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성관계 영상으로 협박하고 8시간 감금...강간은 무죄가 나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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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친 성관계 영상으로 협박하고 8시간 감금...강간은 무죄가 나온 이유는?

2025. 10. 22 16:3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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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손괴·특수감금 등 6개 혐의 유죄 인정,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선고

피해자 "일단 달래야겠다는 생각에" 진술 번복이 쟁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헤어진 연인을 찾아가 성관계 영상 및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고, 흉기로 위협해 감금한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특히 검찰이 기소한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법정 진술 번복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부엌칼 들고 "같이 죽자"... 전 여친 주거지 무단 침입 후 8시간 감금

사건의 피고인 A는 피해자 E(여, 21세)와 교제하다가 헤어진 사이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A는 2023년 4월 4일 새벽, 피해자의 주거지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침입한 뒤 피해자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집에 들어갔다(주거침입).


집에 들어간 A는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던 중 화를 참지 못하고 피해자 소유의 접시를 깨뜨려 손괴했다(재물손괴).


여기서 그치지 않고, A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보관 중이던 피해자의 성관계 영상과 나체 사진 수십 장을 보여주며 "원래는 그냥 말 안 하고 유포하려고 했는데, 내가 너에게 기회를 한번 주기 위해 찾아왔다", "너는 다른 남자를 만날 자격이 없으니깐 이걸 올려도 된다"고 협박했다(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촬영물등이용강요)).


이 협박에 겁을 먹은 피해자에게 A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너 여자친구는 너 두고 나랑 바람났다"고 말하게 강요하고, 이후 G이 신고할 것을 우려해 다시 전화하여 '이상 없다'고 말하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


또한 A는 "악마 같은 년, 걸레 같은 년" 등 모욕적인 말을 하며 부엌칼(총길이 33cm)을 들고 와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대면서 "성관계 동영상 유포하고 죽어버리겠다"고 위협했다(특수협박).


A는 피해자가 도망가려 하자 손목을 잡아 넘어뜨리고 폭행하며, 식탁에 부엌칼을 올려놓고 "나가려면 나를 찌르고 가라"고 위협하여 약 8시간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금했다(특수감금).


법원은 이처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촬영물등이용강요), 특수협박, 특수감금, 주거침입, 재물손괴 등 6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법원 "강간 혐의는 무죄"... 피해자 법정서 "강제인지 잘 모르겠다" 진술 번복

검찰은 A가 감금 상태에서 피해자를 협박하여 성관계를 시도했다는 강간 혐의도 기소했지만,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A의 협박에 저항할 수 없어 성관계를 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으나, 법정에서는 진술을 번복했다.


피해자는 "피고인과 성관계는 했었는데 그게 강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계속 못 나가고 영상 때문에 일단 달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먼저 토닥거리고 뽀뽀를 했었다", "피고인이 성관계를 할 때 때리거나 협박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피해자는 경찰 진술의 경위에 대해서도 "그때 당시 그 일 때문에 좀 힘들고 무기력하고 그랬는데 경찰분이 혹시 성관계가 있었냐고 해서 있었다고 하니까 강간이냐고 해서 그것은 대답하지 못했는데 그 경찰분이 좋아서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해서 맞다고 하다 보니까 제대로 진술을 못하고 다 네네 하다가 그렇게 되었다"고 밝혔다.


법원은 피해자가 사건 직후 112 신고나 자필 진술서에도 강간 피해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던 점이 법정 진술과 일치한다고 보고, 피해자의 경찰 진술조서 내용만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해 강간 혐의를 무죄로 선고했다.


피해자의 '처벌불원'이 결정적... 집행유예로 풀려난 스토킹 가해자

재판부는 A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도, 4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보호관찰, 사회봉사 8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을 명했다. 이와 함께 성관계 영상 등이 담긴 A의 휴대전화와 유심칩을 몰수했다.


양형의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 불리한 정상: 야간 주거침입, 촬영물 유포 협박, 흉기 위협 및 감금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며, 피해자가 촬영물 유포 가능성으로 인해 극도의 불안감과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 유리한 정상: 피고인이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성관계 동영상 등이 유포된 정황은 보이지 않고 휴대전화가 압수되어 추가 유포 위험이 없어진 점,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을 참작했다.


또한,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공소 제기 후 처벌불원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스토킹처벌법의 부칙에 따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 해당하여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법원은 피고인의 나이, 가족관계,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과 취업제한 명령은 모두 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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