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중생에 '음란사진 101번' 요구한 30대男⋯"선처해달라" 탄원서 쓴 피해자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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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중생에 '음란사진 101번' 요구한 30대男⋯"선처해달라" 탄원서 쓴 피해자母

2020. 02. 05 16:11 작성2020. 02. 05 16:16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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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중학생에 1년간 101번의 음란사진 요구하고, 성관계까지 수차례 한 30대 남성

피해자 "처벌 원치 않는다", 피해자 어머니는 "선처해달라" 탄원서

1심 재판부, '그루밍 성범죄' 인정된다며 징역 2년 6개월⋯2심에서 감형

'그루밍 범죄'란 정서적으로 결핍된 피해자에게 신뢰관계를 쌓은 뒤 고립시켜 성적착취를 하면서도, 그게 마치 사랑인 것처럼 길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나 너무 흥분돼. 여보 몸이 너무 예쁘다. 이렇게 찍으려고 얼마나 여러 번 찍었을까?"


중학교 1학년 A양은 벌써 '여보'가 있었다. 스무살 넘게 차이가 나는 30대 중반의 아저씨였다. 채팅을 통해 알게 돼 1년 넘게 만나면서 성관계까지 주기적으로 가졌다. '여보'는 영상통화를 할 때면 음란행위를 요구했다. 영상통화를 못할 때면 알몸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시켰다.


부끄러운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여보가 날 흥분시켰다"고 거듭 칭찬했다. 그렇게 A양이 '자발적으로' 찍어 보낸 사진과 영상이 1년간 101건이었다. '여보'의 요구는 날이 갈수록 기괴해졌다. 듣기엔 거북하고, 하기엔 역겨운 포즈로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사진이 마음에 안 들면 '특정한 각도'에서 사진을 다시 찍으라고 했다.


그러던 중 A양이 다니던 학원 선생님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챘다. 경찰에 신고가 이뤄졌고 '여보' 임모(37)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아동복지법 위반, 아동청소년법 위반 혐의였다.


'만 13세' 넘긴 피해자, 남성을 바로 단죄할 수 없던 재판부의 고민

이 사건은 아주 단순하게 정리될 수도 있었다. 임씨와의 첫 관계는 A양이 '만 13세'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졌는데, 두 사람이 조금 더 일찍 관계를 가졌다면 '여보'는 볼 것도 없이 징역 7~8년형 정도가 나왔을 것이다.


우리 법이 만 13세 미만과의 성관계는 이유를 불문하고 '강간으로 간주'(의제 강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양 나이는 '만 13세'를 막 넘긴 상태였다. 수사기관과 재판부는 임씨와 A양과의 관계를 면밀히 검토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두 사람이 사랑해서 관계를 맺은 거고, 그 연장 선상에서 영상⋅사진을 촬영해 주고받은 거라면 사법부는 임씨를 단죄할 수 없었다. 임씨 측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변론 내내 "우리 둘은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사랑한다' 착각에 빠진 아이⋯피해자 어머니까지 "그 남성 선처해달라"

두 사람은 스무 살이 넘게 나이 차이가 났고, 사회⋅경제적 격차가 컸다. 특히 A양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또래보다 더 취약한 처지에 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양은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가족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커왔다.


'여보'는 이런 A양의 빈틈을 파고들어 성적 착취대상으로 삼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여보')은 피해자가 가족 관계가 취약하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적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범행은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고도 말했다.


그루밍 성범죄란 정서적으로 결핍된 피해자에게 신뢰관계를 쌓은 뒤 고립시켜 성적착취를 하면서도, 그게 마치 사랑인 것처럼 길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한마디로 재판부는 A양이 '여보'에게 길들여져 사랑한다는 착각에 빠졌다고 판단했다.


재판에 넘겨진 후에도 A양은 '여보'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A양의 어머니까지 나서서 '여보' 임씨의 선처를 호소했다. "피고인이 착하고 거짓이 없으며 다시는 (딸과) 만나지 않을 것을 약속했으니 선처해달라"고 했다.


재판부, 탄원서 제출에도 '그루밍 성범죄' 인정하며 실형

하지만 법원은 두 사람이 제출한 '탄원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였던 수원지방법원 형사11단독(판사 김도요)은 A양과 그 어머니가 제출한 '탄원서'에 대해 이렇게 판시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와 피해자의 모친이 피고인 임씨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으나,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에서 그 피해자는 가족의 보호나 정서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인 것이 보통이고, 정신적⋅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해자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와 같은 처벌불원 의사를 (피고인 양형에) 유리한 요소로 고려하지 않는다."


김 판사는 "피해자의 신체가 아동의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며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 아동은 13세에 불과하여 성적 교류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피고인을 만나기 전에는 신체접촉을 수반하는 이성교제의 경험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아동청소년에게 100번이 넘는 음란행위 등을 강요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또 "사건 이후에도 피고인은 계속해서 사랑하여 범행에 이르렀다고 합리화하는 등 반성의 여지가 없고, 재범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1심은 징역 2년 6개월 → 2심은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

1심의 선고 형량은 징역 2년 6개월이었다. 2018년 11월 22일 1심이 선고되면서 임씨는 법정구속됐다. 하지만 1심 선고 3일 만에 항소했다. 곧장 2심이 열렸다.


항소심(2심)은 수원지법 형사8부(재판장 송승우 부장판사)가 맡았다. 송 부장판사도 1심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관계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피고인은 현재에도 피해자를 사랑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고 하는 등 아동을 성적대상으로 삼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피고인은 초범이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결론적으로 형을 덜어줬다.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나왔다.


구속 중이던 임씨는 이 판결로 집행유예를 받아 구치소 밖으로 나왔다.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편집자주

A양처럼 '그루밍의 덫'에 빠져 성적 착취를 당하는 피해자들이 최근 늘고 있습니다. 관련 판결문을 검토하다보니 '그루밍 성범죄'의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이에 로톡뉴스는 그루밍 범죄와 관련한 사법부의 현주소를 조망하는 기획기사를 시작합니다. 재판부가 어떤 기준으로 그루밍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그 사건들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는지, 어떤 법률이 적용됐고, 판결에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마지막으로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두루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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