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에 오물, 남편 사진까지" 1년간의 지옥, 주차 다툼이 스토킹이 되기까지
"현관에 오물, 남편 사진까지" 1년간의 지옥, 주차 다툼이 스토킹이 되기까지
법조계 "명백한 스토킹 범죄
CCTV·메시지 증거로 형사고소 및 접근금지 신청 병행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랫집 사람이 제 남편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캡처해 욕설과 함께 게시했어요." 주차 문제로 시작된 이웃 갈등이 1년 넘게 지속되며 한 가족의 일상을 파괴하는 스토킹 범죄로 번졌다.
평범한 일상은 지난해 7월 26일, 사소한 주차 시비 하나로 산산조각 났다.
A씨는 그날 이후 아랫집 이웃으로부터 시작된 끔찍한 괴롭힘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의 현관문 앞에는 원인 모를 오물이 수시로 뿌려졌고, 한밤중에는 벽을 두드리는 망치 소리가 잠을 깨웠다. 공용 엘리베이터 버튼과 A씨 집 도어락은 정체불명의 이물질로 뒤덮였다.
공포는 집 안팎을 가리지 않았다.
A씨의 우편물은 누군가에 의해 뜯겨진 채 발견됐고, 외출길에 마주친 이웃은 어김없이 욕설을 퍼부었다. 심지어 가해자는 A씨 남편의 SNS 프로필 사진을 무단으로 캡처해 자신의 상태 메시지에 A씨의 이름을 거론하며 협박성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A씨 가족의 삶은 거대한 감옥이 되어버렸다.
주차 시비가 낳은 1년의 악몽 이웃의 괴롭힘, 어디까지가 범죄인가?
단순한 이웃 갈등으로 치부하기엔 A씨가 겪은 고통의 시간은 너무 길고 깊었다.
변호사들은 A씨의 사례가 명백한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아람 변호사는 "주거지 부근에 오물을 투척하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불안감을 유발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등은 전형적인 스토킹 행위"라며 "이러한 행위가 1년 이상 지속됐다는 점에서 '반복성·지속성' 요건도 명확히 충족된다"고 분석했다.
스토킹처벌법(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지속·반복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최성현 변호사는 "가해자가 주차 문제를 명분으로 삼더라도 오물 투척, 협박 등은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현저히 벗어난 행위"라며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오물 투척은 '재물손괴', 우편물 훼손은 '비밀침해' 죄목만 여럿
이웃의 범죄 행위는 스토킹 하나에 그치지 않았다.
법률 전문가들은 여러 범죄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영 변호사는 "봉해진 타인의 우편물을 뜯어보는 행위는 형법상 '비밀침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관문 도어락과 차량에 오물을 투척한 행위는 '재물손괴죄', 욕설과 협박 메시지를 보낸 행위는 '협박죄'와 '모욕죄'로 각각 처벌이 가능하다.
한병철 변호사는 "현관, 차량, SNS, 메시지 등 다수의 수단을 동원했고 피해가 가족에게까지 확대된 점은 수사기관이 매우 중대하게 볼 사안"이라며 "스토킹처벌법 위반을 중심으로 재물손괴,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을 병합해 고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A씨가 건물 관리자를 통해 확보해 둔 CCTV 영상과 메시지 캡처 등은 이러한 혐의들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 전망이다.
처벌보다 간절한 '평온한 일상' 가해자 접근 막을 방법은?
형사 처벌만큼이나 A씨에게 시급한 것은 가해자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고 평온한 일상을 되찾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소와 동시에 '피해자 보호 조치'를 신청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법원에 신청하는 '접근금지 가처분'은 실효성이 매우 높은 제도로 꼽힌다.
김준성 변호사는 "접근금지 가처분은 주거지나 직장에 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물론, 전화, 문자, 카카오톡 등 온라인을 통한 접근까지 모두 금지시킬 수 있다"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 횟수당 과태료가 부과돼 가해자에게 상당한 금전적 압박을 주므로, 추가적인 괴롭힘을 막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단계의 긴급응급조치와는 별개로 법원을 통해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1년 넘게 이어진 공포의 터널 끝에서 A씨 가족이 다시 평온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지, 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A씨의 사례는 이웃 간 갈등이 어떻게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범죄로 비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자화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