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란 피했다⋯"파업 아니다" 주장했지만,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배경
추석 대란 피했다⋯"파업 아니다" 주장했지만,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배경
우려했던 추석 '택배 대란' 없을 듯⋯18일 '업무 거부' 계획 철회
왜 그들은 "파업이 아니다" 라는걸 강조했던 걸까
변호사들 "사소해 보이지만, 법적으로 아주 중요한 의미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 분류작업 거부를 선언했던 택배 기사들. 18일 이 계획을 철회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분류 작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파업인 듯, 파업이 아닌 듯, 파업 같은 '파업'.
우려가 컸던 추석 '택배 대란'은 일단 피하게 됐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과로사대책위)이 한발 물러서면서 '업무 거부'가 없던 일로 돌아간 것. 정부가 마련한 합의안을 과로사대책위가 18일 받아들였다.
사실 이날 오전까지도 과로사대책위는 분류작업 거부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작업 거부는 "파업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왜 그랬을까. 변호사들은 "사소해 보여도, 법적으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과로사대책위가 파업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과 계획을 철회한 건 다 같은 이유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파업(쟁의행위)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건, 일단 파업으로 규정되면 불법 파업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파업 이후 돌아올 막대한 법적 책임을 노조 측에서 져야 한다.
하지만 애초에 파업 자체가 아니라면, 그럴 일이 원천 차단된다. 과로사대책위가 "파업이 아니라 부당한 분류작업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파업이란 정상적인 운영 행위를 방해하는 건데, 애초에 회사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니 이를 거부한다고 해서 파업이라고 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번 사건은 파업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1년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고 했다. 당시 대법원은 "관행에 의해 통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연장근로의 거부는 쟁의행위(파업)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현재 과로사대책위가 문제 삼은 '분류작업'은 해당 판례와 마찬가지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언론에 "(해당 업무는) 28년 전에 택배가 도입될 때부터 관행적으로 해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 판시사항에 따라 이번 분류작업 거부는 파업에 해당한다"고 밝혔고,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우리 판례가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에 대해 '사실상 또는 관행적으로 실시되어 온 평상 업무 운영'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분류작업 거부'가 파업에 해당한다면, 불법 여부까지 따져봐야 한다. 적법한 파업이라면 과로사대책위는 회사의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헌법이 보장한다. 그런데 변호사들은 "이번 사건은 불법 파업으로까지 인정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적법한 파업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 중 몇 가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파업이 적법하려면, ①파업을 하는 주체가 정당해야 하고 ②목적이 정당해야 하며 ③절차와 방법 역시 정당해야 한다. 이러한 '정당성'을 하나라도 갖지 못하면, 불법 파업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안은 일단 목적은 정당하다(②). 과로사대책위가 요구하는 사항이 '근로 조건의 향상'이기 때문이다. 실제 과로사대책위는 과중한 업무량을 문제 삼고 있을 뿐, 회사에 요구할 권한이 없는 정치⋅사회문제 등과 관련된 사항을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니다.
문제는 주체의 정당성(①)과 절차의 정당성(③)이다. 변호사들은 "여기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준 변호사는 '주체의 정당성(①)'을 지적했다. "파업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은 노동조합"이라며 "그런데 이번 사안을 이끄는 주체인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택배 노조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참여연대 등 여러 비노조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절차의 정당성(③)'을 말했다. "파업을 강행했다면 불법 소지가 있었다"며 "회사 측이 택배노조의 요구사항을 명시적으로 '거부'해야 그때 비로소 파업이 가능한데, 현재 택배 회사가 과로사대책위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였다.
실제 김세규 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18일 '경인방송 라디오'에서 '택배사와 협상된 부분이 아직 없느냐'는 질문에 "저희는 계속 만나자고 하고 있지만, 택배회사들이 저희를 만나주지 않고 있다"며 "(대신) 정부가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했을 때 결국 택배과로사대책위가 파업을 강행했다면, 불법으로 볼 소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