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서 보조배터리 잃어버려 277명 태운 비행기 '회항'…분실한 승객, 수억 물어낼 수도
기내서 보조배터리 잃어버려 277명 태운 비행기 '회항'…분실한 승객, 수억 물어낼 수도
이스탄불발 아시아나 여객기, 이륙 2시간 30분 만에 유턴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모습. /연합뉴스
단 한 명의 사소한 실수가 277명을 태운 국제선 여객기를 통째로 되돌리는 초유의 사태를 낳았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을 떠나 인천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552편이 이륙 2시간 30분 만에 기수를 돌리면서, 승객 한 명의 부주의가 불러온 법적 책임의 무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오후 5시 42분경, 하늘 위를 순항하던 비행기 안에서 시작됐다. 한 승객이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를 창문 아래 좌석 틈새로 떨어뜨린 것이다. 좁고 깊은 틈으로 빠진 배터리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상황을 보고받은 아시아나항공은 즉각 회항을 결정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좌석 틈에 끼어 압력을 받으면 폭발하거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안전'상의 판단 때문이었다. 결국 여객기는 승객 277명을 태운 채 다시 이스탄불 공항으로 돌아왔고, 승객들은 현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 날 다시 출발해야 했다.
항공사의 회항 결정, 법적으로 문제없나
우선 항공사의 회항 결정은 법적으로 정당한 조치라고 평가된다. 항공안전법 제62조는 기장에게 항공기나 여객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보조배터리는 압력이나 충격에 폭발할 수 있는 '위험물'로 분류된다. 법원은 과거 항공기 엔진 고장으로 15시간 연착된 사안에서도 "항공사가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대전지방법원 2007가합3098 판결). 이번 회항 역시 277명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하고 합리적인 조치였던 셈이다.
'억' 소리 나는 회항 비용, 실수한 승객의 책임은?
문제는 이번 회항으로 발생한 막대한 비용이다. 추가 연료비, 공항 이용료, 승무원 추가 수당, 그리고 277명 승객의 호텔 숙박비와 식사비까지. 아시아나항공은 이 비용을 보조배터리를 떨어뜨린 승객에게 물을 수 있을까.
승객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승객은 항공운송계약에 따라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방해하지 않고 위험물을 제대로 관리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어겼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정 다툼으로 이어진다면 승객의 과실이 어느 정도였는지, 위험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 등을 따져 배상 범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형사 처벌까지 가능할까. 항공보안법 제23조는 항공기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고의적인 행위를 전제로 한다. 이번 사건은 승객의 고의가 아닌 '과실'로 발생했기 때문에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날벼락 맞은 다른 승객 276명, 보상은 누구에게?
가장 억울한 것은 아무 잘못 없이 일정이 꼬여버린 다른 276명의 승객이다. 이들은 항공사에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상법 제907조에 따르면 항공사는 연착으로 인한 승객의 손해를 배상해야 하지만,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했다"는 점을 증명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이번 회항은 안전을 위한 '합리적 조치'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항공사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다른 승객들이 배터리를 분실한 승객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을까.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는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피해를 본 승객들이 상대방의 과실과 자신의 손해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