한 달이 더 지난 뒤였다. 재판부는 "설령 불법행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미 시효가 완성되어 청구권이 소멸했다"며 쐐기를 박았다.


법원은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전액 A씨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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