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동 성범죄자로 몰렸던 유치원 버스 운전기사, 1년 6개월 옥살이 후 풀려난 이유
[단독] 아동 성범죄자로 몰렸던 유치원 버스 운전기사, 1년 6개월 옥살이 후 풀려난 이유
법원은 왜 유죄 뒤집고, 무죄 선고했을까
![[단독] 아동 성범죄자로 몰렸던 유치원 버스 운전기사, 1년 6개월 옥살이 후 풀려난 이유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614737526422531.jpg?q=80&s=832x832)
1심 법원은 그를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로 판단했다.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었다.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게 됐고, 고액의 변호사 선임 비용 때문에 신용불량 상태에까지 빠졌다. 그런데 2심에서 극적 반전이 벌어졌다. /셔터스톡
검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도 소용없었다. 1심 법원은 그를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로 판단했다.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었다.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게 됐고, 고액의 변호사 선임 비용 때문에 신용불량 상태에까지 빠졌다.
수감된 후 변호인을 새로 선임해 항소했지만 그는 자포자기한 상태에 가까웠다. 구치소에서 변호인을 접견했을 때 "감형만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2심에서 극적 반전이 벌어졌다. 그가 '무죄'로 풀려난 것이다. 1년 6개월 동안 옥살이를 하고 난 뒤에.
그는 이웃집 9살 아이에게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유사성행위)를 받았는데,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승원 부장판사)는 유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이 판결이 2심에서 뒤집혔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제9형사부(재판장 김우수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어째서였을까.
2심 재판부는 "종합적으로 볼 때 피해자 B양의 진술 신빙성이 낮다"고 했다. 심리학과 교수의 의견 등 총 10가지 이유를 들어 그렇게 판단했다. 핵심적인 건 세 가지였다.
피해자의 진술에 시간상 모순이 있고(①), 일관성 없이 과장된 부분이 있으며(②),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도 있다(③)고 봤다.
① 피해자가 "성추행당했다"고 한 시기⋯출근해 운전을 하고 있던 피고인
우선 피해자는 수사기관 1차 진술에서 성추행을 당한 날로 "이사한 날"로 특정했다. 임대차 계약서상 이사일은 '2015년 X월 XX일, 화요일' 이었다.
하지만 이때 피고인 A씨는 피해자 B양의 집을 방문할 수 없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유치원에서 버스 운전을 하고 있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제출된 증거를 본 재판부는 "피해를 당했다고 진술한 그 시기에 A씨가 피해자 집을 방문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② "100번" "1번" 일관성 없던 피해자 진술⋯신빙성 점수 38점 중 7점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총 3차례 진술했다. 그런데 각 진술을 비교했을 때 재판부는 "상당히 과장된 진술이 보이며, 각 진술 내용에도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고 했다.
범죄를 당한 횟수를 100번이라고 했다가, 이후 1번이라고 바꾼 것 등이었다. 어째서 진술에 이러한 변형이 생겼을까. 재판부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한 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예단을 강하게 지닌 질문자들에 의해 유도, 암시, 추궁 등에 해당하는 질문들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졌다"며 "피해자가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답변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3차례 수사기관 진술이 모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신빙성 점수 38점 만점 중 7점을 줬다. 재판부도 이러한 의견을 바탕으로 "면담자의 영향을 받지 않은 피해자 자신의 진술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③피해자 부모 모두 "피해자가 A씨를 미워했다" 진술
2심 재판 중 변호인은 재판부에 녹취록을 하나 제출했다. 피해자의 어머니와 변호인이 통화한 내용이었다.
A씨 변호인 : 어머니는 A씨(피고인)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고 알고 계시는 거네요?
피해자 어머니 : 예, 예.
A씨 변호인 : 근데 B양이 왜 (진술을) 그렇게 했을까요?
피해자 어머니 : B양이 그 A씨를 좀 싫어했어요.
우리 법원은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허위로 피해 사실을 지어낼 동기가 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판단한다. 그런 점에서 이 대화 내용은 A씨에게 유리했다. 피해 아동이 A씨를 미워해서 허위 또는 과장된 진술을 했다고 보여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왜 "피해자가 피고인을 싫어했다"고 했을까. 증거기록에 따르면 피해 아동은 가정불화의 원인이 A씨에게 있다고 여겼다.
원래 A씨와 피해자 측 부부는 서로 알던 사이로 함께 술자리를 가진 적도 많았다. 그런데 피해자 B양은 A씨 때문에 자신의 부모가 이혼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B양의 아빠도 B양의 엄마가 A씨와 어울려 술을 마시자 이를 두고 자주 다퉜고, "그럴 거면 A씨와 살아라"는 말을 했는데 이후부터 B양이 A씨에 대해 반감을 가졌다고 진술했다.
덧붙여 피해자 아버지가 "B양에게 (피해 사실을) 거짓말하게 했다"고 말한 점도 뒤이어 드러났다.

이러한 기록을 본 재판부는 "피해자는 자신의 부모가 사실상 파경상태에 이르게 되고, 부모를 마음대로 볼 수 없게 된 것을 피고인 때문이라고 생각해 원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우수 부장판사는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런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일의 이승준 변호사는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순식간에 삶이 송두리째 파괴된 A씨에게 무죄 판결이 선고된 순간은 지금까지 형사사건 변호 활동 중 가장 보람된 순간들 중 하나로 기억된다"며 소회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