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있어도 학폭은 사절"…한예종, 합격생 내쫓고 입시 요강까지 뒤집었다
"실력 있어도 학폭은 사절"…한예종, 합격생 내쫓고 입시 요강까지 뒤집었다
2027년도부터 학폭 감점제 전격 도입
합격 후 '입학 불허' 학생과의 법적 공방 예고

'학폭 수험생' 한예종 합격 관련 현안보고 /연합뉴스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가 학교폭력 가해 전력이 있는 수험생에게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하며 입시 현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실력 위주의 선발이 중시되던 예술계 입시에서 '인성'과 '도덕성'이 당락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한예종은 지난 22일 입학정책위원회를 열고 '2027년도 입시 요강'에 학교폭력 처분 종류에 따라 차등 감점을 부여하는 기준을 반영하기로 확정했다. 새 요강은 내년 3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미래의 수험생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합격 통보 후 날아든 '입학 불허'…한예종이 던진 초강수
사건의 발단은 2026년도 입시였다. 한예종은 최근 학교폭력 4호 처분(사회봉사)을 받은 전력이 있는 수험생이 합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학교 측은 지난 4일 긴급 입학정책위원회를 통해 해당 학생에 대해 '입학 불허'라는 초강수를 뒀다.
해당 학생은 즉각 이의 신청을 제기하며 반발했으나, 학교 측은 22일 재심의에서도 기존의 입학 불허 결정을 고수했다. 사실상 합격 취소에 해당하는 이번 결정은 예술계 내에서도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편장완 한예종 총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관련 현안을 보고하며 "국립 교육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바탕으로 신뢰에 기반한 학교 운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학교 측은 학생 지원 및 위기 대응을 총괄할 '학생처'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대학의 '선발 자율권'인가, 수험생의 '신뢰 보호'인가
이번 한예종의 결정은 법적으로 두 가지 핵심 쟁점을 안고 있다. 첫 번째는 대학이 입시 과정에서 학교폭력 기록을 활용해 감점을 주는 행위의 적법성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의 장은 학생 선발에 관한 광범위한 재량을 가진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에 따른 사회봉사(4호) 이상의 조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며, 대학은 이를 선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교육공동체의 안전 확보와 공정한 입시 질서 확립이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합격한 학생의 입학을 사후에 불허한 대목에서는 법적 충돌의 소지가 다분하다. 행정기본법 제18조에 따르면, 당사자에게 이익을 주는 처분을 취소할 때는 그로 인해 당사자가 입게 될 불이익과 취소로 달성되는 공익을 비교 형량해야 한다.
"기준 없던 취소는 위험"…법원으로 향할 입시 분쟁
법조계에서는 당시 입시 요강에 학폭 관련 감점이나 결격 사유가 명시되지 않았다면, 사후적인 입학 불허는 '신뢰보호의 원칙' 위배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부산지방법원 판례(2023. 4. 6. 선고 2022구합21383)는 수익적 행정처분을 취소할 때 공익상의 필요가 당사자의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수험생이 다른 대학 진학 기회를 포기한 상태라면 입학 불허로 인한 타격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광주고등법원(2023. 11. 29. 선고 2023누1472) 역시 입학 취소로 인해 학생이 쌓아온 학업적 성과가 무효화되는 불이익이 과도할 경우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한예종의 이번 결정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당시 요강에 관련 근거가 충분했는지가 승패를 가를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향후 한예종은 2027년도 요강부터 학폭 조치사항의 반영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방침이다. 예술적 재능만큼이나 사회적 책임감을 중시하겠다는 국립 예술대학의 선언이 입시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