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서 부산까지 내몰린 산모… 태아 죽음 뒤엔 '법적 책임' 굴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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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서 부산까지 내몰린 산모… 태아 죽음 뒤엔 '법적 책임' 굴레가 있다

2026. 05. 04 11:32 작성2026. 05. 04 11: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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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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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 중과실' 덫에 걸린 고위험 분만 현실

충북 청주 산모가 응급 분만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까지 이송됐지만, 결국 뱃속 태아를 잃었다. /연합뉴스

충북 청주에서 응급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까지 이송된 산모가 결국 뱃속 태아를 잃는 비극이 발생했다.


의료계 현장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고위험 산모를 감당할 의료진의 절대적 부족과 함께, 결과가 나쁠 경우 온전히 의사가 짊어져야 하는 법적 부담을 지목하고 있다.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재혁 전남 성가롤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의 진단도 이와 맞닿아 있다.



"산부인과·소아과 전문의 동시 부재"… 충청권 6곳서 외면당한 비극


지난 주말, 충청권 병원 6곳은 "산부인과와 소아과 전문의가 없다"며 해당 산모의 수용을 거부했다. 산모가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산부인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태어날 아이를 돌볼 소아과 전문의도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김재혁 센터장은 "미숙아로 예상되는 상태였기 때문에 출생 직후 신생아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아과 선생님들 가운데서도 신생아를 보는 선생님들이 따로 계시는데 그분들이 아마 안 계시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두 분야의 전문의를 동시에 갖춘 병원이 턱없이 부족한 구조적 현실이 결국 태아의 죽음으로 이어진 셈이다.


벼랑 끝 필수의료, 의사 발목 잡는 '12대 중과실'의 덫


고위험 산모 분만이 가능한 병원은 전국을 통틀어 대략 60여 곳으로 추정되지만, 이마저도 24시간 대응이 어려운 곳이 많다.


김 센터장은 "산과와 신생아 진료를 희망하는 의사들이 계속 이탈하고 있어 상황은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단기간에 인력이 충원되지 않는 가장 큰 핵심 원인은 법적인 부담이다. 고위험 신생아 응급 환자의 경우 위험 부담이 큰데,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사들이 져야 할 형사적·법적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역시 현장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센터장은 "사실 결과가 안 좋았을 때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해 미리 예방하거나 전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어디까지를 예측 가능한 것으로 볼지 정하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침 또는 통상적인 진료에서 현저히 벗어난 행위'라는 조항 역시 법률 해석자에 따라 여러 내용이 처벌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며 법적 사각지대의 한계를 분석했다.


이송체계보다 수용 병원 확보가 먼저


현장에서는 문제 해결의 첫 단추로 법적 문제 해소를 꼽는다. 법적 부담을 줄여주지 않는 한, 시장 논리에 따라 산부인과나 소아과가 자연 발생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의사제'에 대해서도 김 센터장은 "한시적인 인력 문제 해결 방안은 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성공 가능성은 낮게 봤다.


그는 "필수의료는 선의가 있어야만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강제적으로 의사 인력을 어떤 업무에 묶어놓는다고 해서 장기적인 성공을 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내다봤다.


김 센터장은 "현재 매우 적은 분만 수가를 현실적인 수준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동반돼야 한다"며 "배후 진료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들이 늘어나야만 이송 문제도 고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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