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휘 배제" 시도한 조국의 법무부, 직권남용?
"윤석열 지휘 배제" 시도한 조국의 법무부, 직권남용?
법무차관 "검찰총장 지휘 안 받는 수사단 구성하자"
'직권남용 아니냐'는 이야기 나왔지만, '배제' 이뤄지지 않은 미수(未遂)
"직권남용죄 미수범은 처벌 못해"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정하종 기자) /저작권자 (C) 연합뉴스
법무부 고위 간부가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독립 특별수사단'을 꾸리자고 검찰에 제안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발(發) 수사개입이자 직권남용”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수사팀을 만들어 조 장관 가족을 둘러싼 의혹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라며 "전형적인 직권남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부적절한 제안이지만 법적으로 직권남용은 아니다"는 의견이 많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실행' 요건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직권남용에는 미수범 처벌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수사라인에서 실제로 배제됐다면 직권남용에서 요구하는 '실행'이 있었겠지만, 배제가 이뤄지지 않은 이상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11일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조 장관이 임명된 지난 9일 강남일 대검찰청 차장에게 ‘윤 총장을 뺀 수사팀’을 제안했다. 법무부의 '넘버 2'가 검찰 '넘버 2'에게 "검찰총장을 수사라인에서 배제하자"고 한 것이다. 또 비슷한 시기에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도 대검의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에게 같은 취지의 제안을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법무부가 조 장관 일가 수사를 벌이고 있는 수사팀을 교체하기 위해 개입을 시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즉각 반박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해 수사 외압 논란 이후 꾸려진 검찰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특별수사팀을 염두한 아이디어"라며 "고위 간부들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 (이 내용은)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장관 본인도 이날 오전 출근길에 ‘수사팀 제안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예민한 시기인 만큼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동주 기자) /저작권자 (C) 연합뉴스
검찰은 크게 반발했다. 지난 9일 오후 대검 간부회의에서 법무부 제안을 보고 받은 윤 총장은 단칼에 거절하며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동석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두고 공정성이나 부실수사 시비가 있는 게 아닌데도 총장을 배제하자는 제안을 한 것은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로 읽힐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간부 역시 “수사팀을 교체해야 할 정당한 사유 없이 수사 개입을 목적으로 위법하게 수사팀 교체를 요구했다면 수사개입이자 직권남용 성립 소지가 있는 행동”이라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가 밝힌 "고위 간부의 개인적인 아이디어"라는 해명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나란히 제안을 건넨 두 사람이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이라는 점에서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제안이라는 해석에 더 힘이 실렸다.
김오수 차관은 현 정부에서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와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거론됐을 만큼 청와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이성윤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2004~2006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됐을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법무부가 조 장관 본인과 가족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이런 제안을 했다면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죄(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자기 지휘를 받는 아래 공무원에게 위법한 일을 시켜 실행이 됐을 때 성립한다.
단 지시를 한 사람이 '공무원'이어야 하고, '위법한 지시'가 그 공무원의 직무상 권한(직권)에 속해야 한다. 공무원이어야 직권이 있고, 직권이 있어야 남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실행'이 있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직권을 남용한 '실행의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 법무부의 '윤석열 배제' 제안은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다. 윤 총장 배제가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행'은 없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2003년 "직권남용행위가 있었다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권리행사의 방해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지난 1975년에도 "권리가 침해된 현실적인 사실이 있어야 직권남용 기수로 논할 수 있다"며 "직권남용죄는 미수(未遂⋅범죄를 실행하려다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함)의 처벌을 정한 바 없으니 무죄"라고 했다. 두 판례 모두 '실행'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이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와 관련, 관련 인사 소환 가능성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류영석 기자) /저작권자 (C) 연합뉴스
법무부의 이번 '검찰총장 배제' 제안은 직권남용죄의 성립 코앞에서 멈췄지만 "아직 불씨는 살아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조 장관이 적극적으로 검찰 인사권을 휘두르겠다고 천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다.
조 장관은 지난 8일 취임사에서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 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밝힌데다 11일에는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를 골자로 하는 '법무부 장관 지시 사항'을 전국 검찰청에 하달했다.
검찰의 주요 직접수사의 8할은 특수부가 처리하기 때문에 조 장관 지시사항은 사실상 특수부 축소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지점에서 법무부의 직권남용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있다. 조 장관의 이번 지시로 현재 조 장관 가족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인력이 줄거나 수사팀이 교체된다면, 결과적으로 자기 가족 수사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란 이유에서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사권을 통한 직권남용죄 성립은 최근 안태근 전 검찰국장 재판에서도 재확인된 바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추문을 감추기 위해 인사권을 남용한 안 전 국장은 최근 2심에서 직권남용죄 유죄를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