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 직원일 땐 '성실맨', 퇴사 후엔 최고급 아파트 '강도'로 돌변
관리사무소 직원일 땐 '성실맨', 퇴사 후엔 최고급 아파트 '강도'로 돌변
전 직장 마스터키로 최고가 아파트 침입
'치밀한 계획'에도 징역 4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4억 빚에 시달리다 자신이 일했던 최고가 아파트를 털려 한 전 관리사무소 직원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퇴사 때 반납하지 않은 마스터키를 이용하고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는 등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치밀함을 보였지만, 피해자 아들의 고함 한 번에 덜미를 잡혔다.
'성실맨'의 배신…마스터키와 우산으로 보안 뚫어

청주시 청원구의 한 고급 아파트. 피고인 A씨는 1년 6개월간 이곳 관리사무소에서 민원 및 시설관리를 담당하며 입주민들에게 '성실한 직원'으로 통했다. 하지만 그는 퇴사 후 인터넷 도박으로 4억에 달하는 빚더미에 앉게 되자,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곳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A씨의 범행 계획은 치밀했다. 그는 퇴사하며 반납하지 않은 마스터키를 보관하고 있었다. 범행 하루 전인 2023년 6월 19일, A씨는 이 마스터키로 아파트 공동현관을 두 차례나 드나들며 사전 답사를 마쳤다.
범행 당일, 그의 행동은 더욱 대담해졌다. A씨는 다른 주민이 출입하는 틈을 타 우산을 펼쳐 상반신을 가린 채 CCTV를 피하며 공용 현관으로 잠입했다. 마치 첩보 영화의 한 장면과 같았다. 범행 목표는 시가 10억 원 상당의 복층 구조인 B호. 과거 누수 공사 등으로 방문한 경험이 있어 내부 구조와 입주자 현황까지 훤히 꿰뚫고 있던 곳이다.
"엄마!" 아들 고함에 무산된 강도 계획
2023년 6월 20일 오후 2시 10분경, A씨는 훔친 택배 상자를 B호 현관 앞에 두고 피해자 C씨(여, 55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C씨가 외출을 위해 문을 열고 나오자, A씨는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넘어뜨린 뒤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가 무차별 폭행했다.
하지만 범행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복층 구조였던 집 위층에서 C씨의 비명을 들은 아들이 "엄마, 무슨 일이야? 누구냐?"라고 크게 소리치며 내려온 것이다. 당황한 A씨는 아무것도 훔치지 못한 채 그대로 달아났다. 이 사건으로 피해자 C씨는 뇌진탕 등 전치 5주의 중상을 입었다.
법원 "강도 맞다"…'화풀이' 주장은 기각
법정에 선 A씨는 상해는 인정했지만 "강도의 고의는 없었다"며 엉뚱한 변명을 내놓았다. 생활고와 불화 등으로 화풀이할 대상을 찾았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청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김승주)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4억의 빚이 있는 등 경제적으로 절박했던 점 ▲피해자의 집이 복층 구조에 안방에 금고가 있다는 사실까지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점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 장갑을 끼고, 3번이나 옷을 갈아입는 등 범행을 철저히 은폐하려 한 점 등을 근거로 강도 의사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일 친구에게 "'돈벌이도 없고 힘드니 강도짓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 사실을 지적하며 A씨의 변명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용서받지도 못했다"면서도 "피해자를 위해 1,000만 원을 형사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참고] 청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 2023고합199 판결문 (2023. 12. 20.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