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괴롭힘 증거 잡으려고 가방에 넣어둔 녹음기, '불법'일까?
자녀의 괴롭힘 증거 잡으려고 가방에 넣어둔 녹음기, '불법'일까?
증거 잡고 싶은 부모 "녹음기 넣어놓으면 처벌받을까요?"
변호사 "녹음기를 켜두고 자녀의 가방에 넣어두는 것은 불법, 대신⋯"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아 증거를 수집하고 싶은 A씨. 녹음기를 켜두고 아이의 가방에 넣어도 될지 궁금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8살 자녀를 둔 부모 A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생님과 다른 아이들이 없을 때 3명 이상이 몰려와 아이를 때리는 것 같다. 학교에 신고하기 전에 우선 증거를 모으고 싶다.
결국 A씨는 직접 녹음을 시도하기로 했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시도들이 나중에 문제가 될까 염려된다. A씨는 아이 몰래 가방에 녹음기를 켜놓으면 처벌될지 궁금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열리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지 알고 싶다.
우선 A씨가 마음먹은 방법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부모는 대화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통신비밀보호법은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거기서 오간 말을 녹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어기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될 수 있다. 벌금형도 규정되어 있지 않아 처벌이 무겁다.
실제로 본인이 참여하지 않은 대화를 녹음했다가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법무법인 현재의 조석근 변호사는 "어떤 사람이 직원들의 대화를 엿듣고 싶어서 휴게실에 본인 휴대전화의 녹음 버튼을 눌러놓고 나온 일이 있었는데 이 역시 불법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법무법인 디지털의 윤유호 변호사 역시 "A씨가 말한 방법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변호사들은 대신 다른 방법을 추천했다.
법무법인 태연의 김태연 변호사는 "녹음이 필요하다면 아이가 직접 녹음 기능을 사용하도록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윤유호 변호사도 "아이가 직접 녹음하게 시킨다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의견을 같이했다.
변호사들이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다. 아이가 직접 녹음을 하면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본인이 직접 다른 사람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다면 처벌되지 않는다.
만약 변호사들이 말한 방법으로 증거가 수집된다면 다음은 A씨가 고려하고 있는 대로 학교폭력을 신고하면 된다.
법무법인 정담의 김현수 변호사는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먼저 담임선생님과 학교폭력 처리 담당 선생님(교무부장)이 조사를 하게 된다"고 했다. 사안이 중대하거나 합의가 되지 않으면 학폭위가 열리게 된다.
김 변호사는 "학폭위가 열리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학생 및 그 부모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사안의 중대성, 기존의 전력, 합의 여부 등을 감안하여 법률상 규정된 처분을 하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처벌을 원한다면 학폭위와 별개로 정식 재판을 밟아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테헤란의 임선준 변호사는 "학폭위 제도의 목적은 학생의 선도이기 때문에 형사처벌과 같은 수준의 처벌은 할 수가 없다"며 "가해자들이 자신의 행위에 걸맞은 처벌을 받기를 원한다면 학폭위 절차와 별개로 형사절차를 밟아나가라"고 권했다.
김태연 변호사도 "형사고소는 학폭위 절차와 별개이므로 입증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절차를 밟으라"며 "고소 후 처벌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