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 (3)] 어린이와 노인을 어떻게 보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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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 (3)] 어린이와 노인을 어떻게 보호할까

2019. 09. 03 11:12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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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o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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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원로법학자 호문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시민이 알아야 할 기초적인 법 이야기를 재미있는 에세이 형식으로 연재한다. 호문혁 교수는 사법정책연구원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초대 이사장 등을 지내고 저서 「민사소송법」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민사법학자다.



십수 년 전에 금강산에 갔을 때다. 외금강 구룡연 쪽으로 가다 보면 중간에 삼록수(蔘鹿水)라는 약수가 있다. 안내원이 그 물을 마시면 몇 년씩 젊어진다면서 나보고 마시라고 했다. 두 손을 내저으며 그곳 말로 “일없다”고 사양했다. 핑계는 “저 물을 마시고 젊어지면 다시 교수는커녕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할 자신도 없다”였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이 늙으면 다시 어린애가 된다고 손가락질을 받는데, 내가 왜 나이 거꾸로 먹는 일을 스스로 하겠는가?


어린이와 정신이 맑지 못한 노인이 모두 사물을 판단할 능력이 모자라다 보니 그런 소리를 듣는다.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 민법은 제한능력제도를 마련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만19세에 이르지 못한 사람을 미성년자라고 한다. 미성년자는 법률행위를 할 판단능력이 부족하다고 보아 이들의 능력을 제한하고, 친권자인 부모의 보호를 받도록 한다.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친권자나 (친권자가 없거나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후견인이 대리하여 한다. 이들을 법정대리인이라고 한다.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으면 스스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스스로 한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스스로 불리한 행위를 한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 행위를 취소하지 않거나 법정대리인이 그 행위를 추인하면 효력이 유지된다.


성년자에게는 필요한 경우 후견인을 둘 수 있다. 민법에서는 질병이나 장애, 높은 연령, 기타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없거나 모자라는 사람을 제한능력자라고 한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후견인 제도를 두는데, 사무처리 능력의 정도에 따라 보호하는 방법이 다르다.



이들을 가정법원이 심리하여 제한능력자로 인정을 하고 후견 개시의 심판을 한다. 나중에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회복된다든가 하여 후견 개시의 원인이 없어지면 가정법원은 후견 종료의 심판을 하고, 그러면 제한능력자는 행위능력을 회복한다.


이들 중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으로서 가정법원에서 성년후견 개시의 심판을 받은 사람을 피성년후견인이라고 한다. 가정법원은 이 심판을 하면서 직권으로 성년후견인을 선임한다.


이 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인이 되는데, 가정법원이 피후견인의 상태를 판단하여 그 대리권의 범위를 정한다. 피성년후견인이 스스로 한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도록 하여 잘못된 행위의 결과를 받는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보호한다.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하여는 가정법원이 한정후견 개시의 심판을 하고, 이때 직권으로 후견인을 선임한다. 이 심판을 받으면 피한정후견인이 된다.


이 피후견인이 가정법원이 정한 일정 범위의 행위를 할 때는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행위를 동의 없이 했을 때는 취소할 수 있다. 후견인이 가정법원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하는 심판을 받으면 법정대리인이 된다.


정신적 제약으로 일시적 후원이나 특정 사무에 관한 후원이 필요한 사람에 대하여 가정법원이 특정후견의 심판을 하면 피특정후견인이 된다. 가정법원은 피후견인의 후원을 위하여 필요한 처분을 명하고, 필요하면 후견인도 선임할 수 있고, 그 후견인에게 대리권도 수여할 수 있다.


민법은 후견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하여 가정법원으로 하여금 후견인이 미성년자나 피후견인을 제대로 돌보는지 감독하는 후견감독인까지 선임할 수 있도록 해, 제한능력자의 보호에 만전을 기한다. 그 밖에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하여 다른 사람과 후견계약을 체결하는 임의후견 제도도 이용할 수 있다.


제한능력 제도를 보면 법관들이 참 안 됐다는 생각도 든다. 본래 법원은 후견이 필요한지에 관하여 심판만 하고 구체적인 후견 관련 업무는 행정부인 보건복지부가 맡아서 할 일이 아닌가? 법관들에게 삼록수 한 잔씩이라도 떠다 주고 싶은데, 그보다는 노인들께 한 잔씩 드려 법관의 일을 덜어주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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