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찍으려고 카페 무단 침입, '장소 착각' 한마디로 끝날 일 아니다
드라마 찍으려고 카페 무단 침입, '장소 착각' 한마디로 끝날 일 아니다
'출입금지' 팻말 무시하고 촬영 강행
건조물침입죄 등 형사 처벌 대상

한 드라마 촬영팀이 카페에 무단으로 침입해 촬영하는 모습. /JTBC 뉴스룸 유튜브 캡처
드라마 촬영팀이 '출입금지' 팻말을 무시하고 영업이 끝난 카페에 무단으로 침입해 촬영을 강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제작사 측은 "촬영 장소를 착각했다"며 사과했지만, 이는 여러 범죄가 성립할 수 있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사건은 지난 10일 JTBC '뉴스룸'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한 드라마 촬영팀은 영업을 마친 카페 테라스에 무단으로 들어가 테이블과 의자를 마음대로 옮기고, 심지어 파라솔까지 접어 가져가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긴 전깃줄 등 온갖 촬영 장비를 설치했으며, 촬영이 끝난 뒤에는 테이블에 흘린 커피 얼룩조차 치우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
카페 사장은 인터뷰에서 "저희한테 (협조 요청이) 온 건 아예 없었다"며 "우리 기물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고 정리도 제대로 안 했다. 다음날이라도 연락을 줬으면 화가 덜 났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업주는 경찰에 해당 사실을 신고한 상태다.
'출입금지' 무시했다면…빼도 박도 못 할 '건조물침입죄'
이번 사건은 여러 형사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가장 명확하게 적용되는 혐의는 건조물침입죄다.
이는 정당한 이유 없이 타인이 관리하는 건물 등에 들어갔을 때 성립하는 범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카페 주인이 '출입금지' 팻말까지 설치해 출입을 금지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촬영팀이 들어간 것은 침입의 고의가 명백한 행위다.
나아가 촬영팀의 행동은 추가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다. 테이블에 커피 얼룩을 남기고 집기를 어지럽힌 행위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할 수 있다. 재물의 효용을 해치는 행위도 손괴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다음 날 카페 영업 준비에 지장을 준 만큼 업무방해죄 적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합의했으니 끝? 처벌은 피하기 어려워
논란이 커지자 드라마 제작사 측은 "카페에 사과했고 합의 절차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해서 형사 처벌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조물침입죄 등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수사와 처벌이 가능한 범죄다. 물론 합의 여부는 검찰의 기소 여부나 법원의 양형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를 받거나, 재판에 가더라도 50만 원에서 200만 원 사이의 벌금형을 받을 확률이 높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촬영팀의 행위는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이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카페 주인은 기물 손상 비용, 청소 비용, 영업 손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등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제작사와의 합의 과정에서 모두 해결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촬영 편의를 위해 타인의 재산권을 명백히 침해한 이번 사건은 '장소를 착각했다'는 해명만으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피해자와의 합의로 법적 책임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겠지만, 이를 계기로 방송 제작 현장의 안일한 권리의식과 관행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