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어이없는 실수가 만들어낸 '국제 양형조사'
기자들의 어이없는 실수가 만들어낸 '국제 양형조사'
지난 8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국제 양형조사' 신청 보도
국제 양형조사가 뭘까? 참신한 변론 전략인 줄 알고 최근 10년 치 논문을 뒤졌지만 '미궁'
법무법인 (유한) '국제 양형조사 신청'이 아닌, '법무법인 (유한) 국제' 양형조사 신청

지난 8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재판부에 '국제 양형조사'를 신청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참신한 변론 전략인줄 알았던 ‘국제 양형조사’. 그런데 취재 결과 일부 언론사의 어이없는 실수가 빚은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법무법인(유한) 국제⋅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국제 양형조사가 뭐지?"
지난 8일, 주요 언론사들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재판부에 '국제 양형조사'를 신청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법조기자들이 '국제 양형조사'가 뭔지 취재에 들어갔다. 다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용어였기 때문이다.
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오 전 시장 측이 '참신한 변론 전략'을 가져온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국제 양형조사'이니 비교법학적 연구와 해외 판례 등을 동원해 "대한민국의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시도라고 짐작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막상 취재를 시작했더니, 과거 사례를 아무리 뒤져도 '국제 양형조사'에 대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최근 10년 치 '양형조사' 관련 논문 5건을 뒤졌다. 수백 페이지의 논문을 살폈지만, 여기서도 '국제 양형조사'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
결국 '기자가 이런 것도 모르냐'는 질책을 들을 각오를 한 뒤, 수화기를 들었다. 법원 관계자에게 "국제 양형조사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아무리 찾아봐도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부산지법 관계자 : "네? 국제 양형조사요? 그게 뭐죠? 저도 처음 들어봐요."
대법원 관계자 : "국제 양형조사요? 저도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허무한 '해프닝'이었다. 오 전 시장 측은 '국제 양형조사'가 아닌 일반적으로 알려진 '양형조사'를 신청했다. 양형조사란 양형 결정에 필요한 자료(합의 여부 등)를 양형 조사관이 수집하고 조사하는 절차를 말한다. 지난 2009년부터 1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제도로 매년 수천 건 이상의 양형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오보가 나가게 된 이유를 들어봤더니 허탈해졌다. 오 전 시장의 변호를 맡은 법인의 이름이 '법무법인 국제'여서 생긴 일이었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제공하는 '나의 사건검색' 기록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2021.6.4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국제 양형조사신청서 제출"

최초에 기사를 쓴 언론사는 여기서 '국제'가 양형조사를 수식하는 단어로 착각한 것이다. 이후 해당 기사를 다른 언론사에서도 그대로 '베껴 쓰기'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여기서 '국제'는 양형조사를 수식하는 단어가 아니다"라며 "오 전 시장 측은 (일반) 양형조사를 신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도 "국제 양형조사라는 제도가 무엇인지 본인도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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