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김 여사에게 안 갔다" 김상민 '공천 청탁' 무죄 반전… 불법 정치자금은 유죄
"그림은 김 여사에게 안 갔다" 김상민 '공천 청탁' 무죄 반전… 불법 정치자금은 유죄
법원, 1억 4천만 원 상당 '이우환 작품' 전달 증명 부족 판단
"법률 전문가가 기부 요청"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김상민 전 검사 /연합뉴스
공천 청탁을 목적으로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그림을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은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던 '공천 청탁용 그림 전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된 반면, 사업가로부터 선거 지원을 받은 행위는 유죄로 인정되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현복)는 9일, 청탁금지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전 검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4,100여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14년간 검찰에 몸담았던 법률 전문가가 정치권 진입 과정에서 저지른 위법 행위에 대해 법원이 엄중한 잣대를 들이댄 결과다.
사라진 '이우환 그림'의 행방... 법원 "최종 수령자 확인 안 돼"
이번 사건의 가장 큰 관심사는 김 전 검사가 2023년 2월경 김건희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 씨를 통해 전달했다는 1억 4,000만 원 상당의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이우환 화백 작)의 행방이었다. 검찰과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 전 검사가 2024년 4·10 총선 공천 등을 청탁하기 위해 이 그림을 김 여사 측에 건넸다고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해당 그림이 김 여사에게 실제로 전달되었다고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림이 오빠인 김진우 씨에게 전달된 사실은 확인되지만, 그 이후 김 여사에게까지 건너가지 않고 김 씨가 계속 보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증명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주는 증거에 의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어 "그림이 김 여사에게 전달됐다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불법 기부 요청하나" 정치자금법 위반은 '빼도 박도 못한 유죄'
공천 청탁 혐의는 벗었지만, 김 전 검사가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사업가로부터 받은 '금전적 지원'은 유죄 판결을 피하지 못했다. 김 전 검사는 사업가 김 모 씨로부터 선거용 차량 대여비와 보험료 명목으로 약 4,200만 원을 지원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았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에 정해지지 않은 방법으로 기부를 받은 이 행위가 명백한 위법이라고 보았다. 특히 피고인이 14년간 검사로 재직하며 법을 집행해온 전문가라는 점이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행위의 법적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인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3자에게 적극적으로 기부를 요청했다"며 "이는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법원이 근거로 삼은 엄격한 '증명의 원칙'과 유사 판례들
이번 판결은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에서 법원이 요구하는 '증명의 정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김 전 검사 사건처럼 중간 전달자가 존재하는 경우, 최종 수령자에게 금품이 전달되었는지 여부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분수령이 된다.
법원은 과거 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2도5662 판결 등을 통해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적용해왔다. 이번 무죄 판단 역시 이러한 '합리적 의심 배제의 원칙'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해서는 엄격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유사 사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1. 30. 선고 2022고합875 판결에서는 정치자금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자금을 기부받은 공직자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공직자의 청렴성을 강조한 바 있다. 김 전 검사 역시 이러한 법리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결국 김 전 검사는 정치적 야망을 위해 법망을 넘나들다 '검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징역형의 오명을 쓰게 됐다. 검찰과 특검 측이 이번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가능성이 높아, 그림의 최종 목적지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2심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