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안 가?" 이불 뒤집어쓴 아들 밀친 아버지... 법원 "아동학대 아니다" 반전 판결
"학원 안 가?" 이불 뒤집어쓴 아들 밀친 아버지... 법원 "아동학대 아니다" 반전 판결
이혼 소송 중 벌어진 가족 간의 몸싸움
'신체적 학대'와 '감정적 대응'의 경계선은 어디인가

훈계를 피하려는 13세 아들을 밀친 행위는 학대가 아닌 우발적 감정 대응으로 보아 아동학대 무죄가 선고됐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학원에 가라는 아버지의 훈계를 무시하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버티던 아들을 수차례 밀친 행위가 법원에서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혼 소송으로 갈등이 극에 달한 가정 내에서 벌어진 사건이었으나, 법원은 이를 아동의 발달을 해치는 학대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형사단독 명선아 판사)은 최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아동학대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딸에 대한 폭행 혐의는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사건번호 2021고단3266).
"대화하기 싫어" 이불 속으로 숨은 아들과 폭발한 아버지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1년 3월,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A씨의 집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13세였던 아들 B군은 평소 학원에 갈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아버지 A씨는 "왜 학원에 가지 않느냐"며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사춘기에 접어든 B군은 아버지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는 이유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화가 난 A씨는 이불을 잡아당겼고, B군이 자리를 피하기 위해 일어서려 하자 그의 몸을 수차례 밀치는 행동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23세인 딸 E씨가 당시 상황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려 하자, A씨는 딸의 어깨를 밀치고 손을 때리는 등 신체적 접촉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 가정은 부모 간의 잦은 다툼으로 경찰이 여러 차례 방문하고 임시조치가 내려지는 등 극심한 불화를 겪고 있었다. 어머니 D씨는 이미 이혼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으며, 아버지는 퇴직 후 가족과 함께 지내며 자녀 교육 문제로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이 본 '학대'의 기준... "단순한 감정적 대응은 학대 아냐"
재판의 핵심 쟁점은 아버지 A씨가 아들을 밀친 행위가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건강이나 발달을 해칠 수 있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 행위의 동기와 태양: 아들이 제대로 된 답변 없이 자리를 피하려 하자, 평소 자기주장이 강한 아버지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자리를 뜨지 못하게 어깨를 몇 차례 밀친 것으로 보았다.
- 아동의 반응: 아들 B군 역시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지지 않고 힘으로 버티며 일어서려고 반응하는 등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 지속성 여부: 해당 행위는 어깨를 몇 차례 밀치는 수준에서 종료되었으며, 이것이 아동의 신체 건강이나 발달을 저해할 정도의 학대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동학대 여부는 행위의 장소와 시기, 동기, 아동의 연령 및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당시 가정불화와 사춘기 아들의 행동 등을 고려할 때 이를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딸에 대한 폭행 혐의는 '처벌 불원'으로 공소 기각
한편, 동영상을 촬영하던 딸 E씨를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채 '공소 기각' 처리되었다.
현행법상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피해자인 딸 E씨는 재판 과정 중인 2022년 8월, 아버지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해당 부분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며 사건을 종결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자녀 교육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신체 접촉이 모두 아동학대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며, 가족 내 갈등 상황과 행위의 정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법원의 기준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