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볼 수 있는 커뮤니티에 성적 비하 만화를 올렸다면⋯통매음일까, 아닐까?
누구나 볼 수 있는 커뮤니티에 성적 비하 만화를 올렸다면⋯통매음일까, 아닐까?
디시인사이드에 타인 가족 성적 비하 만화 올렸으나
통매음 '무죄' 확정

타인의 가족을 성적으로 비하한 만화를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더라도, 피해자에게 직접 전송하지 않았다면 통매음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로톡뉴스
인터넷 커뮤니티에 타인의 가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만화를 올린 네티즌.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공간에 수치심을 주는 게시물을 올렸더라도, 이를 피해자에게 직접 전송하지 않았다면 '도달'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장애인 아들과 성적 비하 당한 아내"…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만화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9년 8월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티즌 A씨는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만화가 B씨의 가족을 모욕하는 만화를 게시했다.
해당 만화에는 B씨의 아들을 장애를 가져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로 묘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뿐만 아니라 B씨의 아내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A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통매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핵심 쟁점은 '도달'…게시판 업로드가 전송과 같을까
'통매음'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글, 그림, 영상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안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법적 쟁점은 불특정 다수가 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행위를 과연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김형민 변호사 사무소의 김형민 변호사는 철저한 법리 검토 끝에 승부수를 던졌다. 김 변호사는 통매음 구성요건 중 '도달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이 포인트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이와 관련된 명확히 확립된 판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게시판에 올린 행위 자체도 넓은 의미에서 도달에 포함된다고 맞섰고, 재판부 역시 판례가 없으니 단순한 주장 이상의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법무부 유권해석까지 받아낸 집념…"직접 전송 아니면 무죄"
김 변호사는 사법시험 준비 시절에도 잘 보지 않던 특별법 교과서까지 샅샅이 뒤졌다.
그 결과, 교과서에 "특정인에게 전송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의 접근이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게재하는 것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된 내용을 찾아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변호사는 법무부 검찰국 형사기획과에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도달 요건에 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법무부 역시 "특정인에게 전송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의 접근이 가능한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하는 것은 통매음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았고, 변호인은 이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이 중간에 공소장 변경을 시도하고, 수사관과 고소인이 재차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1년이 넘는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법원 "피해자가 스스로 찾아본 것…객관적 도달 상태 아냐"
서울서부지방법원은 1년여의 공방 끝에 2022년 11월 16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당시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만화를 업로드해 다수인이 만화를 볼 수 있게 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B씨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스스로 접속해 만화를 일부러 찾아 클릭하는 별도 행위가 개입되기 전에는 B씨가 이를 인식할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판시했다.
인터넷에 단순히 글을 게시한 행위만으로는 상대방에게 도달했다고 볼 수 없다는 명확한 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