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부동산 알바인 줄"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 구직자 고의성 부정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무죄] "부동산 알바인 줄"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 구직자 고의성 부정

2025. 12. 28 13:30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정교한 구인 광고에 속아 '현금수거책' 전락한 구직자

법원 "범죄 인식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정교하게 설계된 구인 사기에 속아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게 된 구직자가 '범죄 의도 없음'을 인정받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평범한 구직자가 고도의 지능형 범죄 조직에 속아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몰렸으나, 법원이 해당 구직자에게 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형사4단독(판사 윤아영)은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배상신청인들의 신청을 모두 각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구인 광고를 이용해 구직자를 범죄 도구로 활용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치밀한 수법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인식의 부재'가 쟁점이 되었다.


치밀하게 설계된 가짜 부동산 업체 채용의 덫

A씨는 2023년 10월경 한 온라인 구인 게시판에 글을 올린 후 성명불상의 'C팀장'으로부터 부동산 현장 조사원직 제안을 받았다. C팀장은 기본급 200만 원과 건당 수수료를 합쳐 월 300~350만 원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A씨를 유혹했다.


범죄 조직은 A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정식 채용 절차를 흉내 냈다. A씨에게 특정 건물 사진과 동영상 촬영, 주변 편의시설 조사 등 구체적인 현장 조사 업무를 지시하며 '채용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통과 후에는 근로계약서를 보내고 주민등록증과 통장 사본까지 요구하며 정상적인 업체인 것처럼 위장했다.


이후 며칠간 정상적인 부동산 업무를 수행하던 A씨에게 C팀장은 "정직원이 휴가를 갔으니 고객을 만나 수수료와 보증금을 현금으로 받아오는 업무를 대신해달라"고 지시를 변경했다. A씨는 이것이 절세를 위한 정상적인 업무라는 설명을 믿고 지시에 따랐다.


두 명의 피해자로부터 6천여만 원 수거와 뒤늦은 깨달음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충남 보령시 등에서 피해자들을 직접 대면했다. 2023년 10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A씨는 피해자 B씨로부터 약 3,012만 원을, 피해자 F씨로부터 약 3,330만 원을 수거해 전달책에게 건넸다.


당시 피해자들은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조직원들에게 속아 대출 관련 위반을 해결하려면 현금을 갚아야 한다는 기망에 빠진 상태였다. A씨는 자신이 받는 수당이 기름값과 식비를 제외하면 건당 약 20만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해, 이를 범죄의 대가가 아닌 정당한 업무 경비로 인식했다.


사건의 전환점은 가족과 지인의 조언이었다. 업무가 의심스럽다는 지인의 지적과 아들의 강력한 권고를 들은 A씨는 즉시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보관 중이던 텔레그램 대화 내역 등 모든 증거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며 수사에 협조했다.


법원 "범죄 인식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 선고

재판부는 A씨가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인식하고 이를 돕고자 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채용 경위와 절차, 수익 규모 등이 상식을 크게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며 "조직이 고령이고 일자리가 간절했던 피고인을 정교하게 속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심이 들자마자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모든 대화 내역을 제출한 점은 범죄의 고의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정황으로 인정되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피고인이 현금을 수거하며 범죄 방조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은 과실은 있을 수 있으나, 고의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참고] 울산지방법원 2024고단798 판결문 (2025. 6. 12. 선고)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