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벼락인 줄 알고 주웠다간 '전과자' 신세"… 을지로 1천만 원 소동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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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벼락인 줄 알고 주웠다간 '전과자' 신세"… 을지로 1천만 원 소동의 반전

2025. 12. 05 13:3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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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흘린 돈 가져가면 '점유이탈물횡령죄' 처벌

습득 시 7일 내 신고해야 보상금 청구 가능

인스타그램 이용자 'kiki39n' 게시글 캡처/연합뉴스

"도로에 5만 원권이 깔렸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을지로4가 일대 도로는 흡사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노란색 5만 원권 지폐 수백 장이 아스팔트 위를 뒤덮었고, 지나가던 시민들과 운전자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이 기이한 광경을 지켜봤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kiki39n' 게시글 캡처 /연합뉴스
인스타그램 이용자 'kiki39n' 게시글 캡처 /연합뉴스


SNS를 통해 해당 장면이 급속도로 퍼지며 "버스 승객이 돈을 뿌렸다"는 목격담이 확산했다. 게시글에는 "주워가는 사람이 임자 아니냐", "꿈 같은 일이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달콤한 '돈벼락' 뒤에는 자칫하면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법적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버스 투척 아냐"… 밝혀진 1천만 원의 진실

사건 초기 "누군가 돈을 뿌렸다"는 소문과 달리, 경찰 조사 결과 이는 단순한 실수로 밝혀졌다.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돈의 주인인 시민 A씨는 이날 1천만 원이 넘는 현금을 주머니에 넣고 이동하던 중이었다.


A씨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과정에서 주머니 속 돈뭉치가 흘러내렸고, 바람에 날려 도로 위로 흩어진 것이다. 다행히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돈을 챙겨 달아나는 대신 자발적으로 지폐를 주워 경찰에게 인계했다. 회수된 돈은 전액 A씨에게 반환됐으며, 범죄 혐의점이 없어 사건은 단순 해프닝으로 종결됐다.


만약 당시 현장에서 누군가 견물생심으로 돈을 주워 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법조계는 이를 명백한 범죄 행위로 규정한다. '주인 없는 돈'이 아니라 '주인의 점유를 잠시 이탈한 돈'이기 때문이다.


흘린 돈 vs 버린 돈, 한 끗 차이로 갈리는 '범죄'

길에 떨어진 돈을 가져가는 행위의 위법성 여부는 주인의 '소유권 포기' 의사에 따라 갈린다. 이번 을지로 사건처럼 주인이 실수로 돈을 흘린 경우, 비록 물리적인 점유는 떠났으나 소유할 의사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본다.


이때 떨어진 돈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자신이 가질 목적으로 가져간다면 형법 제360조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한다. 절도죄보다는 형량이 낮지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는 엄연한 범죄다. 과거 2016년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카펫을 털다 떨어뜨린 650만 원 중 일부를 가져간 이들이 처벌받을 위기에 처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주인이 소유권을 명확히 포기하고 돈을 뿌린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6년 서울광장에서 한 여성이 "돈을 뿌리겠다"며 지폐를 살포했을 당시, 경찰은 이를 가져가더라도 절도나 횡령으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법상 소유권이 포기된 '무주물(주인 없는 물건)'을 선점하는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다만, 돈을 뿌려 도로교통을 방해하거나 공공질서를 해친다면 형법이나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으며, 주인이 뒤늦게 "실수였다"고 주장할 경우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소지가 다분하다.


6개월 지나면 내 돈?… '보상금' 챙기는 올바른 대처법

떨어진 돈을 발견했을 때 가장 현명한 대처는 '즉시 신고'다. 유실물법에 따르면, 습득한 돈을 7일 이내에 경찰서나 관할 관청에 제출할 경우 습득자는 법적으로 보상금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주인에게 돈이 반환될 때, 주인은 물건가액의 5% 이상 20% 이하 범위에서 습득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유실물법 제4조). 이번 사건처럼 1천만 원을 습득해 신고했다면, 적법한 절차를 거친 시민은 최소 50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의 보상금을 당당하게 청구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경찰서에 보관된 유실물은 법적 공고를 거치게 되며, 6개월이 지나도 소유자가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습득자가 소유권을 취득한다(민법 제253조). 단, 습득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후 3개월 이내에 물건을 받아가지 않으면 국고로 귀속된다.


주의할 점은 '신고의 시기'다. 유실물법 제9조에 따라 습득일로부터 7일 이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보상금을 받을 권리도, 향후 소유권을 취득할 권리도 모두 상실된다. 또한 신고가 늦어질수록 수사기관은 습득자에게 불법영득의사(남의 물건을 자기 것으로 삼으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커져 횡령 혐의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을지로 도로 위 5만 원권은 누군가에게는 횡재의 기회처럼 보였을지 모르나, 법의 관점에서는 '가져가면 전과자가 되는 미끼'였던 셈이다. 순간의 욕심 대신 신고를 택한 시민들의 준법정신이 빛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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