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반품한 물건 '새 상품'으로 판매…우리가 보기엔 문제지만, 법적으론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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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반품한 물건 '새 상품'으로 판매…우리가 보기엔 문제지만, 법적으론 문제없다

2021. 11. 30 18:08 작성2021. 12. 03 17:08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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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남이 반품한 물건 받았어도, 환불 이상으로 책임 묻기 어렵다

물건을 주문했는데 다른 사람이 쓰다가 반품한 듯한 물건을 받았다면 불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판매자가 반품받은 상품을 도로 판매하더라도, 이렇다 할 책임을 묻기는 어려웠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부쩍 쌀쌀해진 겨울 날씨에 맞춰 모 브랜드사의 롱패딩을 주문한 A씨. 정가인 19만 9000원보다 90% 가까이 저렴한 금액이라 기뻤던 것도 잠시, 택배를 받고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아직 태그(Tag)도 떼지 않은 새 패딩 주머니 안에서, 다른 사람이 쓰던 라이터와 면도기가 발견됐기 때문.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패딩 제조·유통사 측은 "반품 처리 과정에서 호주머니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는 해명을 내놨다. 결국 반품된 상품을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채, 도로 새 상품으로 판매했다는 것.


이처럼 새 상품인 줄 알고 주문했더니, 누군가 쓰다가 반품한 물건을 받았다는 사례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럴 때면 왠지 "속았다"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데, 이런 판매 행위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걸까?


소비자 청약 철회 인정된 반품 물건이라면, 재판매 문제 안 돼

우선, 판매자 과실이 명확한 만큼 환불은 가능했다. 심앤이 법률사무소의 이지훈 변호사는 "보통 의류는 착용을 해보고 반품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도 "라이터나 면도기 같은 물품이 의류에서 나왔다면, 확인차 입어보는 것을 넘어 명백한 사용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때, 판매자는 온전한 제품을 보내줘야 할 채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요구하면 환불을 해줘야 한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환불' 이상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웠다. 다른 사람이 반품했던 상품을 다시 '새 상품'으로 판매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로톡뉴스와 통화에서 "전자상거래법 등에는 반품된 물건을 재판매하면 안 된다는 금지 규정은 없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에게 '반품 상품'을 새 상품으로 재판매해도 문제가 없는지 물었다.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에게 '반품 상품'을 새 상품으로 재판매해도 문제가 없는지 물었다.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그러면서 "소비자 청약 철회, 즉 반품은 '다시 판매하기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감소한 게 아닐 때' 인정된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다시 판매하기 곤란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반품 상품을 다시 판매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처럼 판매자가 실수로 물품 검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별도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이번 사건처럼 판매자가 실수로 물품 검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별도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그렇다면, 한 번 반품이 이뤄졌던 상품이란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릴 의무는 없는 걸까?


우리 전자상거래법은 판매자가 상품에 관한 거래 정보나 세부 내용 등을 표시할 의무가 있다고 돼 있다(제13조 제2항). 또한 표시광고법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 일체를 금지한다(제3조 제1항). 여기에 '반품 상품'이란 점을 명시할 의무도 포함된 게 아닐까 싶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법적으로 반품된 물건이란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이월·리퍼 상품, 고지 없이 팔았다면? 이건 문제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문제가 된다. 새 상품이라도 이월 상품이란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와 리퍼(Refurbish) 상품인 점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다. 이는 소비자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구매 선택이 달라질 수 있는 명확한 요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법률 자문
'심앤이 법률사무소'의 이지훈 변호사, '김현귀 법룰사무소'의 김현귀 변호사. /로톡DB
'심앤이 법률사무소'의 이지훈 변호사, '김현귀 법룰사무소'의 김현귀 변호사. /로톡DB


공정거래위원회 예규 중 하나인 '기만적인 표시·광고 심사지침'에 그 근거가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이월 상품을 신상품에 섞어서 팔면서도 알리지 않거나 ▲제품에 리퍼 부품이 쓰였다는 사실을 숨기고 광고하는 행위 등이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정리해뒀다.


공정위는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사업자 등에 대해 시정 명령(제7조)이나 과징금 부과(제9조)를 할 수 있다. 또한 사업자 등을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제17조 제1호).


이 같은 내용을 숨긴 행위는 형사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의견을 낸 변호사도 있었다. '김현귀 법률사무소'의 김현귀 변호사는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게 된 핵심적인 요인에 대해서, 판매자의 기망 행위가 있었다면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소비자가 아무리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했더라도 "그렇다"고 했다. "소비자로선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하려 했을 뿐"이라며 "리퍼 제품이나 새 상품이 아닌 걸 받게 된다는 사실까지 고려했다고 보긴 어렵다"라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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